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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효자 만들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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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효자 만들기' 프로젝트

[복지국가SOCIETY] "'보호자 없는 병원', 꿈이 아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2010년도 예산안 심사가 시작되었다. 이에 맞춰 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을 상대로 '공익 로비'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부자 감세와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민생 예산을 증액하라는 주장이다. 바야흐로 '4대강 예산' 대 '복지민생 예산'의 한판싸움이 벌어질 기세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요구하는 복지예산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이다.

지난 5일 환자와 여성단체, 보건의료노조를 중심으로 출범한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는 진료비보다 더 커진 간병비용 부담, 여성에게 전가되는 간병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요구하면서 '보호자 없는 병원'의 전면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사업 예산은 상반기 추경예산 편성 시에도 쟁점이 된 만큼 이번 국회에서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예산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 예산은 보건복지 예산이자 동시에 일자리 예산이기도하다.

보호자 없는 병원이란 무엇인가?

'보호자 없는 병원'은 병원 내에 간호와 간병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여 입원 환자에 대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환자 가족이 별도로 병실에 상주하면서 환자 간병과 돌봄을 할 필요가 없는 병원을 말한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보건복지부가 2007년 4개 병원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한 결과,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정책 만족도가 매우 높은 사업으로 평가 받았으며, 이 제도는 삼성의료원의 보호자 없는 병원, 그밖에 많은 병원들의 공동간병인 제도 등으로 개별 병원 수준에서 이미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OECD 선진국들에서는 환자 가족이 상주하면서 환자를 간병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이미 오래 전부터 자연스럽게 보호자 없는 병원이 시행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1994년 간호직원의 부족과 사적 간병인 고용문제의 해결을 위해 신 간호체계를 도입하여, 환자에게는 간접의료비용의 부담을 절감시키고, 병원에는 투입 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는 양질의 간호제공정책을 구현하고 있다.

▲ 지난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연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출범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왜 보호자 없는 병원인가?

첫째, 보호자 없는 병원은 환자와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 개인간병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우리 국민들은 가족 중 누군가 입원했을 경우 치료비와 함께 간병 문제로 고생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간병 부담이 고스란히 여성에게 전가되는 만큼, 이는 여성 문제이기도하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개인간병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유력한 방안이다. 이를 통해 비싼 간병비용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간병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경감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보호자 없는 병원'은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확충에 크게 기여한다. 특히, 지속가능한 양질의 여성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진다. 전반적으로 고용부진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산업 분야의 취업자 수는 2008년 6월 현재 62만3000명으로 2000년 대비 무려 25만 명이 증가했다. 보건의료분야는 취업유발계수가 높다. 10억 원 당 고용창출은 제조업 12.1명, 전 산업 16.9명인데 비해, 의료 및 보건산업에서 19.5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간호사 인력 확보율은 OECD 19개 국가 중 최하위이다. OECD 평균 9.0명보다 무려 7.1명이 부족한 것이다. 2007년 현재, 100병상 당 간호사 수가 미국이 136.7명인데 비해 한국은 27.9명에 불과하였다.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을 통해 병원의 간호 및 간병 일자리가 대폭 확충되고,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보호자 없는 병원'은 그 동안 의료제도 중심의 의료공공성 운동에서 인력과 의료서비스 질 중심의 운동으로 확대 발전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즉, 의료 접근성과 형평성 문제와 함께 의료서비스의 질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 시장에서는 이미 환자 개인 부담에 의한 간병인 이용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간병비용 부담의 증가와 간병인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간병인 인력시장은 무질서하게 팽창되고 있다. 따라서 간병 부담의 해결을 위한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우선의 정책과제인 것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그 동안의 논의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은 올해 갑자기 제안된 사업이 아니다. 2006년 보건복지부, 보건사회연구원, 여성가족부, 보건산업진흥원 등 정부 차원의 연구가 진행되었고, 이어 2007년 신청한 60개 병원 중 4개 병원을 선정하여 1차 시범사업이 실시되었다. 이때, 이 사업은 복지부 예산이 아니라 노동부 예산으로 시행되었다. 하지만 시범사업이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에 시범사업은 중단되었다.

일부 병원에서는 시범사업 종료 후에도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시범병동을 계속 운영하였고, 일부 병원은 사회적 일자리 사업으로 자체적인 공동 간병인제도를 시행하였다. 그리고 2009년 3월 경제위기 속에 사회적 일자리가 최대의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보건의료노조가 국회 토론회를 통해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최적지로서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을 전면적으로 제기하였고, 이후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예산 배정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는 2010년 본예산에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 예산을 반영할 것을 약속하였고, 처음으로 복지부 내 사업 담당부서를 선정(의료자원과)하면서 2010년 예산으로 34억 원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하였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신규사업 전액 삭감 방침에 따라 '보호자 없는 병원' 예산을 전액 삭감해 버렸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2009년 산별교섭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정부에게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 한 바가 있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2010년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부터 제안한다!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의 전면 시행을 위해서는 우선 최적화 모델을 확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10년부터 3년간 다양한 시범사업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보호자 없는 병원'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을 제안한다.

시범사업은 공공병원 64개를 우선 실시하되, 우리나라가 민간병원이 90% 이상인 것을 감안하여 민간병원도 20개를 선정하여 총 84개 병원, 1820개 병실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이 사업을 위해서 △간호사 6223명 △지원인력 1292명 △간병인 1만4556명 등 총 2만2071명의 인력을 충원한다. 인력충원에 소요되는 예산은 △간호사 580억3072만 원 △지원인력 120억4816만 원 △간병인 1652억6591만 원 등 총 2353억 원이다. 물론, 예산 규모에 따라 시범사업 대상병원은 지방의료원(34개), 적십자병원(6개), 국립의료원(1개), 보훈병원(5개)등 꼭 필요한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5개로 압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병실 운영은 환자의 특성과 중증도 고려해 공동간병, 개인간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한다. 그리고 이번 시범사업은 서울과 수도권, 지방 등 전국적인 범위와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대병원과 중소병원 등 다양한 병원 특성을 반영하여 고르게 시범사업을 해야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의 전면 시행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 점검이 가능할 것이다. 적용 병상 수는 환자의 선택권을 위해 법정 기준병실의 50%로 하고 입원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간호사를 간호관리료 등급기준 1등급 수준의 확보를 원칙으로 간병인을 충원한다. 간병인 또한 자격기준을 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 소지자 이상으로 제한하고, 노동조건 또한 1일 8시간, 4조 3교대, 주 5일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시범사업은 지난 2007년 필요성 검토 차원에서 노동부 예산으로 1년에 걸쳐 소규모로 진행된 시범사업과는 달리 복지부 예산으로 3년에 걸쳐 전국적으로 다양한 규모와 특성을 가진 병원들을 대상으로 연속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시범사업은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의 실질적인 전면 시행을 위한 종합적인 점검과 준비가 될 것이다.

이번 시범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면, 3년간 70만 명의 환자가, 환자의 가족까지 고려하면 200만 명 이상이 혜택을 받게 되어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의 전면 실시를 위한 여론 조성에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환자의 월 간병료 부담이 현재 18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크게 경감되어 서민가계의 안정과 민생경제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제안하는 시범사업 예산 2353억 원은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의 중요성에 비춰보면,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다. 11월 3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0년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4대강 예산이 총 8조 5333억 원에 이르며, 4대강 예산을 포함해서 4조 원의 삭감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2010년 복지부 예산 중 의료양극화를 조장하는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지원 예산 100억 원 등을 전액 삭감한다면, 충분히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위한 예산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산별 교섭의 핵심 요구안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을 제시했다. 이미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7년 4개 병원에서 시범 사업까지 벌인 바 있는 '보호자 없는 병원'을 제도화하자는 주장이다. ⓒ프레시안

몇 가지 쟁점의 해소를 위해

첫 번째 쟁점은 어떤 직종의 인력이 얼마만큼 소요될 것인가라는 점이다. 직종 간 이해관계에 따라 △병원 입원 서비스의 질 유지를 위해 병원 내 간병인력 유입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부터 △간병인 인력 충원을 통해 공동간병인 제도를 우선적으로 전면화하자는 입장, △제도화 이전에 현 간병인에 대한 노동조건 개선, 노동기본권부터 우선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도 상당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즉, 간호 간병 인력이 부족한 것은 분명한데,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인력을 충원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사실 간호사, 조무사, 간병인 등 모두가 자신들 중심의 인력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WIN - LOSE' 게임이 아니라 'WIN-WIN' 게임으로 충분히 해결가능한 문제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 6월 현재 보건의료산업 분야의 취업자 수는 62만3000명이며, 이 중 보건의료인력(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취업자 수는 31만9000명이다. 지난 3월 10일 국회 토론회에서 보건의료노조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OECD 평균수준의 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30만 명을 포함 총 56만 명의 인력충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전 단계로 '보호자 없는 병원' 전면 시행을 위한 인력으로는 간호사 9만1000명을 포함하여 총 31만 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지 않은 숫자다. 그러므로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직종 간의 이해다툼 없이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포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 쟁점은 재정대책이다. 시범사업 예산은 정부예산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의 전면 실시를 위해서는 국가예산으로 재원 확보, 또는 국민건강보험재정으로 재원 확보 등의 다양한 사회적 비용 부담 방안이 추진되어야 한다. 간병 수가를 별도로 두기보다는 입원료에 함께 산정하는 방식도 검토 가능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적 재정확충(정부 국고지원 확대 + 보험료 인상)을 통한 획기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과정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을 위한 예산을 건보 수가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 건강연대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 의뢰하여 연구한 결과보고서에 의하면,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금 비율을 20%에서 30%로 상향하고, 보험요율을 1% 이상 인상하여 현재 53% 수준인 '국민의료비 중 공공지출의 비중'을 OECD 국가 평균인 72.1%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면, 이렇게 확충된 공적재정으로 획기적 건강보험 보장성의 확충과 함께 '보호자 없는 병원'의 전면적 실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쟁점을 해소하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지속가능한 제도 시행을 위해 보건복지가족부 주도로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T/F를 구성 및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는 ① 보호자 없는 병원 최적화 모델 연구 ②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병인 등 인력배치 및 업무분장 방안 마련 ③ 재정확보 방안 마련 ④ 삼성의료원 등 국내사례와 선진 외국사례 연구 ⑤ 시범사업 병원 선정 및 추진 점검과 비교 평가 작업 등을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을 '보호자 없는 병원' 제도권 논의의 원년으로!

최근 54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룩한 일본에서 정치의 키워드는 '생활정치'라고 한다. 한국에서 생활정치의 출발을 '보호자 없는 병원'의 전면 시행으로 시작해보자. 이 사업은 여-야, 보수-진보의 구분이 필요 없다. 조금만 눈을 돌려 주변을 돌아보면, 이 사업이 얼마나 절실한 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따라서 2009년 국회에서 시범사업과 T/F 운영 예산을 확보하여 2010년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을 제도권으로 반드시 진입시키자! 국민 혈세를 토건이 아니라 사람과 복지에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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