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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으로 언어의 경계 넘기

[공연리뷰&프리뷰] 극단 몸꼴의 연극 '리어카, 뒤집어지다'

▲ ⓒ프레시안

어두운 무대 위 음악 소리와 함께 리어카를 타고 등장한 이들. 이들은 이내 커다란 보꾸러미 하나씩을 들쳐 메고 무대로 나온다. 초라한 행색이며 주위를 경계하는 태세가 혈혈단신 집 떠나온 이농민의 분위기를 물씬 자아낸다. 남자 둘에 여자 둘, 합은 넷인데 차림새나 꾸러미의 모양새가 비슷해 마치 한솥밥 먹는 가족을 연상케 한다.

서로를 탐색하며 경계하던 이들은 알 수 없는 동질감으로 하나 되어 리어카와 함께 간소한 축제를 벌인다. 박자에 맞춰 리어카의 바퀴를 돌리고 한 호흡으로 다 같이 리어카에 올라타 기예에 가까운 묘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밥벌이의 지난함은 이들이 처한 현실을 차갑게 일깨운다.

자신의 덩치만큼이나 큰 보꾸러미를 짊어지고 함께 나뒹굴기를 반복하면서 이들은 푸념을 희망삼아 근근이 생계를 꾸려간다. 손님의 냄새나는 구두에서 돈 한 푼 받지 못하는 관객의 구두까지 정성껏 입김 불어 닦는 사내의 모습에서는 정겨움이 한가득 베어 나온다. 구두 닦기에 맞춰 숟가락과 양철도시락으로 장단을 맞추는 그네들의 화법은 흥겨움을 한층 배가시킨다.

흥취가 농익을 무렵 다시금 엄습해오는 삶의 노동은 이들을 바짝 위축시킨다. 양철도시락과 배우들의 몸이 내는 마찰음은 각박한 삶의 현실을 상기시킨다. 구겨질 듯 튀어 오르는 마찰음은 소리를 넘어서 소음으로 치닫는다. 듣기 불편할 정도의 굉음은 군홧발의 무자비한 폭력을 떠올리게 하며 이들의 비루한 처지를 거칠게 표현해낸다.

사내의 저글링 묘기와 여자의 하모니카 연주는 거칠어진 이들의 삶을 조심스레 보듬는다. 그러나 이들은 짓밟힘과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을 견디지 못한 채 하나둘 쓰러져간다. 리어카 밑에 깔린 이들은 하나같이 창백한 낯빛으로 절망의 굴곡을 살아낸다. 머리 위로 옷을 뒤집어쓰고는 속옷 하나 간신히 걸친 채 자신의 보꾸러미 위에 내동댕이쳐진 여자의 모습에서는 정신뿐 아니라 육체마저 유린당해야만 하는 빈자의 현실이 묻어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보꾸러미를 결코 손에서 놓지 않는다. 희망의 한 조각을 입가에 머금은 채 다시금 무대로 등장한 이들은 보꾸러미를 짊어진 채로 하늘 높이 튀어 오른다. 공허하다면 공허한 이들의 외침은 찬란한 희망의 빛 한 줄기를 쏘아 올리고 또 한 번 리어카를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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