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MB가 영산강을 방문한 진짜 이유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MB가 영산강을 방문한 진짜 이유는…

[홍성태의 '세상 읽기'] 4대강의 눈물

'4대강 살리기 기공식'이 열렸다고 한다. 아니다. '4대강 죽이기 기공식'이 열렸던 것이다. '4대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이라고 했다고 한다. 아니다. '4대강 죽이기 절망 선포식'이라고 해야 한다.

강바닥을 무려 6미터(m)까지 파헤치고, 강 주변을 콘크리트로 파괴하는 것을 어떻게 강 살리기라고 할 수 있는가? 강의 흐름을 완전히 차단하는 보를 설치하면 수질이 크게 나빠진다는 것을 태화강은 생생히 입증하고 있다. 거의 20개에 이르는 보와 댐을 삽시간에 건설하는 것을 어떻게 강 살리기라고 할 수 있는가? 잘못도 이런 잘못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야당의 반대를 겨냥해서 4대강 사업이 정치 논리로 좌우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극구 '4대강 살리기'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사실상 '4대강 죽이기'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바로 이 때문에 70퍼센트(%)를 넘는 대다수 국민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거나 커다란 우려의 뜻을 밝히고 있다.

11월 15일에 문화방송(MBC)이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성인 1000명 대상 전화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3%가 전면 중단 또는 대폭 축소의 뜻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의 뜻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정치 논리로 야당의 반대가 아니라 국민의 반대를 무시하고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야당은 4대강 사업을 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추진 사업으로만 보지 말고 국가 장래를 위한 우리 시대 정치인의 공통된 사업으로 생각해 달라"며, 민주당 소속인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라남도지사의 4대강 사업 지지 발언을 놓고 "이는 4대강 살리기에 대한 지역민과 국민 모두의 높은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광태 시장과 박준영 도지사의 발언은 우리의 지방 자치에 비추어 보자면 당연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잠시 2008년의 지방자치단체 재정 자립도를 보자. 전국 평균은 53.9퍼센트였다. 광역시 중에서 최저는 광주로 47.8퍼센트였으며, 도 중에서 최저는 전라남도로 11.0퍼센트였다.

▲ 지난 2007년 4월 18일 영산강 하구에서 수질을 검사하는 이명박 대통령. 그는 지난 22일 영산강을 다시 찾아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시작을 선언했다.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어떻게 정부와 여당이 많은 돈을 주겠다고 하는 사업을 대놓고 반대할 수 있겠는가? 극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시장과 도지사의 지지 발언을 '지역민과 국민 모두의 높은 기대'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전인수의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물론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잘못된 사업을 적극 지지하고 나서는 것도 잘못된 것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자기 돈도 아닌 국민의 혈세를 내세워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이용하는 것은 더욱 더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없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몽준 대표보다 더욱 명확하게 한나라당의 전술이 어떤 것인지를 밝혔다. 아마도 그 핵심은 결국 돈으로 지역을 제압하고 지지를 확보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4대강이 진정 중단돼야 옳은지, 그 지역 예산은 원하지 않는 것인지 양심에 따라 소신 있게 밝히는 것이 의원의 도리", "민주당이 4대강 때문에 복지, 교육, 사회간접자본 예산이 깎인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서 죽자고 4대강을 저지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막대한 예산으로 국회의원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발언이다. 더욱이 예산은 한나라당의 돈이 아니라 국민의 혈세이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의 예산은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내역을 제대로 제시해서 예산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예산의 심의를 받기 위한 자료조차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내세워서 야당의 의원들을 굴복시키려는 것인가?

정말 '의원의 도리'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달려 있는 거대한 토건사업을 환경영향평가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강행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4대강 사업의 실체에 대해 국민 앞에서 낱낱이 따지고 밝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원의 도리'일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만이 아니라 많은 교수들과 시민단체들이 "복지, 교육, 사회간접자본 예산이 깎인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이들을 모두 고발하거나, 아니면 이들과 국민 앞에서 잘잘못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진정한 '의원의 도리'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MBC에서 제작한 <북극의 눈물>이라는 기록물을 보고 크게 놀랐다. 온난화로 말미암아 북극의 얼음들이 빠르게 녹고 있고, 이 때문에 북극곰들이 굶어 죽거나 물에 빠져 죽고 있다. 죽는 것은 북극곰만이 아니다. 북극곰의 위기는 바로 인류의 위기이기도 하다. 자연의 질서가 붕괴하면 인간의 문명은 붕괴하고 만다. 자연을 잘 지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찍이 프랑스의 프랑소아-르네 샤토브리앙은 '문명 앞에 숲이 있고, 문명 뒤에 사막이 있다'는 말로 문명의 근원적 문제를 요약했다. 자연의 풍요와 안정은 문명의 필요조건이다. 자연의 파괴와 동요는 문명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그리스 문명 등이 모두 이런 이유로 몰락해서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 지구적 차원의 생태 위기에 직면해서 인류는 새삼 자연과 문명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고 문명의 야만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여전히 자연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성장주의와 개발주의의 위세가 드높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개발독재의 유산인 성장주의와 개발주의의 문제를 지적하며 그 개혁을 촉구하고 있지만, 돈과 힘을 장악한 자들은 여전히 성장주의와 개발주의를 유일한 구원의 길인 것처럼 제시하고 강요한다. 성장과 개발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의 파괴와 동요를 낳기 쉽기 때문에 우리는 성장과 개발의 질에 대해 깊이 고찰해야 한다.

이미 세계는 자연을 보존하는 좋은 성장과 좋은 개발을 적극 추구하고 나서고 있는데, 이 나라는 여전히 자연을 파괴하는 나쁜 성장과 나쁜 개발을 여전히 강행하고 있지 않은가?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강행되는 '4대강 죽이기'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오명을 남기게 되지 않겠는가?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다. 이 나라에서 생태 위기는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 논리로 4대강 사업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의 지적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필 영산강에서 기공식을 연 것이야말로 4대강 사업이 정치 논리로 강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가 아닌가? 4대강 사업은 사실상 낙동강 사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예산의 60퍼센트 정도를 낙동강 일대에 퍼붓는 사업이다.

그러므로 기공식은 당연히 낙동강에서 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대체 왜 영산강에서 기공식을 한 것인가? 낙동강만이 아니라 영산강에도 많은 혈세를 퍼부을 것이라고 과시하기 위해서였는가? 또는 2010년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개발 사업을 영산강에서 벌여서 많은 혈세를 호남에 퍼부을 테니 한나라당을 지지해달라는 정치적 목적에서 그렇게 한 것인가?

사실상 매표 정치의 성격을 지닌 토건정치가 문제의 근원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너무나 노골적으로 돈을 내세우고 있어서 자칫 한나라당이 아니라 '돈나라당'이라는 비판이 나올 판이다. 그러나 토건정치는 결국 자연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는 정치이다. 4대강 사업이 토건정치가 아니라면, 4대강 사업이 '4대강 죽이기'가 아니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문제를 지적하는 학자들과 공개 토론에 나서야 한다.

서울대의 이준구, 김정욱, 김종욱 교수 등을 비롯한 전국의 수많은 교수들이 4대강 사업을 망국의 사업으로 규정하고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라디오 방송이 아니라 개방적이고 양방향인 토론에 나서라. 정말로 나라를 걱정해서 4대강 사업을 벌이는 것이라면, 학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