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는 석면 광산 인근 주민에게서 석면 광산에서 근무하지 않고도 그 지역에 거주한 주민에게서 석면폐증이 집단적으로 발병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베이비파우더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3년 전 부산에서는 석면방직공장 인근주민들 사이에서 석면이 원인이라는 악성중피종이 다수 발견됐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일반 시민들이 석면 피해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또 그 피해의 범위를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공통점이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난 16일 철도공사노동조합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운행 중인 새마을호, 무궁화호 객차에서 석면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객차의 히터에 사용된 단열재를 분석했더니, 28개의 시료 가운데 12개에서 석면이 5~87퍼센트(%) 함유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객실의 히터에서 석면이 나왔다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 석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음을 말한다. 석면이 확인된 열차는 1986~1987년에 만들어진 열차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설치한 지 20년이 지난 석면 단열재이며, 객차의 진동과 열 등을 감안한다면 이들 재료의 부식과 함께 객실로의 노출을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한 상황이다.
▲ 객실의 히터에서 석면이 나왔다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 석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음을 말한다. 석면이 확인된 열차는 1986~1987년에 만들어진 열차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프레시안 |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철도공사는 "석면 재료는 석고판과 같은 고체 형태라 먼지로 흩날리지 않고, 스테인리스 덮개 때문에 히터 바깥으로 날릴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모름지기 반박에는 그에 걸 맞는 근거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런데 철도공사의 반박의 근거는 아이러니하게도 철도공사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만 확인될 수 있는 문제다.
시민단체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석면이라는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다음 순서는 이에 대한 철도공사의 정확한 실태 조사인 것이다. 그것만이 위험에 대한 충분한 소통의 방법이다.
석면 문제가 벌어질 때마다 일반 대중은 충격에 휩싸이지만 이에 대한 해당기관과 전문가의 대처는 미진하기만 하다. 이는 또다시 대중의 불신을 낳고 대중이 인식하는 위험의 크기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본다면 철도공사의 대응은 이랬어야 한다.
"히터에 포함된 단열재에 석면이 함유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실제 객실 내에 석면노출이 가능할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이들 전체를 제거하는 방안을 포함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겠다."
그런데 석면이 나왔다는데도, 바깥으로 날릴 가능성이 없다고?
새삼 철도공사의 반박이 안타까운 이유다. 지금 철도공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것이다.
우선 철도공사는 정확한 실태 파악을 진행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가 문제제기를 할때마다 그에 대응을 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이번에 객차 안에서 확인된 석면 외에도 객차 외부의 제동장치 일부에서도 석면이 함유되어 있었다. 철도 역사의 일부에서도 건축물에 석면에 노출될 환경이 보고된 적도 있다. 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대책이 마련되고, 이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둘째로, 실제 히터에 함유되어 있는 석면이 객실 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출평가가 진행돼야 한다. 한번으로는 안 된다. 운행 중에, 정비 과정에서, 정차 중에와 같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실제 위험이 확인된다면, 당연히 관련 차량 운행을 모두 중지하고 객차에 함유된 석면단열재를 전면 교체해야한다.
마지막으로 객차 내 석면 노출과 별도로 이들 석면 부품을 취급하고 정비하는 과정에서 고농도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정비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건강 관리 수첩 발급, 작업 시 노출 평가와 노출 차단 등을 통해 질병 발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그동안 석면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진 악성중피종이라는 암은 국내에서 1년에 70여건씩 보고 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의 사람은 뚜렷한 석면 노출 직업력이 확인되지 못하였다.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석면노출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는 석면 노출 없이 악성중피종이 발생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본인도 알지 못하는 환경적 노출에 의해 악성중피종이 발생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 카톨릭대 성모병원 산업의학과 전문의 김형렬. ⓒ프레시안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