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세종시를 일부 행정부처가 옮기는 원안이 아니라 기업도시로 육성하는 수정안을 추진하는 '정면승부'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재계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청권의 큰 저항, 박근혜 전 대표와의 정면 대립 등 정치적 부담을 안고 세종시 원안을 뒤집은 만큼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수정안이 착착 추진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들의 이전들이 핵심적인 문제다. 정부는 기업들이 세종시로 이전할 경우 파격적인 땅값과 개발권, 각종 세금혜택 등 각종 특혜를 주겠다고 이미 천명했다.
'제2롯데월드' 대가?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이 대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계열사 일부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롯데그룹 측은 16일 언론을 통해 "백화점은 규모상 어렵겠지만 롯데마트나 롯데리아 등은 여건이 조성되면 입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롯데가 세종시에 맥주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이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맥주 사업을 위한 부지를 찾기 위해 3~4곳을 알아보기는 했지만 세종시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롯데가 아직 맥주 제조 면허가 없기 때문에 면허를 따내기 위해 세종시 이전 카드를 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롯데는 이명박 정부 들어 최대 숙원이었던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를 받는 등 소위 '잘 나가는' 그룹 중 하나다.
정부, 삼성ㆍ파크웨이ㆍ맥쿼리 등 기업들 연쇄 접촉
한편 이명박 정부가 이미 상반기에 국내외 기업의 세종시 유치를 위해 삼성그룹, 세계 10대 병원그룹인 파크웨이그룹, 호주 최대 투자기업인 맥쿼리그룹 등을 만나 투자 유치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16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내부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올 초부터 삼성(3월), 파크웨이그룹(1월·4월), 보스턴대학(4월), 맥쿼리그룹(6월) 등 국내외 유수의 기업과 병원, 대학 등 10여곳을 직접 방문하거나 국내로 초청해 세종시 투자 협의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 문제를 본격 제기하기 전에 이미 기업유치 여부를 타진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 신문은 "정부는 올 상반기 삼성 외에도 국가공인 품질인증업무를 담당하는 한국품질재단을 방문한 것을 비롯해, 삼진엘앤디(매출 1000억 대, LCD 부품제조업체), 동양E&P(매출 2400억 원대, 휴대폰 충전기업체), 주성엔지니어링(매출 1000억 원대, 반도체·LCD부품업체) 등 첨단 부품 기업을 만나 공장설립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학 유치 작업도 서울대와 KAIST도 올해 초(3월) 이미 직접 만나 사전 협의했다고 한다.
정운찬 총리, 17일 재계총수들에게 '세종시 세일즈'
이런 가운데 정운찬 국무총리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전경련 회장단과 만찬 회동을 갖는다. 정 총리가 취임 후 재계 총수들을 만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만찬 모임은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회장들이 정 총리를 초청한 자리다.
이날 모임에서 정 총리는 세종시에 대한 정부 방침을 설명하고 재계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재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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