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칵테일의 강렬한 입맞춤!

[공연리뷰&프리뷰] 뮤지컬 '웨딩싱어'

▲ ⓒ프레시안

사랑.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 마음의 상태. 하지만 사랑에 대한 사전적 의미만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완전히 표현해낼 수 있을까? 수많은 고전과 명작 속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사랑 이야기로 미뤄 짐작 컨데 '사랑'이라는 것은 어쩌면 인류가 풀어나가야만 하는 평생의 과업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지만 '변함없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사랑은 변하기도 하고 퇴색하기도 한다. 핑크빛에서 핏빛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층위는 레인보우 칵테일의 빛깔만큼이나 다채롭고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한없는 달콤함과 소태처럼 쓰디쓴 잔영이 공존하는 '웨딩싱어' 속 담겨진 사랑은 과연 어떤 맛일까?

So sweet! 사랑이 밥 먹여주다!
돈이 모든 척도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오늘, 로비와 줄리아의 사랑은 시대를 역행하는 비현실성을 띤다. 사랑하나로 온전히 하나가 되는 이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진부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상적이다. 이 시대의 누가 그러한 사랑을 꿈꾸겠는가? 하지만 그렇기에 이들의 사랑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순수함으로 가득한 로비와 줄리아는 사랑이라는 위대한 힘으로 모든 장애물을 헤쳐 나간다. 글렌의 재력도 이들의 사랑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이들은 '나의 소원은 너와 함께 늙는 것'이라며 '널 매일매일 내 곁에 두고 싶어서 / 제일제일 사랑하는 네게 다 양보해'라고 맹세한다.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이들의 사랑은 학벌, 직업, 가문으로 그 사람의 모든 값어치가 재단되는 요즘, 우리에게 다시금 사랑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 환기시킨다.

So Hot! 토요일 밤의 뜨거운 열기!
하지만 지고지순한 사랑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사랑의 열정은 신나는 디스코와 강렬한 안무로 화산처럼 분출된다. 1부의 대미를 장식하는 'Saturday Night in the City'의 군무는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무용수들의 선정적인 의상과 격렬한 안무는 홍대의 한 클럽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껏 달아오른 무대는 점점 고조돼 홀리의 물쇼에서 정점에 이른다. 계속해서 쏟아져 내리는 물에 온 몸을 불사르는 홀리와 어우러지는 앙상블의 조화는 '웨딩싱어'만의 특별한 선물이다.

So great! 관객들과 함께하는 유쾌한 웨딩파티!
막강캐스팅과 화려한 볼거리, 신나는 음악과 완벽한 춤. 이 모든 게 갖춰졌다 해도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없다면 이들의 파란만장한 웨딩파티는 그들만의 파티로만 남겨져버린다. '웨딩파티'는 관객과의 소통을 꾸준히 유도해낸다. 로비의 게이친구인 조지와 친할머니로 분한 로지 커플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할머니와 게이라는, 각각의 캐릭터로부터 배어나오는 브레이크 댄스와 랩은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로비의 프러포즈를 도와주게 되는 머돈나와 아놀드 슈가, 레아공주, 티나 터너, 미라클 잭슨의 존재는 위트를 더한다. 이들의 기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색채를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웨딩싱어 속 숨겨진 사랑의 맛은 다양했다. 그들의 사랑은 상큼했지만 텁텁했다. 또한 달콤했지만 씁쓸했다. 유쾌한 그들의 웨딩파티는 알록달록한 빛으로 채색된 그들의 사랑만큼이나 풍성하고 다채로웠다. 하지만 이들의 소소한 사랑 이야기는 아직은 숙성이 덜 된, 푸릇푸릇함 속의 떫은맛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소소(So-so)함에서 무사히 숙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