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재매각 문제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오른 자베즈 파트너스의 실체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점차 커지고 있으나, 이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뚜렷한 인수후보자가 없다는 점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을 공기업화해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이 제기됐다. 이참에 건설산업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하며, 그 결과물로 대우건설을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무적 기준만으로 기업매각 추진하면 곤란"
10일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건설·쌍용건설·금호생명 등 5개 기업 노동조합이 만든 '바람직한 기업매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바람직한 기업매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이와 같이 주장했다.
이 부소장은 "노조에서 매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부터 이해되지 않는다"며 "어떤 매각이든 결국 매각차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현재 진행되는 매각 논의 자체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른바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매각이 아니라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금융투자' 논리에 기업매각이 좌우되는 한, 어떤 자본이 오더라도 인수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이 부소장은 "주채권은행이 오직 '재무적 기준'에 따라 독단적으로 기업 매각 여부를 결정하는 현재 틀 아래서는 '돈 투입했으니 이익 거둬야 한다'는 얘기 말고는 설 공간이 없다"며 "재무적 기준 외에도 산업적·사회적·공공적 기준 등을 기업 매각에 들이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주채권은행 관계자와 노동조합, 정부 측 인사, 시민단체 등이 한 자리에서 논의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며 "다양한 기준으로 기업 매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건설 국민기업화 논의 필요"
한편 이 부소장은 "대우건설 문제만 놓고 보자면 국민기업화하자는 주장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며 "건설산업 구조조정과 동시에 공기업화 논의도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우건설 매각이 어려운 이유는 사적 시장에서 처리해서는 안 되는 기업을 억지로 매각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적어도 대우건설의 경우에는 매각은 해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용건 사무금융노조 위원장도 "대우건설은 싸게 팔든 비싸게 팔든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지금은 매각주간사 지위도 스스로 버린 산업은행에 '파킹'해두는 게 맞는 방법"이라고 했다. 산은이 대우건설을 일정기간 소유해 정상화시키는 게 가장 좋은 해법이라는 뜻이다.
국민세금을 투입해 민간기업을 공기업화하자는 주장이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부소장은 "어디까지나 대우건설 매각 문제는 건설산업 구조조정과 맞물린 문제"라며 "지나치게 공급이 과잉된 건설과 조선산업은 구조조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하고, 이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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