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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더 큰 배꼽, 간병비가 사라진다?

['보호자 없는 병원'을 기다리며①] 간병 때문에 두 번 우는 환자 가족을 위하여

가족 중에서 누군가 중병으로 오랫동안 투병하면 환자 가족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 번째는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고액의 치료비다. 그리고 두 번째는 병실에서 환자와 함께 생활하며 환자를 돌보는 간병이다.

고액의 치료비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성 수준이 60%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환자가족이 감당해야할 몫이다. 그러나 환자 가족들의 가정과 직장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간병은 차원이 다른 많은 문제를 만들어낸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간병비

▲간병인을 사용하는 환자 가족들은 치료비뿐만 아니라 비싼 간병비 때문에 고통당하고 있다. ⓒ프레시안
간병인을 사용하는 환자 가족들은 치료비뿐만 아니라 비싼 간병비 때문에 고통당하고 있다. 백혈병 환자가 평균 3~4차례의 항암치료와 골수이식을 받기 위해서는 약 6개월 동안 입원하게 된다. 만일 이 기간 동안 간병인을 사용하게 되면 간병비만 108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하루 간병비 6만원).

이는 백혈병 환자의 골수이식 비용과 맞먹는 금액이다. 결국, 이러한 고액의 간병비를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는 가정은 가족 중 누군가 휴직하거나 휴업을 하고 간병을 해야 한다.

늘 불안한 간병의 질

경제적 능력이 있는 가정의 경우 간병인을 사용할 수 있지만 간병의 질에 대한 염려는 항상 존재한다. 이는 간호간병의 비전문가인 환자가족이 직접 간병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한다. 간병업무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간병의 모든 책임을 간병인이 부담해야 되고 전문성 또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환자가족 입장에서는 비싼 간병비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질의 간호간병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간병인을 쓰지 않고 직접 간병을 하는 것이다.

간병으로 방치되는 자녀들은 누가 돌보나?

식사 및 대소변 보조 등과 같이 간병업무의 속성상 대부분 여성들이 간병을 하게 된다. 환자가족이 직접 간병을 하던지, 간병인이 직업으로 간병을 하던지 자녀를 둔 여성의 경우에는 간병을 하는 기간 동안 자녀들을 친정이나 시댁에 맡기거나 자녀들끼리 생활하도록 방치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간병으로 장기간 방치된 자녀들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정서적 장애를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환자를 살리기 위한 간병이 자녀의 탈선, 장애라고 하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다.

'보호자 없는 병원' 시행을 더 이상 미루지 말자

비싼 간병비 부담, 간병의 질에 대한 불안, 간병으로 인한 자녀들의 방치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는 간병의 무거운 부담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최소의 비용으로 전문 인력이 자신들이 직접 간병하는 것 이상으로 환자들을 잘 간호간병해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보호자 없는 병원'에 환자 가족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환자 가족의 간병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활동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하고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덜어 줄 뿐 아니라, 간병인 이용에 따른 가계 부담을 대폭 완화시킬 것이다. 또한 간호간병 인력을 대폭 늘리면 환자에 대한 간호, 간병서비스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이렇듯 '보호자 없는 병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2007년 한양대병원 등 4개 병원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하였고 그 결과 병원, 환자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보호자 없는 병원'의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를 위해 먼저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보호자 없는 병원' 최적화 모델을 연구하고 재정 확보방안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의 실효성 있는 확대시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보호자 없는 병원' 시행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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