최기산 주교는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뒤,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성탄절 전, 늦어도 올해가 가기 전에 용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박정우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총무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맨 왼쪽이 최기산 주교. ⓒ프레시안 |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만이 문제를 해결한다"
최 주교는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만이 용산 참사의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하고 국민들이 용서, 화해, 일치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며 "정부는 힘없고 가난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 적극적인 중재 활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주교는 "용산 참사 해결을 그 시작으로 제대로 된 개발 관련 법 제도의 정비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정부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정부는 국민을 힘으로 억누르기보다는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국민의 처지를 헤아려 양보와 설득을 통해 최선의 대안들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기산 주교는 이날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진정 서민을 위한다고 한다면 올해 안에 용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용기를 잃지 말고 희망을 가져달라"고 위로했다.
고 윤용헌 씨 부인 유영숙 씨는 "지금까지 신부님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버티지도 못했다"며 "신부님에게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 힘이 부족해서 여기까지 왔다"며 "주교님의 말씀처럼 올해가 가기 전에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 천주교 전체가 용산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선언하는 의미"
천주교 정의평화위원장인 최기산 주교의 용산 참사 방문은 이전 김운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의 방문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1969년 설립된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감독을 받는 공식 조직이다. 즉, 이 위원회가 발표하는 성명은 한국 가톨릭의 공식 입장이 된다.
이강서 천주교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은 "김운회 주교의 방문은 특정 교구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정의평화위원장의 방문은 한국 천주교 전체가 용산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를 드러내고 선언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우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총무는 "용산 참사가 발생한 이후부터 우리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아직까지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 올해 안에 문제를 해결하고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길 정부에게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석 천주교 추기경도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용산 참사를 두고 "입법 기관 종사자들이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추기경은 "용산 문제는 억울한 사람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며 "또 공동체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법 자체도 미비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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