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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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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개봉영화

[뷰포인트] 2009년 11월 둘째 주

이번 주 가장 화제의 개봉작은 아무래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12>일 것이다. 재난영화 전문감독이 드디어 지구 전체를 때려부수니, 이제껏 나온 재난영화 그 어떤 영화보다도 가장 큰 규모의 재난을 선보이는 건 당연지사. 이를 표현해내는 CG는 과연 놀라운 정도. 강도 9.8의 지진이 일어나고 해일이 덮치며 화산이 폭발하는 씬들은 "극장에서 재난영화를 보는 재미"의 궁극의 지점을 선사한다. 물론 다소 긴 러닝타임과 롤랜드 에머리히 식 '설렁한 이야기' 구조는 각오해야겠지만.

<2012>만 아니었다면 주목을 받았을 다른 개봉작들이 아깝게 묻히는 감도 있다. <청담보살>은 임창정 식 서민 코미디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섞이면서 무난한 웃음과 잔재미를 주는 영화다. 조규장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낙타는 말했다>는 유명한 연극연출가 김낙형과 그가 이끄는 극단 죽죽의 배우들이 함께 한 강렬한 영화. 올해 전주영화제 '디지털 3인 3색' 옴니버스 영화인 <어떤 방문> 역시 이번 주에 개봉한다. 세 개의 에피소드 중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첩첩산중>은 그의 영화 필모그래피 중 가장 이질적인 영화라 해도 무방하다. 스타일은 그대로지만 무엇보다도 젊은 20대 여성을 다루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 <제노바>는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의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영화라 할 만하며, <트릭스>는 6살 소년을 통해 삶의 희망과 낙관을 이야기하는 '귀여운' 영화다.

▲ 청담보살
청담보살

감독 김진영
주연 박예진, 임창정
청담동의 사주카페 '포춘살롱'에서 용하기로 소문난 무녀인 태랑(박예진)은 스물 여덟 살 전에 운명의 남자를 만나야만 액운을 피할 수 있다는 운명을 타고났다. 스물 여덟살 생일을 며칠 남겨놓지 않고 조바심을 내던 중, 태랑은 우연히 교통사고를 내는데, 그녀의 차에 치인 승원(임창전)이 바로 태랑의 '운명의 남자'의 사주를 타고났음을 사실을 알게 된다. 사고에 함께 연루된 이가 첫사랑 호준임을 알고 두근거림을 느끼지만, 운명의 남자가 아닌 이가 태랑의 곁에 있을 경우 소소한 사고를 계속 당하는 걸 아는 태랑은 승원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승원은 변변한 직업도 능력도 돈도 아무것도 없는 데다 태랑이 나이가 많다며 튕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사랑에 빠지기는커녕 만나지도 못했을 두 남녀가 억지로 만나 억지로 사랑을 해야 한다는 데에서 코미디가 발생한다. 임창정의 능청스러운 루저 연기와 박예진의 깍쟁이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소소한 웃음들을 안겨준다. 아무리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는 해도 인간의 용기와 노력이 그것을 바꿀 수 있다는 주제를 너무 힘주지 않고 유쾌하게 전달한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의 '문어체'적 대사를 스스로 비꼬고 활용하는 장면들이 흥미롭다.

▲ 낙타는 말했다
낙타는 말했다

감독 조규장
주연 김낙형
감옥에서 출소한 영광이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형제들은 그를 반기지 않는다. 고향마을이 아파트 재개발 소식으로 들썩이는 가운데, 영광은 어머니가 남겨준 유산으로 재개발 예정 지역에 땅을 사고, 남편을 여의고 딸과 둘이 사는 과부를 만나 살림을 차리면서 새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욱하는 그의 성격 탓에 일들은 번번이 꼬이기만 하고, 설상가상으로 아내는 외도를 하는 것같다. 2008년 인디포럼 폐막작,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었던 조규장 감독의 <낙타는 말했다>는 포악하고 비루하지만 연민을 거둘 수 없는 나쁜 남자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똥파리>와 종종 비교된다. 연극연출가로 유명한 김낙형이 나쁜 남자 주영광을 만나 첫 영화연기에 도전하며, 김낙형이 이끌고 있는 극단 죽죽의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 어떤 방문
어떤 방문

감독 홍상수, 가와세 나오미, 라브 디아즈
주연 정유미, 이선균, 문성근
전주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디지털 3인 3색'의 2009년 작품으로, 전주영화제 1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한국의 홍상수, 일본의 가와세 나오미, 그리고 필리핀의 라브 디아즈 감독이 연출에 참여했다. 홍상수 감독의 <첩첩산중>은 전주에 내려갔다가 자신과 친했던 선배 언니가 자신의 옛 애인이기도 했던 스승과 사귀는 사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배신감에 헤어진 옛 남자친구를 불러들이면서 겪는 뻘쭘한 소동극이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코마>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코마라는 작은 마을을 찾은 재일교포 3세 남자가 자신이 찾아간 집의 딸과 겪는 섬세한 감정의 교류를 그려낸다. 라브 디아즈 감독의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는 오랜만에 어린시절을 보낸 필리핀의 섬을 방문한 한 캐나다 여성을 둘러싸고 그녀의 납치 계획을 세우는 마을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일본, 필리핀을 대표하는 세 감독의 각자의 개성과 주제의식이 또렷하게 대조를 이루며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 19 : Nineteen
19 : Nineteen

감독 장용우
주연 최승현, 승리, 허이재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19살 소녀 영애가 한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된다. PC방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정훈(최승현)은 영애가 죽던 마지막 날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소심한 재수생 민서(승리)는 PC방에서 몰래 영애의 모습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용의자로 지목된다. 거기에 아픈 엄마를 보살피기 위해 미용실에서 보조로 일하는 영애의 고등학교 동창 은형(허이재)까지 용의선상에 떠오른다. 19살 동갑내기인 이 셋은 경찰에 심문을 받던 중 엉겁결에 함께 도망치고, 영애의 죽음에 얽힌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애를 쓴다. 이름도 제대로 모르던 이 셋은 처음엔 서로를 의심하지만, 여행을 함께 계속하면서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지난주에 개봉한 <내 눈에 콩깍지>와 함께 '텔레시네마 7'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영화. <왕초>, <호텔리어> 등의 드라마를 만든 장용수 PD가 연출을 맡았고, <하얀 거탑>, <굿 럭> 등 일본 내 화제 드라마의 각본을 쓴 이노우에 유미코가 시나리오를 썼다. 빅뱅의 탑(최승현)과 승리가 주연을 맡았다 하여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 천국의 우편배달부
천국의 우편배달부

감독 이형민
주연 한효주, 영웅재중
재준(영웅재중)은 세상을 먼저 떠난 이들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천국에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배달해주는 '천국의 우편배달부'이다. 어느 날 죽은 연인에 대한 마음의 상처로 원망의 편지를 부치러 온 여자 하나(한효주)를 만나게 된다. 그녀에게 천국에서 온 답장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처음엔 재준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던 하나는 시간당 높은 금액을 준다는 말에 제안을 받아들이고, 둘은 이내 환상의 파트너쉽을 이룬다. 그리고 둘은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14일뿐이다.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이 연기에 도전한 스크린 데뷔작.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 <미안한다 사랑한다>를 연출했던 이형민 PD가 메가폰을 잡았다. 역시 <19>과 마찬가지로 '텔레시네마 7' 시리즈 중 한 작품이다.

▲ 2012
2012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주연 존 큐잭, 아만다 피트, 치웨텔 에지오포
백악관 직속 연구소의 지질학자 애드리안(치웨텔 에지오포)은 2009년 지각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감지하고, 2012년 12월에 지구 전체에 격렬한 대격변이 일어날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 국가의 정상들은 비밀리에 '초밍 프로젝트'를 가동시킨다. 2012년 12월, 작가인 잭슨 커티스(존 큐잭)은 아이들과 함께 국립공원으로 캠핑을 나섰다가 심상치 않은 일들을 목격하게 되고, 한 미치광이로부터 지구가 곧 망할 것이며 이미 비밀리에 우주선이 건조되어 부자들을 위해 자리를 팔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간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등 대규모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어왔던 롤랜드 에머리히가 드디어 지구 전체를 때려부순다. 지진, 해일 등 전례없는 규모의 대참사를 표현해내는 CG는 매우 놀라운 수준. 지구가 망해도 구원받을 이들은 전세계 선진국의 부자들뿐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영화의 비극을 더한다. 코미디 연기로 더 눈에 익은 아만다 피트가 존 큐잭의 이혼한 아내로 등장하며, 대니 글로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탠디 뉴튼의 그의 딸, 우디 해럴슨이 미치광이 예언자로 등장한다.

▲ 제노바
제노바

감독 마이클 윈터보텀
주연 콜린 퍼스, 윌라 홀랜드, 펄라 하니-자딘
자동차 사고로 아내 매리엔이 죽은 뒤, 조(콜린 퍼스)는 두 딸, 켈리(윌라 홀랜드)와 메리(펄라 하니-자딘)과 함께 제노바로 이사를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자기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꼬마 메리는 매일밤 악몽을 꾸며 소리를 지르다 잠에서 깨기 일쑤다. 사춘기인 켈리는 피아노 학원에 메리를 버려둔 채 데이트를 나가는 식의 반항으로 엄마를 잃은 상실감을 달랜다. 혼자 남겨진 시간이 많아진 메리는 어느 때부터인가 죽은 엄마가 자신을 찾아오는 걸 보고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한 가정이 상실감을 견뎌내며 남은 이들끼리 다시 뭉치고 보듬는 과정을 찬찬히 그려간다.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에게 비친 제노바는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종종 길을 잃기 일쑤일 정도로 미로같은 골목길 사이에 삶의 활기와 어두움이 같이 있는 곳, 그리고 삶과 죽음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죽음'에 짓눌려있는 한 가정의 고통이, 특히 어린 메리가 겪는 상처의 극복 과정이 애처롭고 짠하다.

▲ 트릭스
트릭스

감독 안제이 자키모프스키
주연 데미안 울, 아벨리나 발렌지아크
작은 마을에서 엄마와 누나와 함께 사고 있는 6살 소년 스테펙(데미안 울)은 가게 때문에 바쁜 엄마보다는 12살 위인 누나 엘카(아벨리나 발렌지아크)와 더 가깝게 지낸다. 어느 날 기차 플랫폼에 앉아있는 낯선 중년남자를 본 스테펙은 그가 아버지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엄마와 다시 만나게 해주기 위해 작은 속임수들을 쓰기 시작한다. 기찻길에 동전을 뿌리고 장난감 병정을 세워두는 등, 어떻게든 기차를 타려는 그의 발길을 붙잡아 엄마의 가게로 가도록 하려는 것이다. 소소한 속임수들로 행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 6살 소년의 동심을 통해 '희망으로 만들어내는 기적'을 그리는 영화다. 2008년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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