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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사학분쟁조정위, '조정' 끝내지 못하고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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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사학분쟁조정위, '조정' 끝내지 못하고 종료

조선대 정이사 선임…상지대·세종대는 '내년에'

21년 동안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 온 광주 조선대학교에 정이사가 선임돼 정상화의 길이 열렸다.

지난 10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조선대 학교 측과 구 재단 이사,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7명을 완전 합의를 통해 정이사로, 1명을 구 재단의 동의를 받는 조건으로 예비이사로 선임했다. 이사회 총정원 9명 가운데 8명이 선임된 것.

지난 1988년 당시 문교부가 박철웅 총장, 부인, 아들 등 일가로 구성된 이사 9명의 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한 지 21년 10개월 만이다. 지난 4월 사분위는 조선대에 6개월 임시이사를 파견했고, 지난달 이들의 임기가 만료됐다.

그러나 조선대와 마찬가지로 학내 분규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지대, 세종대, 광운대 등의 정상화 방안은 여전히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다음 회의로 미뤄졌다. 광운대는 지난 10월, 상지대는 지난달 19일 임시이사 임기가 만료됐으며, 세종대 역시 지난 10일 이사 임기가 만료돼 이사회가 공백 상태를 맞게 됐다.

이런 상태에서 2007년부터 활동해온 1기 사분위 위원들의 임기가 오는 26일 종료돼 새로운 사분위가 다음 회의를 이끌어가게 됐다. 총 11명의 사분위원은 대통령이 추천하는 3명,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3명,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5명으로 이뤄진다. 사분위를 관할하는 교과부는 현재 새 사분위원을 두고 각 추천권자로부터 추천을 받는 중이다.

교육계에서는 정권의 성격을 감안하면 새 사분위에 구 재단에 옹호적인 보수 성향의 위원들이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사분위 관계자는 "논의가 길어진 이유는 학교를 사유 재산으로 생각해 구 재단 측을 옹호하는 위원들과, 반대로 학교를 공공재로 생각하는 위원들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새 사분위에는 보수 성향 위원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분위원 몇몇, 납득 못 할 정도로 편파적"

이런 상황을 두고 조속한 정이사 선임을 요구해온 대학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들 대학들은 임시이사 기간이 끝난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정이사 선임을 요구했지만 올해 상반기 또 다시 6개월 단기 임시이사가 파견됐다. 상지대는 1993년, 광운대는 1997년, 세종대는 2005년부터 임시이사 체제가 지속돼 왔다.

세종대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갑갑하다"며 "1기 사분위가 가장 중요한 대학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분위원 가운데 몇몇은 사고방식이 납득할 수 없을 만큼 편파적이었다"며 "대다수 학교 구성원의 요구와 달리 비리로 물러난 구 재단의 입장을 옹호하는 태도는 구 재단의 전방위적 로비 때문이라고 보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지난 4~6월 임시이사가 파견됐던 세종대, 상지대, 조선대에서는 학내 분규가 또 다시 심화됐다. 세종대에서는 임시이사들이 비리 혐의로 해임된 주명건 전 이사장을 세종호텔의 새 이사로 선임하는 등 임시이사들의 활동 때문에 각종 고소·고발이 이뤄졌다. 조선대에서도 정이사의 선임을 앞두고 구 재단 인사들이 다시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랐다.

사분위 관계자는 "사분위는 말그대로 수십 년간 법적으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사학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사분위를 마치 재판소처럼 생각하고 법을 운운하면서 해결점을 못 찾는 위원들이 너무 많았다"며 "더군다나 회의에서 이념 문제를 들고 나와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사학 분규…사분위 '제 역할'은 언제쯤

사분위 전체회의가 열린 지난 10일 정부중앙청사 앞 풍경은 사분위의 지지부진한 논의 탓에 분규가 끊이지 않는 사학들의 현재 상황을 보여줬다.

이날 이곳에서는 상지대의 구 재단과 학교 측의 집회가 동시에 열려 긴장감이 맴돌았다. 상지대 총학생회·교수협의회·직원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상지학원 비상대책위원회는 "비리 전과자에게 학교를 맡길 수는 없다"며 "교과부는 구 재단 측 인사가 배제된 정이사를 선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학이 학원 모리배 개인의 사유물로 전락해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상지학원의 모든 구성원은 결코 다시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 당국은 비리 구 재단의 복귀가 학원 정상화가 아닌, 새로운 학원 분규를 조장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문기 전 이사장의 복귀를 촉구하는 상지대 구 재단 측 인사들의 '맞불 기자회견'도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상지대학교 평교수협의회 회원 20여 명은 "상지대의 제2의 도약을 위해 김문기 설립자에게 다시 학원 경영권을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유재천 총장은 학원 경영권을 강탈하는 것도 모자라, 학생들을 선동해 불법 시위에 동원하고 있다"며 "유재천 총장은 즉각 교육계에서 물러나고, 빼앗은 학원 경영권을 즉각 환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조선대 구 재단 측 인사들로 구성된 조선대학교 정상화추진위원회도 자유사회연대·부패방지시민회의 등 보수단체 회원 100여 명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고, "진보 성향 사분위원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친북 세력과 그 부역자들이 사분위 회의에서 조선대 설립자와 전혀 상관이 없는 친북 성향 인사를 정이사로 뽑아 조선대를 탈취하려고 한다"며 "교육과학기술부와 사분위는 무자격자의 조선대 정이사 선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이들의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 해산을 요구하는 경고 방송을 몇 차례 내보냈으나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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