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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수도꼭지 안 잠그면 욕 먹을 수밖에…"

[토론회] 교과부도 "한국의 등록금 비싼 건 사실"

"발표 후 굉장히 화가 났다. 정부가 학부모와 학생을 우롱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주영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

"이렇게 시행하면 교육과학기술부는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이 비판하는 정책이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19일 발표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두고 질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수태 교과부 교육선진화정책국장은 쏟아지는 비판의 목소리를 두고 "아직 완전히 결정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상경대학에서 이종걸 의원(민주당) 주최로 열린 '정부의 취업 후 상환제, 무엇이 문제인가' 간담회에서도 이런 비판이 반복됐다.

▲ 23일 열린 토론회에서 안진걸 국장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가 학생 부담을 미래로 이전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등록금 인상 억제 장치 없인 등록금 문제 해결 못 한다"

발제자로 나선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두고 "학생 부담을 미래로 이전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폭등한 등록금과 매년 물가인상률의 3~4배 이상 치솟는 등록금에 대한 통제와 개입 없이 취업 후 상환제만 시행하는 것은 등록금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학생들에게 빚만 지게 만든다는 것.

안진걸 국장은 "대학들은 취업 후 상환제를 빌미로 '나중에 돈 벌어서 내면 되니까'라는 논리로 등록금을 마구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그런 움직임이 대학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등록금에 대한 통제와 인상 억제 장치 없이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정부가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취업 후 상환제를 시행함과 동시에 등록금 상한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높은 이자율도 학생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6퍼센트(%)로 책정된 이자율을 두고 안진걸 국장은 "다른 정책 금리는 2~4퍼센트를 적용하면서 가장 공공적인 영역인 교육 관련 금리는 6퍼센트 안팎의 고금리를 적용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안진걸 국장은 "한국장학재단의 채권 발행 금리보다 더 많이 받아서 이윤을 남기겠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6퍼센트 안팎의 고금리를 적용할 이유가 없다"며 "기존 이자 지원까지 전격 폐지하면서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학생, 학부모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안진걸 국장. ⓒ프레시안
"최저생계비 겨우 버는데…"

안진걸 국장은 이번 정책이 특히 저소득층에게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강조했다. 안진걸 국장은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지원하던 무상장학금을 없애고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도 없애버렸다"고 비판했다. 현행 등록금 대출 제도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연간 45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장학금이 없어지고 대신 생활비로 수급자들은 연간 200만 원을 지급받게 됐다.

혜택은 대폭 삭감됐지만 저소득층에게 부과된 상환 기준이 녹록치 않다. 안진걸 국장은 "정부는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인 1592만 원 이상 벌게 됐을 시, 대출금의 20퍼센트를 갚도록 책정했다"며 "최저생계비를 겨우 벌었는데 20퍼센트 상환율로 상환을 시작한다는 건 소득이 적은 사람들의 부담을 더욱 크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초임연봉 190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최초 상환액은 1년에 62만 원이다.

안진걸 국장은 "법원에서 인정하는 최저생계비는 보건복지부가 정하는 최저생계비의 150퍼센트 선에서 정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도 빈곤선의 소득을 그대로 상환기준으로 하지 않고 150퍼센트를 가산해 상환기준소득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그는 "2400만 원 정도가 상환기준소득이 되는 게 가장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교과부 "취업 후 상환제는 진일보한 제도"

최수태 교과부 교육선진화정책국장은 이러한 지적을 두고 "여러 부분에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이자율이 높다는 지적을 두고 "그간 학자금 대출 금리는 평균 7.8퍼센트였다"며 "올해 장학재단을 출범시켜 5.8퍼센트로 낮췄다"고 밝혔다. 그는 "2010년도에는 이자율이 5.5퍼센트 전후가 가능하다"며 "가능하면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로 인해 저소득층의 지원이 줄었다는 지적을 두고 최 국장은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는 국립대에 다니면 지원받는 450만 원을 받아 커버할 수 있지만 사립대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결국 높은 이자의 대출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많은 기초생활수급자가 고통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하지만 이번 제도로 일단 자기가 필요한 만큼 모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등록금 전액을 빌려서 갚는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진일보한 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그동안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대학 등록금 상한제와 관련해서 최 국장은 "2008년 연말 교과부에서 여러 대학과 협의를 통해 2009년 등록금 인상률이 0.5퍼센트에 그쳤다"며 "하지만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등록금이 2위인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최 국장은 "앞으로 교과부는 대학교가 등록금을 산정하는 근거를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1인당 교육비를 공개하도록 해 등록금 인상을 많이 하는 대학은 교과부 평가에서 손해를 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대학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대학 적립금을 두고도 "적립금 회계와 등록금 회계가 대학은 섞여 있다"며 "이걸 나눠서 등록금이 대학 적립금으로 들어가는 걸 통제해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등록금이라는 수도꼭지를 잠그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 측 관계자의 해명에도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최주영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상환금 미상환시 강제 징수를 할 뿐더러 500만 원의 과태료도 부과하는 이 정책을 교과부에서 어떤 전제로 시행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너무 학부모와 학생의 현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거 같아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부회장은 "취업 후 상환제를 실시하기 위해선 등록금 상한제가 필수"라며 "수돗물이 쏟아지는 수도꼭지가 우리 등록금의 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도꼭지는 잠그지 않고 양동이에 물이 차 있다고 물을 빼낸다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책을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일방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저소득층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야 한다"며 "자신이 450만 원을 받을지 아니면 전액 대출을 받아 자신이 나중에 갚을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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