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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변한 게 하나도 없는데…"

[인터뷰] '교육 예산 확충' 2만 배 하는 초등 예비교사들

한파가 불어닥친 날이었다.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 큰 건물에 둘러싸인 이곳에도 찬 바람이 불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네 명의 대학생은 준비해온 방석을 깔고 묵묵히 절을 시작했다. 150배가 넘을 무렵 이들은 입고 있던 모자와 점퍼 등을 벗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얼굴은 달아올랐지만 절은 계속됐다.

이들은 전국 12개 교육대 학생들이 모인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 소속 학생들이었다. 1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이들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위치한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서 2만 배를 할 예정이다. 대폭 삭감된 2010년 교육 예산과 교원 정원을 확충할 것을 요구하며 시작한 절이다.

이들의 행동은 2학기 내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교대협 학생들은 전국적으로 동맹 휴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지난 11일부터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농성과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국회 앞에 농성장을 설치하려다 대표단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날 2만 배에 동참한 광주교대 노현송 총학생회장을 붙잡고 물었다. 초등 예비교사들인 이들이 왜 이렇게 거리로 나서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지.

▲ 1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 소속 학생들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위치한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서 2만 배를 할 예정이다. ⓒ프레시안

"2만 명의 결의를 모아 2만 배 시작"

"2만 배는 전국 2만 예비 초등교사의 숫자를 상징한다. 교육 예산을 삭감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의 의지와 교육 여건을 개선하라는 간절한 요구를 교육 당국에 전달하기 위해 이번 행동을 기획했다."

지난 9월 28일 정부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교육 예산이 줄어든 2010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교육 예산은 1.2퍼센트(%)가 삭감된 37조8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추경 예산에 비하면 3.5퍼센트(1조4000억 원)가 삭감된 수치다.

여기에는 지방 교육 재정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8200억 원 이상 삭감된 것이 주원인이 됐다. 이미 지방 교육 재정은 지난해에 비해 지방채가 782퍼센트가 늘어나 빚더미에 올랐는데도 예산을 오히려 삭감한 것.

상황이 이런데도 17일 정부는 부처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외시 올해보다 6.4퍼센트를 증액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 복지 예산의 핵심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대폭 삭감해 버리고, 이를 제외한 채 교육 예산이 증액됐다는 주장은 말장난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마에 땀이 가시지 않는 노현송 회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4대강 사업과 부자 감세 때문에 세금이 줄어들고 교육 재정에 들어가는 교부금이 줄어들었다. 당장 결식 아동 지원금을 한시적으로 폐지하게 됐다. 또 학교용지부담금 역시 지방교육청의 재정으론 감당할 수 없다. 초등학생의 학습 준비물 예산마저 깎일 처지에 놓였다."

교육 질 담보하는 교원 수, 예산 모두 줄이면서 '교육 개혁'?

이명박 정부는 교육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6퍼센트까지 확충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현재 5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예산을 늘리긴 커녕 오히려 줄인 것이다. 노현송 회장은 "교육 예산을 GDP의 6%까지 확보하라는 요구는 20년 전부터 했던 이야기"라며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같은 요구를 하고 있는 교육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들의 걱정은 예산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출산율 저하와 예산 등을 이유로 올해 교원 수를 동결하기로 하면서 신규 임용 교원 수는 지난해보다 1000여 명이 줄어들었다.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교사 1인당 학생수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지만, 이런 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경제적 이유만 내세운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교원을 줄이는 것은 교육대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고, 이는 결국 국립대 통·폐합과 연관돼 있다. 그런데 과연 일반대에서 교육자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가능할까. 교육전문가들은 오히려 사범대가 일반대에서 분리되어 나와서 교원전문양성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로 국립대를 통폐합하자는 것은 문제가 있다."

노현송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이 단순히 '교대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라며 "첫 번째가 교원 수의 증가, 두 번째가 예산 확보인데 지금 한국의 교육 현실은 둘 다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정부가 정말 교육을 잘 하고 싶은 건지, 어떤 건지 의도를 모르겠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질을 높이도록 고민해야 하는데 모두 일방적이다. 특히 교육 정책에 영향을 주는 4대강 사업은 물론 일제고사처럼 교육 정책에서도 '밀어붙이기'식 정책이 너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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