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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 VS 청소년, 숨 막히는 한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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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 VS 청소년, 숨 막히는 한판승!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송영창 배우


▲ ⓒ프레시안

"평상시 나의 모습을 과장을 시켰다고 할까? 스물다섯 살 때 중대 기숙사사감을 했던 경험이나 조교생활, 강사생활 했던 것들이 도움이 됐다고 할 수 있겠죠. 에너지는 사실 굉장히 많이 필요로 해요. 화내고, 울고, 그런 장면들 때문에. 나는 평상시에 화낼 일도 없고, 울 일도 없는데 작품 속에서는 정말 통곡하면서 울어야 하고, 자식도 때려야 하고. 내가 평상시에 많이 안하는 일들을 해야 한다는 게 힘들어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성인남자역을 맡아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1인 다역을 소화해내고 있는 송영창 배우. 그는 극 속의 여러 역할들을 통해 기성세대의 권위의식을 상징적으로 대변해낸다. "사실 우리 아버님과 나의 관계가 그랬어요. 아버님이 군인이셨는데 굉장히 엄격하셨죠. 그 어떤 것도 상의할 수 없고, 아버님 말씀 하시는 데로 다 받아들여야 하고. 그런 상황이 참 많았어요. 아버지 생각에 반발을 할라치면 울음부터 먼저 나왔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딸과 친구처럼 지낸다는 그의 얼굴에는 이내 해맑은 미소가 번졌다. "우리 애하고 나하고는 친구예요. 하루에도 문자를 20통 정도 주고받아요. 그래서 딸애가 아빠 때문에 남자친구 안 생긴다고 투덜거려요. 딸애에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불만 있냐고 물어봐요. '불만 없어? 불만 있음 언제든지 얘기해!'라고 말하죠. 말을 못하고 자기혼자 끙끙 앓을까봐, 그게 너무 걱정이 돼서 꼭 물어봐요."

그는 아버님과의 기억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님의 사랑이 너무 컸을 수도 있고 사랑이 큰 나머지 자식을 못 믿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그런 상황들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렇다고 아버님이 날 사랑하지 않으신 건 아니었거든요. 어쩌면 아버님이 제가 배우 되는데 큰 역할을 하신 부분도 있어요. 아버님이 원체 영화를 좋아하셔서 어렸을 때 아버님과 일주일에 한번은 꼭 영화를 보러갔었거든요."

"보통 영화를 한 3, 40번 정도 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또 보고 또 보고 하죠. 그래서 카피까지 다 외우는 영화도 많은데 그래도 다시 보면 재밌어요. 어떻게 보면 내가 하는 연기의 많은 부분은 영화 속의 좋은 부분들을 가져온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령 모리츠가 죽었을 때 내가 통곡하는 부분에서는 늘 '대부3'를 떠올려요. 알파치노가 자기 딸이 총에 맞았을 때 계단에서 오열하며 처절하게 우는 장면을 떠올리죠. 그걸 생각할 때면 항상 슬프거든요. 그런 식으로 영감 주는 신들이 많아요. '멤피스 벨'이라는 영화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 작품과도 시대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어서 후배들에게 꼭 보라고 얘기해 주죠." 비디오로 출시되는 영화나 연극작품은 다 모아둔다는 그는 며칠 전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집행자'라는 영화를 봤다며 추천의 말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공연 전 반드시 자신의 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리딩한 뒤 올라간다는 그는 완벽주의자 아니냐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완벽주의자는 아닌데, 언제나 완벽한 연기를 하고 싶죠. 하나의 실수도 없는. 동료배우 이미라씨가 나보고 위선자라고 그러더라구요. 연습할 때는 대사도 헤매고, 만날 까먹고, 동선도 틀리고, 실수하더니 무대 올라가서는 왜 하나도 안 틀리냐, 일부러 틀리는 거냐 하면서요. '혹시 틀리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리딩을 못하고 올라간 날에는 쉬는 시간에 틈틈이 대사를 해봐요."

그는 힘들 때면 학창시절부터 모아온 일기장들을 들춰보며 예전의 기억들을 반추한다고.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어요. 단 한 번도. 사람들이 무대에서 똑같은 걸 계속하는데 지겹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난 단 하루도 지겨운 적이 없었어요. 그리고 커튼콜을 생각하면 열심히 안할 수가 없어요. 연극 같은 경우는 그날그날 바로 판가름이 나니까, 내가 잘하는 날은 관객이 막 박수를 쳐주지만 못하면 박수를 안쳐주거든요. 내 자신도 너무 부끄럽고. 그러다보니 치열해지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러니 늘 긴장상태에 있죠. 배우는 항상 긴장상태가 지속돼야 돼요."

"부모들이 보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에요. 생각할 부분이 많거든요. 난 지금도 공연을 하면서 많은 걸 느껴요. 혹시 내가 내 자식이나 주변 사람들한테 그런 행동을 하진 않았나 반성하는 부분도 많구요. 특히 모리츠가 자살하는 부분에서는 그런 생각을 해요. 극한 슬픔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울어보지 못한 그런 사람들이, 이 장면에서 함께 울며 안에 있던 응어리를 충분히 풀고 갔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 그래서 진짜 처절하게 울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가장 중요한 건 서로간의 의사소통인 것 같다는 그는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젊은 세대와의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 거라며 말을 줄였다.

20여년의 연기경력과 겸임교수라는 이력에도 언제나 노력하는 송영창 배우. "배우가 무대에서 2시간 연기하는 감정의 선이 미국 철강노동자들이 8시간 풀로 일하는 거랑 똑같다네요"라며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대한 고초를 털어놓는 그의 얼굴에는, 그러나 완연한 행복함이 묻어났다. 쉰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불타는 그의 열정은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훈훈하게 녹여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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