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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상장 사실상 확정…지배구조 재편 본격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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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상장 사실상 확정…지배구조 재편 본격화되나

경제개혁연대 "이건희 전 회장 책임있는 모습 보여야"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 차명계좌 논란의 핵심이자,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뒤흔들 최대변수였던 삼성생명의 주식공개(IPO)가 사실상 확정됐다.

16일 금융권과 삼성생명 측에 따르면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키로 했다. 생보사로는 지난달 상장한 동양생명보험에 이어 두 번째다.

워낙 논란의 한가운데 섰던 회사라 상장을 둘러싸고 시민단체·학계의 반발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이건희 전 회장이 상장차익으로 삼성자동차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 시한 앞당겨질 듯

삼성생명 상장 소식은 사실 예견된 결과다. 지난 2007년 생보사의 상장 자문위 논란이 끝나면서 시간문제로 여겨졌기 때문. 여론의 관심은 상장에 따른 파급효과에 쏠리고 있다.

일단 회사의 덩치가 워낙 크다. 삼성생명은 자산규모가 120조 원을 넘는 초대형 회사로, 기업공개 시 발행 규모만으로 증시를 뒤흔들 수 있다.

예상되는 공모가 70만 원을 적용할 경우, 신주발행 없이도 상장과 동시에 시총 10위권에 오르게 된다. 16일 종가 기준으로 우리금융지주는 시가총액 13조574억 원으로 시총순위 10위다.

지난 외환위기 여파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성자동차 채권 문제 해결에도 삼성생명 상장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삼성그룹은 1999년 삼성자동차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건희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 원에 서울보증보험을 비롯한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이후 지난 2005년 채권단이 낸 소송에서 당시 재판부는 삼성 측이 채권단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을 대신 처분해 2조300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상장 시 이 전 회장 소유의 주식 매각은 보다 용이해진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지난달 말 항소심에서 삼성차 부채 처리문제를 삼성그룹과 채권단 조정으로 마무리하라는 의사를 양측에 전달했다. 대법원 상고 등으로 이 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이에 따라 떨어졌다. 삼성그룹으로서는 곧바로 상장에 속도를 높여 부채처리 문제를 빨리 끝낼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부채처리와 같은 법률적인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으면 상장이 어렵다는 게 대다수의 견해"였다며 "항소심에서 조정 결정이 내려지면서 곧바로 상장을 위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건희 전 회장, 책임지는 자세 보일지 관심

▲이건희 회장은 여전히 뉴스의 중심에 있다. ⓒ뉴시스
그러나 여전히 부채처리 주체가 누구인가는 확실치 않다. 이 문제는 자칫하면 추후 삼성생명 상장을 둘러싼 최대 쟁점이 될 수도 있다.

일단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최대주주인 이건희 전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45.76%다. 여기에 제일은행 등에 맡긴 신탁지분을 포함하면 상장시 최대주주 측의 지분율은 약 52%가 된다.

통상적으로 기업공개 시 최대주주 지분율은 전체 주식의 절반 이하가 돼야 하며, 일반적으로는 최대주주 측이 30% 정도의 지분을 남기고 전부 공개한다. 이로 인해 생기는 상장차익은 당연히 최대주주 몫이다.

결과적으로 22%가량의 구주를 기업공개 시 공개매각하게 되는데, 현 주가 기준으로 이 물량의 매각가액이 약 3조 원 정도다. 채권단에 갚아야 할 돈이 상장차익만으로 마련된다. 그런데, 채권단에 돈을 갚아야 할 주체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다.

김상조 교수는 "돈은 삼성계열사가 물고, 이 전 회장은 상장차익을 누려 자식에게 지분을 증여하거나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사용할 수 있다"며 "지난 99년 이 전 회장 스스로가 한 '내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말을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행해야 한다. 채권단 빚은 이 전 회장이 얻는 상장차익으로 갚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재편 누가 지휘하나

어찌 보면 이번 삼성생명 상장은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된다. 삼성생명은 순환출자로 연결된 삼성그룹 지배구도의 핵심이다. 생보사 상장 자문위 당시 논란이 커졌던 이유도 보험가입자들, 곧 회사 자산의 실소유자인 이들의 돈이 재벌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쓰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그룹 최대의 숙제가 바로 이 전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그의 대를 이을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등의 지분을 둘러싼 후계구도 정리다.

김 교수는 "지주회사 전환을 비롯해 미래 그룹 지배구도 재편의 기본방향과 이재용·부진 남매 승계구도를 정하는 계열분리 등의 문제에 대해 삼성그룹이 이번 삼성생명 상장을 계기로 기본방향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며 "이 일들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당사자가 나서 투명한 지배구조를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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