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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MB, 저강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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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MB, 저강도 전쟁

[손호철 칼럼] MB의 반대세력 탄압, 위험수위 넘어섰다

요즈음 야권에서 눈에 띄지 않는 사람 중의 한명이 김근태 전 의원이다. 70, 80년대 민주화운동의 맹장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김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 하에서 보건복지부장관과 열린우리당 대표까지 지냈지만 지난 총선에서 '민주정권 10년 심판' 분위기에 의해 뉴라이트의 신지호 의원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이후 관심에서 멀어진 김 전 대표가 최근 오랜만에 무릎을 치게 하는 기가 막힌 발언을 했다.

김 전 장관은 얼마 전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저강도전략'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을 한 것이다. 즉 이명박 정부에 의해 최근 "김제동, 손석희 씨가 중도하차 했지만 옛날처럼 미운털이 박혀서 구속되지는 않았다"며 "지난 군사독재시절 보다는 상대적으로 온건하게 탄압하고, 억압하기 때문에 분노는 잘 조직되지 않고 분노가 폭발했다가도 이 정권의 저강도 전략과 친서민 행보에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한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이 같은 저강도 전략이 "효과적으로 비판자, 반대세력에게 집중타격을 가하는 방법이자, 분노와 항의의 폭넓은 연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규정하고 "이 정권의 교활한 저강도 전략을 국민에게 폭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저강도 전쟁' 내지 '저강도 전략'이란 원래 레이건 정부가 1980년대 중미의 죄파 게릴라를 소탕하기 위해 들고 나온 새로운 군사전략으로 부작용이 많은 과거와 같은 전면적인 군사작전대신에 장기적 프로그램을 갖고 주민들을 중립화시켜 게릴라들을 고립시키고 말 그대로 저강도의 군사작전을 통해 적을 하나둘씩 야금야금 섬멸해 나간다는 고도화된 전략을 의미한다. 이 같은 저강도 전략이라는 개념을 원용해 이명박 정부의 최근의 반대세력 탄압을 규정한 것은 기가 막힌 탁견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까지 크게 보아 세 시기로 나누어진다. 제1기는 취임 후 무언가 해보려다가 광우병 관련 촛불시위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수세기이다. 제2기는 촛불이 가라앉은 지난해 광복절의 축사를 신호탄으로 민주화운동 세력에 대한 대대적으로 탄압에 들어갔던 신자유주의적 공안정국이다. 촛불시위 관련자들, 미네르바 등이 감옥을 가야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목숨을 끊어야 했다.

제3기는 노무현, 김대중 조문정국이 끝나면서 중도실용주의를 재천명하고 친서민 행보에 들어간 시기이다. 그 결과 MB의 인기는 급등했다. 그러나 친서민 행보 속에서도 박원순 희망제작소 소장이 폭로한 희망제작소와 시민단체들에 대한 재정적 탄압, 진중권에 대한 객원교수, 겸임교수 탈락 등이 이어져,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이 지면에 밴댕이 같이 속이 좁고 유치원 수준의 유치한 짓이라는 의미에서 "밴댕이 중도? 유치원 실용?"(☞관련칼럼 보기)이라는 비판 칼럼을 쓴 바 있다.

그리고 김 전 장관이 예를 든 김제동, 손석희 씨에 대한 방송탄압과 같은 민주화 세력에 대한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이 같은 탄압은 '중립적'이어야 할 학문 연구분야에도 확대되고 있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학문적 수월성에 의해 판단되어야 할 연구지원에까지 정치적 탄압이 생겨나고 있다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 김누리 중앙대 교수 ⓒ프레시안

즉 최근 언론들이 폭로하고 있듯이 정부의 연구지원금을 총괄하는 한국연구재단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중앙대학교 시국선언을 주도한 김누리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연구소가 낸 연구계획이 전문가 심사에서 일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청요강에 명시되어 있지도 않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 연구소를 탈락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또 상지대, 성공회대, 한신대 등 3개 대학의 연합연구소로 진보성향의 교수들이 포진한 민주사회정책연구원도 중점연구소 지원 사업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했다.

그 뿐이 아니다. 학계에는 최근 이명박 정부가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서명 여부 등 정치적 성향을 중심으로 소형프로젝트는 가능하지만 대형 연구프로젝트는 주어서는 안 되는 교수로부터 소형 연구프로젝트도 주어서는 안 되는 교수에 이르는 3단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이들의 경우 아무리 그간의 연구업적이 탁월하고 연구계획이 우수하더라도 연구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도 아니다.

아무리 '노가다 정권'이라지만 학문에 대한 태도가 이 정도란 말인가? 연구 프로젝트 심사를 학문적 수월성이 아니라 정치노선이나 자신에 대한 반대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블랙리스트라니 반대세력 탄압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과거처럼 반대 교수들을 아예 해직시켜 교단에 서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교묘한 저강도 전쟁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명박 정부 초기 방송장악을 위해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혐의를 씌워서 해임시킨 정연주 KBS이사장, 그 과정에서 KBS 이사회 장악을 위해 동의대로부터 해임시켰던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 겸 전 KBS 이사, YTN사장 낙하산 인사와 관련해 해고당한 노조관계자들에게 대해 법원이 잇따라 해임, 해고가 잘못된 것이라는 무효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반대세력에 대한 각가지 탄압을 계속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김근태 전 장관이 잘 지적했듯이 과거와 다른 교묘한 저강도 전략에 의해 이 같은 탄압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광범위한 분노를 조직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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