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국세청장 "'도곡동 땅' 내부문서 없다"

"안원구, 국세청 개혁과정에서 용퇴한 사람"

백용호 국세청장은 안원구 전 국장이 서울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적힌 내부 문서의 존재 여부와 관련해 "그런 문서는 없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부인했다. 백 청장은 27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장으로 드리는 말씀을 믿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백 청장은 "이번 일이 빨리 마무리돼 국세청의 신뢰가 회복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 국장은 2007년 말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며 포스코 건설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 그는 최근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당시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라는 전표 형식의 문서를 확인했다고 말해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도 이날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백용호 국세청장에게 2007년 하순에 정기세무조사를 하면서 발견한 문서가 있다는데, 같이 조사에 참여했던 조사관을 조사하고 문건의 소재를 확인해 제출할 것을 촉구했다"고 했다.

백 청장의 이날 발언은 민주당과 안 국장의 의혹 제기를 일축한 것으로, 논란의 진앙인 국세청이 이번 사건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듯한 의도가 짙게 배어 있다. 백 청장은 또한 안 국장에 대한 사퇴 종용 논란에 대해서도 "국세청 개혁 과정에서 8명이 용퇴했다"며 "그 중 한 명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임성균 감사관(현 광주청장)이 안 국장에게 청와대 고위층을 언급하며 모 기업의 CEO 자리를 줄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백 청장은 "임 감사관이 새로운 청장이 오기 전에 자신이 소관하던 업무를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말실수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는 임 감사관이 논란이 벌어지자 "청와대 압력이 있었던 건 사실이 아니다. 완전히 내 말실수"라고 부인한 것과 판박이다.

이날 기재위에서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서병수 위원장에게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 개최를 요청하는 등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한나라당 소속 친이계 의원들은 안 국장과 그의 부인 홍혜경 씨를 파렴치범으로 몰아붙이며 단단히 방어막을 쳤다.

차명진 의원은 "국민의 세금을 떼어 먹고 그림을 비싸게 팔아먹은 사람을 양심범 취급하는 것은 천인공노할 사태"라며 "안 국장이 지난 김대중 정부에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후원회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는 등 지난 정권에서 커넥션이 있었던 것도 다 찾아내야 한다"고 역공을 했다. 진수희 의원도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일부 언론의 보도, 확인되지 않은 의혹 등을 가지고 질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