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영화제는 그간 밀접한 연관성은 물론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영화와 건축간의 관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설립된 신생영화제다. 올해 첫 영화제를 치르는 건축영화제는 '시네 파사주'라는 메인 프로그램을 통해 극영화 2편, 다큐멘터리 4편 등 총 6편의 영화를 선보이며, 다양한 부대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번 건축영화제의 개막작은 킹 비더 감독의 1949년작 <마천루>이다. 게리 쿠퍼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건축학도들에겐 가장 유명한 고전에 속하는 영화로서, 미국의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아인 랜드의 작품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실제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모델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건축철학을 관철시켜 혁신적인 건축 디자인을 내놓은 이상주의자 하워드 로크를 통해 미국식 자유주의의 이상을 보여주는 영화다. 제작된 해에 국내에서도 개봉했다고는 하지만 근래에 35mm로 상영된 적은 거의 없었던 작품.
▲ 개막작 <마천루>는 킹 비더 감독의 1949년작으로, 이상주의자 건축사 하워드 로크를 통해 미국식 이상주의를 제시하는 작품이다. 국내에는 근 60년만에 35mm 필름으로 선을 보인다. |
또 다른 극영화이자 유일한 국내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2002년작이자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취화선>이다. 이 영화를 통해 영화에서 건축이 가장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분야인 프로덕션 디자인에서 한국의 전통미라는 시각을 강조할 예정이다. 19세기 조선의 천재화가 장승업의 삶을 재구성한 이 영화는 19세기 말 한양의 종로 거리를 재현한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세트로도 유명하다. <취화선>의 주병도 미술감독이 관객과의 대화를 갖고 한국의 전통 디자인과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 제1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포스터 |
<노먼 포스터와 거킨 빌딩>은 런던에 큰 논란을 몰고 왔던 30 세인트 메리 액스 빌딩, 일명 '거킨 빌딩'의 건설 기획 초기부터 완공까지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 경이 설계한 이 빌딩은 긴 타원형의 모양 때문에 거킨 빌딩('거킨(Gherkin)'은 오이지라는 뜻)이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전통과 고전을 자랑하는 런던에 새로운 혁신을 도입한 건축 디자인 때문에 착공 초기부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마지막으로 <마이 아키텍트>는 에스토니아 태생의 미국 건축사인 루이스 칸의 삶의 궤적을 그의 아들인 나다니엘 칸이 추적해낸 다큐멘터리다. 예일대 아트 갤러리부터 방글라데시의 국회의사당까지, 루이스 칸이 전세계에 남긴 작품들을 그의 아들이 차례로 답사하며 아버지의 인생과 작품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담고 있다.
건축영화제는 이밖에도 국내를 대표하는 건축사들과 영화감독들을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건축사들이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갖는 호스트 아키텍트 포럼이 마련돼 있는가 하면, 건축도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거울 속으로>의 김성호 감독, <불신지옥>의 이용주 감독, <그림자 살인>의 박대민 감독이 강연 및 대담을 가질 예정이다.
자세한 상영작 소개와 시간표는 영화제 공식 블로그(http://blog.naver.com/siaff)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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