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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쓰러지고 5년 만에 재산 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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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쓰러지고 5년 만에 재산 탕진"

['보호자 없는 병원'을 기다리며·끝] '보호자 없는 병실' 운영하는 창원병원

맞벌이가 대세인 요즘, 혹시 가족 중에 환자가 생긴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대부분 어렵게 얻은 직장을 포기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간병사를 고용해서 가족을 돌보게 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 못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족 중에 누군가는 결국 생업을 포기해야만 한다. 이는 간병비가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간병사가 환자를 24시간 돌보는 경우, 월 180만 원에서 200만 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

이 정도면, 환자의 질환이 1년 넘게 장기화 될 경우 한 가정이 파탄나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2007년 한 해 동안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 사업을 벌인 것은 이 문제가 사회문제로까지 번져가고 있음을 정부도 인식했기 때문이다.

내가 있는 경남 지역에서도 지난 2007년부터 '리틀 보호자 없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병원과 같이 체계적인 것도 아니고 규모도 한 병원에서 병실 하나로 아주 작은 편이지만 '보호자 없는 병원'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현실에서 증명해보이고자하는 취지였다.

창원에서는 산재의료원 창원병원과 한서재활의학과 2개의 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경남고용복지센터 등 시민단체들이 병원 측과 협약을 맺어 병실 하나를 받은 셈이다. 예산은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으로 받았다. 6개의 베드가 있는 한 병실에서 4명의 간병인을 고용해 2명씩 2교대로 돌아간다.

▲지난 2007년부터 산재의료원 창원병원과 한서재활의학과 2개의 병원에서 '리틀 보호자 없는 병원'을 하고 있다. 한양대병원과 같이 체계적인 것도 아니고 규모도 한 병원에서 병실 하나로 아주 작은 편이지만 '보호자 없는 병원'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현실에서 증명해보이고자하는 취지였다. ⓒ프레시안

일종의 '공동 간병'인 셈이어서 현재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보호자 없는 병원'과는 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병원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비록 작은 규모고 엉성하지만 이 사업의 제도화 필요성에 대한 확신은 더 강해진다. 한시적 일자리 사업의 울타리가 아니라 의료보험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신념 말이다.

실무팀인 나도 그렇지만, 환자나 보호자들은 더 간절했다. 심지어 이 사업으로 고용된 간병인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의 둘째 딸 A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A 씨의 아버지는 팔십 평생 아픈 적이 없었다고 했다. 시골에서 사시던 그녀의 아버지가 쓰러진 건 지난 2007년 6월. 뇌출혈이었다. 직장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마지막일지 모른다 생각이 되니 모든 걸 접고 아버지를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일 정도 돌봐드렸어요. 마지막 효도한다고 생각했죠. 어느 정도 상태가 호전되어 집으로 모셨는데 다시 쓰러지셨어요.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셨는데 또 넘어지셨죠. 넘어지면서 다쳐서 움직이시질 못했어요. 병원 치료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되니 눈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효도'도 먹고 살아야 할 수 있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는 대소변을 다 받아내야 한다.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것이다. 그녀는 "일은 해야 하고 아버지도 돌봐야하니 어쩔 수가 없어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녀가 우연히 찾은 곳이 다행히도 '보호자 없는 병실'이 있는 창원병원이었다. 아버지를 자기 집이 있는 창원으로 모셔 온 A 씨는 "그래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5남매가 있지만 모두 직장을 다녀 프리랜서인 A 씨가 아버지를 돌봐 왔지만, 그것도 한계에 달하던 즈음이었다.

아버지가 수술을 받은 백병원에서 A 씨가 직접 목격한 한 가정의 사례는 더 A 씨를 불안하게 했다.

"젊은 간호사의 남편이 쓰러진 거예요. 본인은 남편을 돌보고 아이들은 시어머니가 챙기는데, 그런 생활을 무려 5년이나 했다고 하더라고요. 옆에서 보는 것도 힘겨워 보였어요. 그 간호사는 당연히 퇴직을 해야 했고, 수입은 없어지고 병원비는 쌓이니 재산도 다 날렸다고 했어요. 너무 보기 딱했는데 방법이 없으니 더 답답하고…."

이 병실에서는 환자 한 명이 부담해야 하는 간병인 고용 비용은 하루에 2만7000원이다. 일반적으로 간병비가 하루 6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인 것이다. 당연히 A 씨도 아버지를 이 병원으로 옮기면서 간병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는 하루보다 한 달 간병비를 비교해 보면 더 확연해진다. 일반 병원에서 간병인을 고용하려면 한 달에 180만 원이 들지만 이 병실에서는 81만 원만 내면 된다.

▲ 간병사들은 보호자 없는 병원을 통해 환자들이 얻게 되는 많은 '이득'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다. ⓒ프레시안

만일 이 병원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을 하는 병동이 사라지면 A 씨는 어떻게 될까?

"다시 제가 일을 그만두는 수밖에 없죠. 누군가는 아버지를 돌봐야 하잖아요."

간병사들도 마찬가지다. 간병사들은 보호자 없는 병원을 통해 환자들이 얻게 되는 많은 '이득'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다. 간병사 B 씨는 "아픈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고 이 사업의 효과를 설명했다.

"젊은 남자가 경추손상을 입어서 우리 병실에 입원했어요. 아버지는 직장이 있긴 한데 소득이 얼마 되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보호자 없는 병원' 병동에 들어오면서 아들 돌보는 걱정도 덜고 경제적 부담도 조금 덜게 되니 다행이었죠. 물론 그래도 힘들어 하지만요."

지금은 보호자 없는 병실에 들어와서 얻는 경제적 이득을 노동부가 지원하는 셈이지만, 의료보험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면 환자의 혜택은 더 커질 것이다. 간병의 질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창원병원은 워낙 작은 병원이고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도 겨우 한 개 병실에서만 이뤄지다 보니 그 병실에 있는 환자들의 상태가 서로 다르다. 당연히 간병인의 일 자체도 힘겨울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간병사들은 서로 이 병실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환자에게 직접 고용된 간병사들에 비해 처우가 훨씬 좋기 때문이다. '보호자 없는 병원'이 정부 정책으로 시행되면 당연히 전국의 모든 병원의 간병사들도 4대 보험 등 각종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될 것이다.

창원병원의 예는 완벽한 '보호자 없는 병원'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병원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직면해야 하는 간병 시스템보다는 100배 이상 나은 것은 분명하다. 환자에게도, 가족에게도, 그리고 현재는 '비공식 노동'으로 되어 있는 간병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모두에게 좋은 '보호자 없는 병원'의 더딘 제도화가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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