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접촉했다고 한다. 세종시에 기업과 대학 등을 유치하기 위해 10여 곳을 접촉했다고 한다. 삼성과 한국품질재단, 삼진엘엔디, 동양E&P, 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기업은 물론 세계 10대 병원그룹인 싱가포르계의 파크웨이그룹과 호주 최대 금융투자회사인 맥쿼리그룹, 그리고 서울대 KAIST 보스턴 대학 등을 접촉했다고 한다. <기사 보기>
시점에 주목하자. 정부가 기업과 대학 등을 접촉한 시점은 주로 올해 초다. 파크웨이그룹과는 1월과 4월에, 삼성과 서울대 KAIST와는 3월에, 맥쿼리그룹과는 6월에 접촉했다. 세종시 수정 입장이 공식화되기 전에, 더 정확히 말하면 정부와 여당이 공식적으로 '원안 고수' 입장을 펼 때 접촉한 것이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추측하지는 말자. 정부가 일찌감치 세종시 수정 입장을 세우고 기업과 대학들을 접촉했다는 식의 단선적인 추측은 삼가자. 정부 관계자가 '조선일보' 기자에게 말했단다. "당시에는 세종시의 기능 변경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세종시의 자족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 기업과 투자 유치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단다.
선의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의 이 같은 말에 따르면 정부가 애초에는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족기능이 떨어져 세종시가 유령도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닌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근데 꼬인다. 선의로 해석하면 할수록 정부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선일보 |
상식적인 추측은 이런 것이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기업과 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지만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고, 그래서 세종시가 유령시가 되는 걸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그래서 세종시 계획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헌데 이게 아니다. '조선일보'는 다르게 해석했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 문제를 본격 제기하기 전에 이미 기업 유치 작업이 상당 부분 진척됐다"는 해석을 내놨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5월에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과 세종시에 '천연약재박물관' 설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했다. "기업 투자에 상당한 진척이 있다"는 정운찬 총리의 발언, "3-4개 기업과 협상 중"이라는 권태신 총리실장의 발언도 사례에 포함시켰다.
'조선일보'가 제시한 해석과 사례에 따르면 정부의 행정비효율 논리는 몰라도 유령도시 우려만은 애당초 과장 또는 왜곡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행정부처 이전을 전제로 기업과 대학 유치에 일정한 성과를 냈는데도 국민 앞에서는 유령도시 운운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다르게 볼 여지도 있다. 접촉 개시 시점과 유치 성사 시점을 나눠보는 경우다. 애초에는 행정부처 이전만을 '당근'으로 제시해 진척을 보지 못하다가 세종시 수정 입장을 정한 후 세제 혜택과 토지 저가 제공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해 성사시킨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다.
하지만 이런 해석엔 맹점이 있다. 행정부처 이전이란 '당근'보다 세제 혜택과 토지 저가제공이란 '당근'의 중량과 신선도가 더 크다는, 입증되지 않은 전제를 깔고 있기에 그렇다. 아울러 아직 확정되지 않은, 기껏해야 정부가 이제야 검토하는, 그래서 기업과 대학에 '보증'할 수 없는 방안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또 하나, 어쩌면 더 중요한 맹점이 있다. 나눈다는 것이다. 행정부처 이전이란 '당근'과 세제 혜택과 토지 저가제공이란 '당근'을 조합할 수 없는 별개의 인센티브로 나눈다는 문제다.
상식적으로 보면 아주 간단한 문제다. 세종시의 자족기능이 정말 문제였다면, 그래서 행정부처 이전에 기업과 대학 유치를 추가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면 일찌감치 꺼내들 수 있었다. 행정부처 이전에 세제 혜택 및 토지 저가제공 카드를 추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세제 혜택과 토지 저가제공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아니라 기업도시에 적용되는 인센티브인 것처럼 선을 그어버렸다. '하다가 안 된' 게 아니라 '애당초 하지 않은'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