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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이념이라고?…'정세균 독트린' 엉거주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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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이념이라고?…'정세균 독트린' 엉거주춤해"

[진보매체 합동토론 ④] 민주당 정세균 대표

프레시안과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4개 진보매체가 공동으로 기획한 합동토론회 '진보개혁 공생의 길, 4당 대표에게 묻는다'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생중계 합니다. 6일 출연자는 정세균 대표입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되는 토론회는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김헌태 인하대 겸임교수, 이유주현 한겨레 기자가 패널로 참여합니다. <편집자>

"민주당 패권의식...소탐대실했다"

'진보개혁 공생의 길, 야4당 대표에게 묻는다'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의 일방독주를 막는 방법은 연대와 통합"이라며 "통합과 연대를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고 민주당은 낮은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모두발언을 통해 정 대표는 이같이 '연대와 통합'을 강조했으나 지정토론에 돌입하자마자 패널들은 정 대표와 민주당의 '야권 연대의 진정성'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이유주현 한겨레 기자는 10.28 재보선에서 단일화에 실패한 안산 상록을의 경험을 상기시키며 "대표가 의지가 있었다면 후보와 당내의 반발을 설득하고 단일화에 성공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단일화하지 않고 승리하는 게 A학점이면 단일화 하고 승리하면 A플러스"라면서 "A플러스를 받고 싶었는데 A학점밖에 못 받았지만 민주당 지도부와 나는 단일화에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유 기자는 "민주당 학점체계와 국민들의 학점체계가 다른 것 아니냐"고 되받았다.

안산 단일화 실패 원인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무소속 임종인 후보의 '위약' 탓으로 돌렸다. 단일화 협상 타결 사실을 임 후보가 먼저 발표한 게 단일화 실패의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임종인 후보는 위약을 해도 괜찮고 민주당은 그 위약을 너그럽게 봐줘야 한다는 기준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정 대표는 또한 "단일화 협상을 제대로 하고 싶었다면 야3당이 민주당에 협상 제안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후보를 정해 밀어붙인 게 적절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결과적으로 단일화가 깨진 가장 큰 배경은 민주당이 여론조사에서 우세하다는 패권의식 때문이 아니냐"면서 "앞으로 지방선거에서 단일화 전망이 어두워졌다. 소탐대실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어 야권의 지방선거 선거 공조에 대해 "단일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한나라당을 패배시키기 위한 단일화"라며 "민주당의 이익만을 위한 단일화는 절대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다른 야3당 대표들에게 미리 단일화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며 "첫째 지역에 따라 역할 분담을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둘째 서로 역할을 맡겠다고 나서는 경우 어떤 룰을 통해 후보를 선정할 것인가에 대비한 룰을 만들어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선거공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본격화되기 전에 정치협상을 통한 야권 선거공조의 틀과 룰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

이에 대해 이대근 위원은 "민주당이 서울, 경기, 인천 광역단체장 중에 양보할 수 있는 자세가 있느냐"고 물었으나, 정 대표는 "기본 자세는 열어놓고 해야 한다"면서도 "수도권 광역단체장은 다음 총선과 대선과 직결된다. 쉽게 답변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정 대표는 "수도권 광역단체장은 중요하고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집착을 보이기도 했다.

"정세균 독트린, 내 의욕과 욕심의 표현"

세 번째 지정토론에서 김민웅 교수는 공직 선거에 나서는 후보 선정의 기준을 캐물었다. 당이 지향하는 가치냐, 당선가능성이냐는 물음이다. 정 대표는 "해당행위자, 지탄의 대상, 당의 단결을 저해하는 자가 아니면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 정당 문화의 한 단면"이라고 현실론적 시각을 보였다.

정 대표는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선 의석도 중요하다. 이념과 정책만 가지고 한나라당 독주를 막을 수 없다"면서 "가치만 가지고 인재를 구할 수 없으며 당선가능성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후보를 내놓으면 연대가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으나, 정 대표는 "민주당은 다른 정당과 대화가 가능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래서 신자유주의라고 비판 받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제1야당은 정부여당 정책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1차적 책임"이라고 피해갔다.

이어 정 대표는 소위 '정세균 독트린'을 뒷받침하는 '뉴민주당 플랜'과 관련해 "중도진보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우리가 집행하고 추진하는 정책은 이념에 매몰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진보적인 정당의 주장이 옳으면 수용하고, 반대편 정당의 주장이 서민에게 도움이 되면 유연하게 받아들여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겠다"고 '탈이념'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념 좌표를 흔들고 정체성을 바꾼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당 대표가 그것을 바꿀 수 없다"고 당 안팎의 비판을 반박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특히 "당이 단합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에 이제 수권정당으로서 인정받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저의 욕심과 의욕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정세균 독트린'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다.

마지막 지정토론자인 김헌태 인하대 교수는 25%에 갇힌 민주당의 지지율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지난 대선 때 정동영 후보가 25%, 총선 때 정당 투표율도 25%, 지금도 민주당 지지율은 25%"라며 "민주당은 여전히 국민앞에 반성이 앞서야 하는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성찰과 반성, 각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반성과 성찰만 하고 있어선 안 되고 신임을 얻기 위한 창조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피해갔다. 정 대표는 또한 "2005년부터 빠져있던 10% 지지도의 함정에 벗어나 이제 제1야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지도를 견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 야당이 반대할 때보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마디 하니까 효과가 더 크던데 비애감을 느끼지 않느냐"고 심기를 건드렸으나, 정 대표는 "당연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나를 비판하면 뉴스가 안 되지만 우리당 내부에서 나를 비판하면 뉴스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지정토론 뒤에 이어진 VCR 질문에선 소위 '고대녀'로 불리는 김지윤 씨가 나섰다. 그는 "종부세를 무력화하는 예산안에 합의하고 최저임금법을 공동으로 발의했고 비정규직 악법을 시도하기도 했다"며 "민주당이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의문"이라고 직격했다. 또한 "미디어법에 항의하면서도 등원해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많은 분들의 맥을 빠지게 했다"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종부세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비정규직 법을 한나라당이 개악하려는 것을 막은 것도 민주당이다"며 "정당은 운동과 달라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정 대표는 또한 미디어법과 관련해선 "법이 재개정될 때까지 끈질기게 절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난상토론에 앞서서는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정 대표의 의원직 사퇴 의지를 재확인하자 정 대표는 "나는 세비 받지 않고 있고 보좌관들도 실업자다"면서 "그냥 단순한 의지 표시 정도로 사퇴서를 냈다고 보면 안 된다"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영혼 없는 당이라고?"

합동토론회의 하이라이트인 난상토론에선 예상대로 '정세균 독트린'과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이 집중됐다.

김민웅 교수는 "이념이 공허한 논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정당에는 이념과 가치가 중요하다"면서 "정세균 독트린이 너무 엉거주춤한 것 아니냐. 눈치 보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듯 물었다.

이에 대해 정세균 대표는 "당이 어찌 영혼이 없겠느냐"며 "경우에 따라 진보로, 중도로 가야한다고 하는데, 분명한 것은 보수로 가야 한다는 사람은 없으니 공약수는 중도진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되면서 한 손에 쟁기를, 한 손에 책을 들고 싶었지만 책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서민경제와 남북관계의 파탄이 심했다"면서 "한 손에 쟁기, 한 손에 짱돌을 들다보니 책을 들 새가 없었다"고 '투쟁성'을 은근히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근 위원은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해 "중도냐 진보냐"면서 "닭인지 개인지 고양이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정 대표가 "이왕이면 호랑이나 사자로 해달라"고 눙쳤으나, 이 위원은 "자기가 호랑이인지 사자인지도 모르는 상태인데 서민을 위한 정책을 하겠다는 걸 누가 믿겠냐"고 받아쳤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내가 과감한 변화를 말한 것은 더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각오와 성찰의 표현"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이유주현 기자는 정 대표의 리더십과 관련해 "본인이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데 스스로 거름이 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 대표는 "앞으로 대표 임기가 남아 있으니 도약의 리더십을 위해 노력을 할 것"이라며 "통합의 과정을 통해 유력 정치인들이 민주당에 들어와 역동성의 기폭제로 만들고 싶었는데 좌절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수권정당으로 인정받기 전에는 개별 정치인의 이해관계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에서 민주당이 등원 조건으로 내건 5대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전격적으로 등원을 결정한 점을 꼬집으며 "민주당은 현실적이라기보다 당위적 전략만 내놓다 보니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한미 FTA 논란으로 벌어진 통외통위의 '해머 사건'을 상기시키며 "한나라당이 외통위 출입을 봉쇄하는데 손을 들어줘야 했느냐"며 "앉아서 당할 수는 없었다. 나는 떳떳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한미 FTA는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것 아니냐"며 "국민 눈에는 한미 FTA를 추진한 민주당이 이제 와서 과격한 행동을 보인다고 의아해 한다. 민주당의 혼란이 진보개혁 연대의 장애가 된다"는 김헌태 교수의 지적이 되돌아왔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민주정부 10년 위원회에서 평가가 있겠지만, 우리 정체성과 신자유주의는 맞지 않아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채택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깨는 게 지방선거 승리의 첫 출발"

이대근 위원이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이 민주당도 바뀌어서 부자 상류층을 위한 것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뉴민주당 플랜에서 엿보인 '우경화'를 지적하자 정 대표는 "뉴민주당 플랜은 그 말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김 원장도 진의가 왜곡돼 전달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체성과 정세균 독트린의 모호성에 대한 패널들의 궁금증은 말끔히 풀리지 않았다. 이 위원은 "민주당이 자기 중심이 확고하다면 오해가 확산됐겠느냐"고 되받아쳤다.

이유주현 기자는 "핵심 당직자를 취재해보니 재보선 직후 나흘만에 독트린을 만들었다. 급하고 빨리 보여줘야 하는 강박 때문이 아니냐"고 물었다. 정 대표는 "독트린이라고 내가 말한 적은 없는데…"라면서도 "평소의 생각일 수도 있다. 숙고 끝에 만들어진 것이 중요하진 않다. 그 시점에서 감사하고 잘 하겠다는 결심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정체성 논란이 계속되자 정 대표는 "정체성 혼란은 과거의 잔영이 남아 있는 것"이라며 "모두 무능하거나 정체성에 혼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정 대표는 "앞으로 중요한 정책 현안에 대해 개별 의원들이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큰 틀의 지향에 걸맞는 개별정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대근 위원과 김헌태 교수, 이유주현 기자가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위해 "기득권을 버릴 의향이 없느냐"고 입 모아 물었으나 "진심으로 공조하려면 미리 만나야 한다"며 "너무 떠벌리지 말고 세부적 사항까지 합의해 단일화나 공조를 기대하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피해갔다. 정 대표는 "민주당에게 다 버리라고 하면 안 되지만 기득권 포기 자세가 없으면 대화가 안 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답변이 여전히 추상적 수준에 머물자 이 위원은 "이런 상태로 지방선거에 승리할 수 있겠느냐"며 "현재의 민주당 갖고는 안되는 것 아니냐. 대표가 리더십을 보여 민주당을 깨는 게 첫 출발이 아니냐"고 강한 주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정 대표는 "기득권도 버릴 수 있지만 단일화에만 연연하지도 않겠다"면서 "민주개혁 진영이 승리하는 지방선거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다른 정당과 곧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과의 1차적 연대 대상으로 거론되는 국민참여당의 출범과 관련해 정 대표는 "이런 상황이 안타깝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지만 결국 국민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견제하면서도 "언제든지 힘을 합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한 '정치인 정세균'의 개성과 스타일에 대한 질문에 "내가 모범생 스타일이다. 건강한 사고를 치고 싶은데 잘 안된다"며 "모범생 스타일이어서 인기가 없다고 하는데 아쉬울 때도 있지만 거짓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이 국민도, 야당도 무시하는 폭거를 저지르고 있는데 제1야당이 역할을 하고 싶다"며 "비판도 하고 제1야당이 제 역할을 하게 성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렇게 마감시간을 훌쩍 넘겨 20분 동안의 연장토론까지 이어진 이날 토론회는 마감됐다. 4개 진보매체가 기획해 지난 나흘간 진행된 합동토론회도 이로써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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