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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루저'로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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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루저'로 만들지 말라"

[홍성태의 '세상 읽기'] '명박市'와 '명박江'

한 여대생이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서 키가 180센티미터(㎝)가 안 되는 남자는 '루저'라고 말해서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손석희 교수가 자기는 '2센티미터 루저'라고 씁쓸한 심회를 밝혔고, 이어서 이준기 배우가 자기도 '2센티미터 루저'라며 상처받았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그 여대생은 대본을 그냥 읽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 대본을 작성해서 읽게 하고 녹화해서 방송한 방송사의 책임이 훨씬 더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라의 차림으로 여자들을 앉혀 놓고 수다를 떠는 형식 자체가 사실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 여기서 나아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여대생들을 투입해서 '막장' 대사를 읽게 했던 것인가? '미수다'와 같은 이상한 다문화 프로그램은 어서 폐지하고 정말 좋은 다문화 프로그램을 제작하길 바란다.

그런데 이 '루저' 논란을 보다가 문득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강행하고 있는 '세종시 줄이기'와 '4대강 죽이기'야말로 국민을 '루저'로 만드는 '막장'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정책을 역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나쁜 방식으로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줄이기'와 '4대강 죽이기'가 이대로 강행된다면, 정말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는 깜깜해지고 말 것이다. 극소수 부유층과 권력층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국민을 '루저'로 만드는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어떻게 밝은 수 있겠는가? 지금 이 나라는 정말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토건족의 발호가 가히 극단적 상황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먼저 '세종시 줄이기'를 보자. 이에 대한 논란은 현재 이명박 대통령이 원안대로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는 수준으로까지 타락했다. 그러나 '차라리 세조시로 개명하자'는 이전의 내 글에서 자료를 제시했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원안에 새로운 것을 추가해서 더 좋게 만들겠다고 말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원안대로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튼 사실과 맞지 않을 뿐더러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변경하기 위한 논리로는 참으로 궁색하고 비겁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당당한 이유를 갖고 있다면, 원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주장하고, 대안을 명확히 제시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이미 의견을 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한다면, 국가 행정의 혼란이 초래되고 '세종시'는 유령 도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원안을 변경해서 '세종시'를 기업 도시 또는 과학 도시로 만드는 게 좋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먼저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하면 국가 행정의 혼란이 초래된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 보자. 정말로 그렇다면, 과천과 대전에 있는 부처들을 모두 서울의 광화문 부근으로 모두 다시 모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과천과 대전으로 부처들이 흩어져 있으니 국가 행정이 얼마나 혼란스럽겠는가?

국가 행정의 혼란을 내세우는 주장은 초고속열차와 초고속통신의 가치를 부정하는 '삽질주의'의 낡은 주문에 가깝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해도 국가행정의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쾌적한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세종시'에서는 능률이 훨씬 향상될 것이며, 더욱이 초고속열차와 초고속통신을 중심으로 경제의 성숙도 이루어질 것이다.

기업 도시 또는 과학 도시를 만들겠다는 주장도 대단히 비현실적이다. 기업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들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되어 있는 중앙부서에 비견되는 좋은 기업은 대기업의 본사밖에 없다. 그러나 과연 어떤 대기업의 본사가 이곳으로 가겠는가?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절대 갈 수 없다.

과학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들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과학 도시는 기업 도시보다 만들기가 더 어렵다. 서울대가 과연 '연기대'가 될 수 있을까?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다. 기업 도시 또는 과학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은 서울과 수도권의 망국적 과밀을 해소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반을 다진다는 '세종시'의 목적을 저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세종시'는 정말로 유령 도시가 되고 말 것이다.

▲ "이른바 '녹색 성장'은 아무리 봐도 '녹색 물감 성장'인 것 같다. 실제로는 '녹색 물감'을 대대적으로 활용해서 '녹색 자연'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녹색 성장'의 실체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조형·사진=손문상)
다음에 '4대강 죽이기'를 보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4대강 살리기'라며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줄기차게 벌이고 있다. 그 핵심은 이 사업을 통해 수량을 확보하고, 수질을 개선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온통 녹색으로 칠해진 '4대강 살리기'의 홍보물들을 보면, 이 사업이 정말 멋진 생태 사업으로 여겨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홍보물에 녹색을 많이 쓴다고 해서 실제 사업도 녹색인 것은 아니다.

이른바 '녹색 성장'은 아무리 봐도 '녹색 물감 성장'인 것 같다. 실제로는 '녹색 물감'을 대대적으로 활용해서 '녹색 자연'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녹색 성장'의 실체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강을 모범으로 하고 있는 데서 쉽게 알 수 있듯이 '4대강 살리기'는 살아 있는 강을 콘크리트 수로와 콘크리트 호수로 만드는 '4대강 죽이기'이다.

가장 큰 문제는 철저히 파괴적인 사업의 내용이지만 국가의 질서라는 면에서 보았을 때 사업의 방식도 너무나 큰 문제를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국가재정법의 개악과 환경영향평가의 졸속 시행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에게 '거짓말 예산'을 버젓이 제시하고 승인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회예산처가 은폐된 것으로 지적한 '4대강 살리기'의 예산만도 무려 1조8000억 원에 이른다. 민주당에서 찾아냈다고 밝힌 것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이것만도 경악할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달랑 '국가 하천 정비'라는 명목만 제시하고 3조7350억 원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주권'에서 잘 지적했듯이, 한 글자당 6225억 원에 해당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라가 20년 전으로, 아니 30년 전으로 날아가 버린 것 같다.

'4대강 죽이기'는 우리의 생명줄인 강을 죽이고 경제를 죽이고 미래를 죽이는 망국의 토건 사업이다. 토건 사업은 크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4대강 죽이기'는 당연히 불필요하고 나쁜 토건 사업에 해당된다. 그 영향의 범위는 공간적으로 전국에 미치며, 시간적으로 후세는 물론이고 선조에까지 미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이런 엄청난 파괴적 사업을 강행하고 있으면서 나라를 위한 첨단 사업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으니 나라가 정말 망국을 향해 치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올 상반기에 토건 사업에 31조 원을 퍼부었으나 토건업의 일자리는 무려 8만개나 줄어들었다. 혈세를 탕진해서 국토를 파괴하고 토건족의 배를 불리는 토건국가의 문제가 '4대강 죽이기'를 통해 빠르게 극단화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세종시 줄이기'와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하는 이유는 토건국가와 토건정치의 관점에서 잘 이해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다수의 국민들이 토건국가에 포획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따라서 토건국가를 적극 활용하는 토건정치를 계속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토건정치는 결국 나라를 망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말 나라를 생각한다면, 토건정치를 하루빨리 그만두어야 한다. 정치의 역할은 토건국가와 토건정치의 폐해를 시정하고 개선하는 것이지 그것을 조장하고 개악하는 것이 아니다. '4대강 죽이기'에 퍼붓는 돈을 복지, 교육, 문화, 기술, 지역에 써야 한다. 그렇게 하면 병적으로 비대한 후진적 토건업이 축소되어 산업구조의 선진화가 이루어지고, 소중한 국토가 보존되어 삶의 질과 사회 질이 모두 크게 향상될 것이다.

국민을 '루저'로 만들고 성공할 수 있는 정치는 없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국민이 정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을 '루저'로 만들고 토건족을 '위너'로 만드는 토건국가와 토건정치의 문제는 이미 한계선을 넘어섰다. '세종시 줄이기'와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하겠다면, 차라리 그 이름을 '명박시 만들기'와 '명박강 만들기'로 바꿔라.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망국의 토건 사업을 강행하는 데에는 필시 어떤 자신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 아예 자신의 이름을 붙여서 자신감과 책임감을 보이는 게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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