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중심도시' 역풍 맞자 '교육과학 중심도시'?

서울대, '세종시 캠퍼스' 대책팀 구성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다음달 중순까지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당초 내년 1월로 예정된 발표 시점을 앞당겨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수정안은 9부2처2청을 이전하려던 행정부처 이전 계획을 백지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업중심도시'라는 언급이 다른 지역의 역차별 논란에 휘말리자 세종시의 성격을 교육과학중심도시로 포장하는 데에도 진력하고 있다.

실제로 정운찬 총리는 21일 중소기업인들과 가진 관악산 등산에서 "서울대가 기능적으로는 (서울에) 있는 게 낫지만 종합적으로는 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세종시에) 과학 콤플렉스 도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기존 단과대의 (세종시 이전으로) 정원을 늘리는 것보다는 융·복합 같은 새로운 학문을 만든다면 얘기가 좀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서울대 전체나 일부 단과대학을 옮기는 것보다 융·복합 관련 단과대를 세종시에 신설하거나 관련 연구소를 이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사자인 서울대 대학본부도 세종시 제2캠퍼스 건립 문제를 논의할 특별 대책팀을 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이전 계획이 거론될 때마다 손사래를 치던 서울대가 대학 차원에서 제2캠퍼스 문제를 공식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물밑 접촉을 벌여온 공대와 경영대, 의대, 치대 등의 단과대가 대책팀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종남 서울대 기획처장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로부터 세종시 제2캠퍼스에 대한 서울대의 뜻을 확실히 밝혀 달라는 전화를 받기도 했지만, 정부안의 윤곽이 드러나야만 우리도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교육과학기술부가 중이온 가속기 설치를 전제로 서울대에 일부 캠퍼스의 세 세종시 이전 여부를 타진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중이온 가속기가 설치될 경우, 이를 관리할 기초과학연구원을 장기적으로 3000 명의 연구인력과 50개의 연구단으로 구성하는 방안이다.

서울대 외에도 국무총리실 세종시 실무 기획단이 민관합동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이미 카이스트, 고려대 등과 바이오 메디컬 등 신성장 동력 산업의 연구단지를 유치하기로 MOU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은 세종시의 성격 변화와 관련해 '기업 중심도시'가 거론돼 논란을 일으키자 엿새만에 '교육과학 중심도시'로 브랜드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22일 "처음에는 행정중심 복합도시에서 기업도시로 바꾸겠다하다가 또 기업도시를 경제도시로 만들겠다하다 이제 교육과학도시라고 명명하고 있다"면서 "도대체 기업도시인가 경제도시인가 교육과학도시인가"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름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하는 이러한 대안을 수정안이라고해서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세종시의 기업 유치에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7일 전경련 회장단과 만찬을 가진 정운찬 총리는 21일 중소기업인들과의 산행에 이어 27일에는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한 오는 26일에는 전직 국무총리들과 만찬회동을 갖고 정부의 세종시 수정계획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이같은 수순을 밟아 다음 달 중순 수정안을 발표한 뒤 연말연초에 여론을 수렴하고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