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외고를 비롯한 고등학교 입시 및 체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사교육을 유발하는 핵심 문제였던 외고의 학교별 학생 선발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정원을 다소 줄이고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관련 기사 : 교과부 "외고 존속…입시에 입학사정관 도입하겠다")
그간 외고 개선을 강하게 주장하며 추첨제 도입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교과부의 외고 개혁안은 매우 미흡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할 때 나름대로의 고심 끝에 나온 결과라고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시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문제가 재연될 소지가 보이면, 당초 법안을 적극 추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지만 사실상 교과부의 방침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정부의 전향적인 해결책 제시를 기대했던 교육 단체들은 일제히 "기가 차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사실상 학생 선발권 백지 위임…우수 학생 계속 독점할 것"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통해 이번 발표를 "교과부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한 뒤 "'눈 가리고 아웅하는'식의 땜질 처방으로 오히려 지금까지 존재해온 외고 문제를 더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입학 정원을 줄이는 것은 외고 입시 경쟁을 강화할 뿐, 입시 경쟁으로 인해 유발되는 사교육비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며 "입학사정관제에 의한 선발은 사실상 외고에 학생 선발권을 백지 위임한 것이며, 우수 학생 독점 문제 등은 여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교과부와 한나라당에 묻고 싶다"며 "사실상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이 안을 발표하기 위해 수많은 말잔치와 논란을 거듭한 것인가. 지난 국정 감사 때 외고 폐지 문제와 관련 교과부 장관을 강도높게 질타하던 한나라당 교과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기개는 어디로 가버렸나"라고 비판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상 외고들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 아닌가"라며 "선발권을 놓지 않고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것은 외고 개편안이 아닌 '외고 지원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더군다나 인원이 30% 정도 감축된다면 오히려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는 어쨌건 유리한 조건이 된다"며 "오히려 특혜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학교 등급제 우려도…사교육 더 늘어날 것"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역시 "외고 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에 한참 못 미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외고 문제를 양산시킬 수 있는 매우 문제가 많은 안으로 평가된다"며 "예상대로 교과부는 외고에 대한 개혁 의지가 전혀 없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교과부 안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입학사정관제에 관한 장밋빛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외고는 학교 간 학력 격차 내지는 학교가 속한 지역 등을 고려해 중학교 등급제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대학교에서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제도를 외고가 제대로 활용하고 정착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은 뒤 "그동안 외고가 입학사정관제를 주장한 것은 정부의 통제를 피해서 명문대학에 보낼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의도가 강하다는 것을 누가 부인하겠나"라고 질타했다.
좋은교사운동은 "학부모들에게 주어지는 신호는 이제 영어에 올인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타 과목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수능에서는 여전히 모든 과목이 중시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좋은교사운동은 "향후 외고나 국제고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사립의 경우는 재단 전입금의 비율을 높이거나 등록금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라며 "현재도 일반계고의 2배에 해당하는 등록금 수준인데 등록금이 올라간다면 또 하나의 경제적 조건으로 장벽을 치는 셈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 단체는 "성적순 선발 체제가 유지되는 이상 어떤 방식으로 선발 방법을 변경해도 결론은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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