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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 '뻥'치면 '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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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 '뻥'치면 '뿅'한다

[김종배의 it] '행태 선진화'가 절실한 한나라당

의석비율에 따른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원칙을 깨겠다는 한나라당의 국회법 개정 계획은 도발에 가깝다. 13대 국회 이래 20년간 이어져온 원칙을 깨는 것이자 국회 질서를 새로 짜려는 것이기에 그렇다.

근데 왜일까? 내용이 엄청난데도 느낌은 밋밋하다. 닭 보는 소의 눈길처럼 흔들림이 없다. "또냐?"라는 한가한 물음과 '되겠냐?'라는 김빠진 전망만 새어나온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나라당의 국회법 개정 계획은 이번에 처음 내놓은 게 아니다. 1년 넘게 되풀이해온 '타령'이다. 18대 국회가 개원된 직후이자 이른바 'MB악법' 처리가 예고됐던 지난해 7월,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국회법을 개정하겠다고 했었다. 법안 상정 8개월 내에 본회의 처리까지 완료하는 '법안 자동상정제'를 도입하고 '몸싸움(폭력) 금지법'을 만들겠다고 했었다. '미디어법' 등의 처리를 놓고 국회 폭력이 발생한 올해 초에도 국회법을 개정하겠다고 했었다. '질서유지법'을 만들어 의장석을 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의원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했었다.

때와 상황에 따라 방점을 달리 찍긴 했지만 내용은 일관됐다. 일사천리 의안 처리-일전불사 싸움 금지를 달성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1년 넘는 세월을 보내면서도 어느 것 하나 처리하지 못했다. '법안 자동상정제'도 '몸싸움(폭력) 금지법'도, '질서유지법'도 처리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국회법은 게임의 룰을 규정한 법률, 따라서 모든 게임 참가자(정당)의 합의하에 처리하는 게 원칙이고, 그렇게 해온 게 관례였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홍준표 전 원내대표도 "숫자와 힘으로 밀어붙이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프레시안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숫자와 힘으로 밑어붙이고 말고 할 여지가 없었다. 한나라당은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일단 '지르고' 방안은 나중에 검토하는 식이었다. 그 예가 한나라당이 당내에 구성한 '국회 선진화특위'다. 개별 의원이 검토 또는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종합 검토해 당의 통일된 안을 만든다는 '국회 선진화 특위'가 구성된 시점은 올해 8월 초. 홍준표 전 원내대표가 '법안 자동상정제'와 '몸싸움 금지법' 등을 운위한 뒤 1년 하고도 1개월이 지난 뒤였다. 한 선수가 '뻥' 차면 그제서야 다른 선수가 내달리는 '동네축구'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상임위원장 독식'을 언급하면서 덧붙였다. 외국 사례 등을 분석하고 당 '국회 선진화특위'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 '국회 선진화특위'는 이미 안을 내놨다. 9월말에 폭력 의원을 징역형에 처하고 5년간 출마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3개의 국회법 개정안을 내놨다. 여기에 없었다. 당 '국회 선진화특위'가 마련한 국회법 개정안에 다수당이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는 안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상시국회와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방해)제도를 도입하고, 법안 자동상정제와 함께 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기능을 폐지하는 내용까지 담으면서도 '상임위원장 독식' 조항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구체 방안이 마련되지도 않았는데, 아니 그런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 없었는데도 무조건 '지른' 것이다.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환노-이종걸 교과위원장이 노조법 개정안-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 상정 거부 입장을 표명하자 임기응변으로 '뻥' 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개개의 국회법 개정안은 검토할 필요가 없다. 독소조항과 '선진화 조항'이 혼재해 있지만 굳이 가를 필요가 없다. 어차피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정당이 차분히 머리 맞대도 될까 말까 한 게 국회법 개정인데 먼저 '뻥' 치면서 상대를 자극하고, 십년대계는 고사하고 순간적인 정치상황에 자극 받아 임기응변식으로 대책을 강구하는데 어떤 야당이 개정 협상에 응하겠는가.

한나라당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국회 선진화'가 아니라 '행태 선진화'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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