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금통위로 사실상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물건너갔다는 게 시장의 다수 의견이다. 설사 금리를 끌어올리더라도 그 폭은 제한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금리, 이번에도 동결" ⓒ뉴시스 |
"경기회복세 뚜렷"하지만 금리는 동결
12일 이성태 한은 총재는 최근 국내 경기에 대해 "호전되는 내수가 제조업과 서비스업 생산에도 반영되면서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수출은 중국과 동남아에서 특히 잘 되고 있으며 소비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지표도 지난 9월 1년 만에 증가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한은이 배포한 국내외 경기동향 자료보다 강화된 입장이다. 지난달 한은은 "수출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소비가 전년 수준을 상회하는"이라는 표현으로 회복세를 진단했다. '특히' '호조'와 같이 강한 성장세를 확신하는 문구는 쓰지 않았다.
이 총재는 이처럼 올해 한국 경제의 회복세를 뚜렷이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데 이어 현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기준금리 2%가 역사적으로 상당히 낮은 것은 분명하다"며 "지금 금리 수준이 적정하냐고 하면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항상 현재 금리가 가져올 수 있는 이득과 부담은 무엇이냐는 걸 따져 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낮은 금리 유지가 가져올 부작용보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요소로 이 총재는 선진국 회복 속도와 4분기 이후 속도가 떨어질 국내총생산(GDP) 증가량을 들었다.
특히 이 총재는 지난 2, 3분기의 강한 성장세의 질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로 먼저 정부의 경기촉진책이 '상당히' 강력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재정정책에 대해 "대책 자체가 선진국보다 빨랐고, 규모도 상당히 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분기와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기업들이 재고를 크게 줄였는데, 예상보다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 재고조정이 굉장히 컸기 때문"이라며 "실제 수요 감소분보다 생산이 더 크게 줄어들어 그 동안 성장률이 너무 내려가고, 너무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례적인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그에 맞물려 기업들이 과도하게 줄였던 몸집을 정상화하면서 경제성장률이 크게 회복됐으나, 이것만으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릴 수는 없다는 뜻이다.
올리긴 올리나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은의 이와 같은 경기진단에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무엇보다 주택부문에서 버블 신호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달에서 0.4%를 기록해 속도가 떨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양의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최근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전세가격의 경우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매매가격과 상승률 격차를 벌리고 있다. 지난 6월과 7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상승률 격차는 0.2%포인트에 그쳤으나 이번 달 전세가격 상승률은 0.9%를 기록, 매매가격보다 0.4%포인트 컸다.
이 총재도 "금융규제가 강화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다"면서도 "전세가격은 수급상황을 반영해 아직도 상당히 높은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통화정책은 여러 가지 요인을 균형 있게 봐야하기 때문에"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총재는 "당분간은 국내 수요 확대 정도와 세계경제의 회복기조가 얼마나 확실해지는가를 볼 것"이라며 "경기회복 쪽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출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사실상 당분간은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할 정도로 강한 표현이었다.
이 때문에 언젠가는 기준금리를 정상화(인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금융시장 관계자들 일부에서는 연내는 물론, 이 총재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는 인상이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내년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이날 UBS는 "내년 1분기가 지나야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인상 폭은 0.5%포인트 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없는 과잉생산 속도조절 신호 보내야"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을 언제까지고 늦출 수는 없다는 지적은 지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양진모 SK증권 연구원은 현 기준금리 수준을 '위기상황'으로 지적하며 "너무 낮은 현 기준금리를 불경기 수준에 걸맞게 인상해야 한다"며 "수요 없는 과잉생산에는 속도조절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 속도 때문에 한은이 다음달에는 금리를 올릴수도 있다는 소수 의견도 나왔다. 프랑스계 소시에테 제네랄(SG) 은행은 "한은은 생각보다 쉽게 긴축 쪽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의 경제기조가 유지될 경우 다음 달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빠른 성장을 위해서도 예상을 앞선 긴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4분기 이후 경기동향에 대해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먼저 회복된 만큼,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으로는 선진국이 뒤늦은 재정정책 효과를 보는 대신, 한국은 재정정책에 따른 효과가 빠지는 양상을 띌 수도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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