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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사뿐히 즈려밟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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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사뿐히 즈려밟을까?

[김종배의 it] '진화된' 강행처리 방식은 뭘까?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진단이 맞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의 예결특위 회의장 점거농성은 '안 되면 밟고 가라'는 뜻이다.

굳이 분석할 필요가 없다. 민주당이 4대강 사업 저지에 올인한 건 세상이 다 안다. 이런 민주당이 4대강 사업 추진을 전제로 일부 항목, 일부 금액 조정 협상에 나서면 몰린다. 그것이 포기 또는 변질로 비쳐지면서 시민사회로부터 질타를 당한다. 매 한 번 맞고 끝내는 수준이 아니라 끊임없이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고초를 겪게 된다.

그래서 어쩔 수가 없다. 타협하느니 차라리 당하는 게 낫다. 어차피 4대강 사업 저지를 관철시킬 수 없고 4대강 사업 예산 대부분을 삭감할 수 없다면 '장렬하게' 회의장에서 끌려나오는 게 더 낫다. 그러면 지방선거까지 전선을 칠 수 있고 시민사회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이런 전략을 무력화하려면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설정한 '안 되면'이라는 가정상황을 물거품으로 만들면서 점거농성 자진해산을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청와대가 이미 '안 돼'라고 선언해 버렸다. 지난달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촉수엄금'을 선언했다. 4대강 사업은 홍수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고, 속도전은 우기에 대비해 필수적인 공법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래서 어쩔 수가 없다. 타협하느니 차라리 밟는 게 낫다. 어차피 4대강 사업을 포기할 수 없고, 4대강 사업 예산 대부분을 삭감할 수 없다면 '단호하게' 회의장에 들어가는 게 낫다. 그러면 청와대의 칭찬을 들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동에 희망을 걸지만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3자회동이 열린다 해도 '밥만 먹고 가지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예산 문제나 4대강 사업에 대해 대통령에게 해법 제시를 요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장광근 사무총장의 말, 그리고 "(정세균 대표가)국가적 사업에 최소한의 협조와 배려를 해주기를 부탁드린다"는 정몽준 대표의 말, "예산 문제가 대통령 앞에서 할 이야기인가"라는 이동관 홍보수석의 말이 이런 단정의 방증이다.

아무리 '막장 국회'를 욕하고 '협상 부재'를 탓해도 소용없다. 초장에 협상의 여지를 없애버렸는데 어떻게 협상을 시도하고 막장을 방지할 수 있겠는가.

남은 건 '밟는' 시기와 방식이다. 특히 미디어법 강행처리 때 연출됐던 재투표와 대리투표의 후진성을 털어내고 '사뿐히 즈려밟는', 선진화된 방식을 개발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 국회 예결특위 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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