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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와 쌍용차, 둘이 보여주는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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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와 쌍용차, 둘이 보여주는 진실은?

[기고] 노동조합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노조 전임자는 일은 안 하니 돈을 받으면 안 된다." (정운찬 국무총리, 11월 11일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는 전임자가 놀고 먹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정운찬 총리는 "노동조합 간부가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산"이라는 현기환 의원(한나라당)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다.

"상하이차의 쌍용차 기술유출 논란은 2006년 노조가 중국인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사진 9명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조선일보, 11월 12일 사설)

<조선일보>는 쌍용차노조의 77일간의 폭력적(?)인 시위에만 '알러지' 반응을 보였지 기술유출, 투자약속위반 등 노조의 핵심주장에는 눈도 거들떠보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쌍용차의 기술이 상하이차로 유출됐다는 검찰 발표가 나자 어쩔 수없이 노조의 역할을 인정했다.

노동조합이 과연 놀고 먹는 집단일까? 쌍용차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과 국부가 유출되는 사태에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국익을 대변하는 집단이 노동조합이다. 상하이차로 유출된 기술은 국고를 통해 지원되던 사업이었다. 국익을 지키라는 임무를 받은 정부는 그 과정에서 유출을 방치했다. 검찰은 노조가 이미 2006년에 고발한 문제를 3년이 지나서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유출을 고발하고 이에 저항하는 노조를 잡는데 앞장섰다.

비단 쌍용차 뿐 아니다. 공기업도 한 번 따져 보자. 인천공항공사를 봐도, 철도공사를 봐도, 수자원공사를 봐도, 낙하산 사장의 로봇경영에 공기업이 멍들고 공공서비스가 낙후되고 있을 때 국민을 대신해 회사를 지키려고 저항하는 집단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낙하산 감사도, 부패한 관료도, 어용학자 출신 비상임이사도 아니다. 예산을 지원받는 이들 집단이 국민이 아닌 정권에 충성하고 있을 때 국민을 대신하여 싸워주는 집단은 노조가 유일하다. 국회심의를 받지 않는다고 대규모 예산을 '묻지마 투자'로 펑펑 쓰면서 전국을 포크레인 굉음으로 뒤덮으려 하는 부패한 경영진에는 노조만이 맞서고 있다. 공기업을 난도질하는 부패관료, 탐욕자본 그리고 이들을 합리화시켜주는 어용학자들이 춤추고 있을 때 공기업이 그나마 이 정도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노조의 기여와 역할이다.

한국 노조들은 외국과는 달리 순수한 생존권 투쟁에만 매달릴 수 없다. 무분별한 임금삭감, 인력감축, 정리해고가 사업장을 뒤덮고 있을 때 노조는 우선 국익을 지키는 투쟁부터 시작한다. 보수언론들은 '위장'이라고 조롱하고 있지만 쌍용차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진실이다. 너무나 열악한 공공의료 서비스로 고통 받는 국민을 위하여 병상만이라도 확보하자는 것이 정말 놀고 먹는 집단의 행태인가? 외국투기자본의 탐욕에 저항하고 있는 대우건설, 금호생명 노조가 정말 조직이기주의만 내세우고 있는가?

이명박 정부에는 약하거나 의견을 달리하는 집단을 비웃고 조롱하는 관료들이 너무나 많다. 서울대 총장을 지낸 엘리트 경제학자 출신 국무총리가 '노동'이 어떤 것인지는 충분히 알고도 남을 것이다. 놀고 먹는 집단을 위해 헌법에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법학·노동경제학이 사회를 연구하는 핵심학문으로 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 전문성이 앞서는 총리와 노동부 장관이 천박한 언사로 노동운동을 조롱하는 행태는 오류에 앞서 너무나 비도덕적이다.

▲최임식 한국노총 중앙투쟁실 국장. ⓒ프레시안
아무리 옳은 논리를 제시하고, 토론회 등 대국민 소통을 요구해도 이 정부의 '마이웨이'는 끝이 없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더 거칠고 완고해진다. 일부 장관이나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오로지 대통령 의사 관철의 표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비겁하다. 합리적인 행보를 기대했던 노동부 장관마저 점점 전임자의 족적을 밟고 있다.


장관과 국회의원이 취임 배경은 다르지만 둘 모두 똑같이 국민혈세로 급여를 받고 재원을 집행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들이 정권의 따뜻한 아랫목에 안주하고 있을 때 국민들은 이 황량한 삭풍을 맞으며 거리에서 국익을 지키고 있다. 그들은 권력이 아닌 국민에 충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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