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국가'로 포장한 이명박 정부의 싸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국가'가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은 이런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다. 이명박 정부의 권위주의적 속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이 소송은 과거와 달리 '공포'와 '통제'의 효과만을 갖지 않는다. 그 성과가 현재 어디까지 왔던 간에 지난 20년의 민주화는 현 정부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비웃을 수 있는 '힘'을 다수의 국민들이 가질 수 있게 했다.
현 집권세력은 상상하지 못 했던 일, 즉 원고 '국가'의 명예훼손 소송이라는 공포적 상황을 희극적 상황으로 무장해제 시키는 일은 박 이사와 시민들의 상상력을 통해 하나씩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 ⓒ프레시안 |
박 이사는 "이렇게 좀더 나은 사회로 만들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차 있는 사회에서 우리 정부가, 공공적 리더들이 이렇게 밖에 못하는 가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21세기 화두' 4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문화와 예술이 창달되는 사회. 박 이사는 "경제성장이 과거처럼 굴뚝 산업 일으키고 도로 만드는 등 하드웨어를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하드웨어가 아니라 콘텐츠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발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소프트웨어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생태주의적 감수성'을 언급하면서 국토해양부, 수자원공사 등 국가 주도의 개발주의 시대의 국가 기구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둘째, 정부와 기업과 시민사회의 벽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하토야마 정부가 취임 일성으로 '관벽 타파', 즉 관료주의의 벽을 깨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흐름에서다. 기업과 시민사회의 벽도 책임윤리경영(CSR), 사회책임투자(SRI), 사회책임소비(SRC) 등을 통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통해 시민단체가 직접 기업이 되기도 한다. 박 이사도 아름다운 가게, 에코파티메아리, 이로운 몰 등 다수의 사회적 기업에 관여하고 있다.
셋째, 창의적인 사회.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이 하버드 대학을 2년 만에 중퇴하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대학을 1년 만에 중퇴하고 아버지 주차장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었던 것처럼 창의적인 사람이 보상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공무원, 법조인, 의사 등 '지대추구자(rent-seeker)'가 되기를 원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마지막으로 풀뿌리의 중요성, 지역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으로 정치의 중요성이 부각됐지만, 결국 정치를 바꾸는 것은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을 바꾸는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의 후퇴가 우리한테 안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금의 어려운 시기가 우리를 훨씬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사실 진보세력이 잘못한 부분도 많다. 지난 10년 동안 시민사회는 안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우리사회에 불가역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만큼 충분한 정책과 콘텐츠를 갖고 권력을 행사했나. 이런 측면에서 생각하면 반성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
지난 10.28 재보선 결과 승리했다고 희희낙락하는 민주당을 보면서 분노스러웠다. 후보단일화를 통해 양산에서도 이겼어야 한다. 안산도 후보단일화를 했어야 한다. 정치권은 분명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정치권을 진정 반성하게 하는 것은 시민의 힘이다."
다음은 이날 박 이사의 강연 전문.
대규모 공연장은 130개 있는데 공연장에 올릴 공연은 못 만드는 나라
이명박 정부 들어서 절망이 다들 깊지 않은가. 어느 국민이 자기 정부가 실패하기를 바라겠는가. 물론 설사 그 대통령을, 그 정부를 본인이 지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정부가 구성되면 그 정부를 지지하고 잘 되도록 노력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일이라는 게 너무 다양한 분야가 있기 때문에, 모두 찬성하거나 반대하긴 힘들다. 근데 어떻게 이명박 정부는 하는 일마다 동의하기 힘든 일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21세기 비전은 무엇일까. 그것을 말해보고자 한다.
내 명함에 나와 있는 직업은 '소셜 디자이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를 업그레이드 하고 나은 사회를 만들도록 디자인 할까. 그것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게 나의 직업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직함을 쓴 건 아니다. 해외 등을 다녀보니 도로는 이렇게 만드는 게 좋겠다. 건물은 이렇게 짓는 게 좋겠다 등의 생각을 가지게 됐다. 예를 들어 사람이 건물을 만들지만 때로는 건축이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졸속 난폭한 개발의 후유증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결국 우리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강연에 늦은 이유가 카이스트 대학원생 모임을 갔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이 30분만 시간을 내 달라고 해서 갔는데 계속 질문을 하는 바람에 이렇게 늦었다. 이 아이들을 보면서 벅찬 감동을 받았다. 물론 전체를 보면 걱정되는 바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수많은 젊은이를 보면서 미래는 빛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다. 내 강연이 빛나진 않는데 이렇게 들으러 왔다.
이건 엄청난 자원이다. 우리 사회를 좀더 나은 사회로 만들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도 현 정부가, 우리 공공의 리더들이 이렇게 밖에 못하는가 안타까움이 많다. 내가 생각하는 21세기 첫번째 화두는 모두 동의하는 것이다. 문화 예술이 좀 더 창달되는 사회다.
경제 성장은 옛날처럼 굴뚝 산업을 일으키고 도로를 만드는 등 하드웨어를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영국은 본래 디자인이라든지 예술이 발전한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 라틴 계통이 이런 쪽에 굉장히 강하다. 하지만 지금 영국은 자신들이 디자인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제조업을 잘한다고 다들 생각한다. 하지만 2004년 내가 3개월간 독일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보니까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지금은 자신들의 제품에 '메이드 인 저먼'이라고 쓰지 않고 '디자인 인 저먼'이라고 쓰더라.
이러다보니 우리나라처럼 생태적인 감수성이 발전되어 있지 않은 나라는 없다. 아직 우리나라는 국토해양부를 가지고 있다. 이런 나라는 없다. 도로 하나 만드는 데 수백억 원이 든다. 문제는 만드는 비용만이 아니라 유지비 등도 든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걸 전부 민간 자본으로 하고 있다. 차 500만 대가 다닐 거라 예측하고 도로를 만들었는데 정작 만들고 나니 그 숫자가 안 된다. 그러면 그 적자분을 정부가 충당해준다. 한나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그 액수가 1조 4000억 원이다. 소매치기가 자기 돈 100만 원을 가져갔다고 하면 어느 누가 가만히 있겠는가. 그런데 내가 낸 세금 몇 조 원이 빠져나가고 있다. 잠이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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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 사회 큰 방향이 하드웨어 중심의 국가를 만드는데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분식회계가 적발돼 8000억 원의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래서 이 돈을 어떻게 쓰는 게 좋을지 주위에서 내게 감사를 맡아 달라고 여러차례 부탁을 해서 맡았다. 물론 8000억 원은 아니고 아직 600억 원 밖에 안 내놓았다. 나중에 다 내놓으리라 믿는다. 이 돈으로 처음 계획한 사업이 오페라 하우스를 짓겠다는 것이었다. 대단한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난 반대했다. 그런 걸 만든다면 정부나 서울시에서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1000명 이상 들어가는 공연장이 130개나 된다. 이렇게 공연장은 넘치는데 공연장에 올릴 오페라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문화 예술의 나라, 하드웨어가 아닌 콘텐츠, 소프트웨어의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기업-시민단체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지금 전 세계에서는 혁명이 일고 있다. 정부와 기업과 민간의 벽이 없어지고 있다. 정부의 힘만으론 절대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없다. 일본 하토야마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관벽을 깨겠다고 밝혔다. 관료주의는 일본보다 우리가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커다란 수술이 필요하다. 98년 미국 시장 평가에서 1등을 한 이가 인디애나폴리스 시장이었다. 이 도시는 완전히 슬럼으로 변한 도시였다. 그런데 시가 앞장서서 종교시설을 만들고 민간과 함께 범죄를 추방하는데 앞장 섰다. 이를 통해 도심을 활성화해 다시 사람이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동시에 세금을 낮춰서 기업이 들어오게 했다.
일본의 많은 도시에 가면 공공기관이 그냥 회사를 만든다. 지자체가 전액 투자하는 주식회사가 굉장히 많아졌다. 서울시도 최근 서울관광주식회사를 만들었다. 공무원과 일해본 사람들은 다 알지 않나. 공무원들이 매번 하는 세 가지 타령이 있다. 첫째, 법률적 근거가 없다. 둘째, 예산이 없다. 셋째, 전례가 없다. 이래서 민간의 힘이 필요하다.
지금은 착한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다. 화장품 회사인 바디샵은 회사의 목표가 전쟁반대, 인권존중, 동물실험 반대 등이다. 시민단체의 목표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시민단체도 돈이 있어야 뭘하지 않나. 그래서 나도 기업 CEO다. 내가 만든 아름다운 가게의 지난해 매출이 150억 원이었다. 공정무역을 하는 아름다운 커피의 연 매출이 20억 원이다. 버리는 폐품을 활용하는 에코파티메아리, 공익법무법인 공감, 사회적 기업이 만든 물품만 파는 쇼핑몰인 이로운몰 등에 관여하고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기업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희만 기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우리사회의 또 하나의 비전으로 창의적인 사회를 들고 싶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이 하버드 대학을 2년 만에 중퇴하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대학을 1년 만에 중퇴하고 아버지 주차장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 냈다. 오늘 스탠포드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카이스트에 교수로 와 있는 분을 만났다. 그 분에게 스탠포드에 있을 때 만난 학생들과 카이스트 학생들을 비교하면 어떠냐고 물었더니 한국 학생들이 훨씬 우수하다고 하더라. 한국인들은 재능이 많다. 이런 재능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어주고, 정부가 고무해 준다면 한국은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
나는 한국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치면 세계 경제 7위 뿐 만이 아니라 5위 안에도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이 가진 아이디어와 열정을 공공의 영역에 불어 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풀뿌리 운동을 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나니 경제회복 기금을 우리처럼 강바닥에 뿌리는 게 아니라 지역을 활성화 하는데 썼다. 미국은 지역마다 어떻게 하면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단체가 있는데 그들을 지원했다.
미국에는 지역 재단이 많이 있다. 혼자 사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자신이 살던 집을 기부한다던지 이런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한 재단이 많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평생 모은 돈을 자식들에게 주고 간다. 자식 망치는 길이다. 내가 변호사를 하면서 보니까 유산이 많으면 형제들 간에 반드시 다툼이 일어나더라.
영국의 코인 스트리트 VS 한국의 뉴타운
예전에 영국 테임즈 강변을 간 적이 있는데 이곳에는 창고가 많았다. 지금의 강이라는 건 운송의 수단으론 그 활용이 정지됐지만 과거엔 운하로 사용됐다. 창고는 그 당시 짐을 쌓아 두던 곳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쓸모가 없게 됐다. 그러자 기업이 오피스 건물을 짓겠다고 했다. 주민들이 반대했다. 10년을 싸운 끝에 주민이 이겼다. 왜 이겼을까. 대안을 가졌기 때문이다. 주민이 중심이 돼서 일종의 회사를 만들었다. 창고의 개보수를 통해 디자인 센터를 만들었다. 그걸 임대로 주고 임대료로 학교, 주거 시설, 시장 등을 업그레이드 했다. 내가 갔을 때 그 지역은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지역이었다. 지역 주민이 즐거우니 많은 사람이 오지 않겠나. 만약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면 이 지역에 어떻게 관광을 오겠는가.
우리나라 재개발 사업은 어떤가. 우린 뉴타운으로 지정해 지역주민들 내쫓고 나무도, 풀 한 포기도 안 놔두고 부순다. 그리고 대기업이 이 지역을 과밀화하고 고층화해 수백억 원의 개발이익을 빼긴다. 재개발이 끝나고 나면 주민이 싹 바뀐다.
수자원공사 등 개발시대의 국가기구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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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리산에 케이블카가 만들어지는데 주변의 지자체마다 모두 신청을 한 상태다. 이렇게 지리산이 엄청 몸살을 앓고 있다. 케이블카만 반대해선 안된다. 이게 '두더지 잡기 게임' 같아서 하나를 누르면 다른 곳에서 튀어나온다.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지리산을 생명 특구로 지정해 지리산 인근 6개 지방자치단체들이 그랜드 디자인을 하자. 지리산의 10년 뒤, 100년 뒤 미래를 디자인해 그걸 만드는 과정에 지역 주민이 함께 하는 것이다.
다음 지방선거 때 지역 주민들이 바라는 것을 잘 정리해서 후보들에게 다리 하나, 공장 하나 유치하는 식이 아니라 이 도시 미래 100년을 보장하는 정책들을 받으라고 하면 안 받기 힘들다. 이런 식의 대안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물론 우리 역량이 부족하고 문제가 적지 않다. 이런 일은 시민사회의 과제, 그리고 정치권의 과제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이여, 고향에 내려가 시장이 되자
시민사회가 2000년 총선 때 낙선운동을 했다. 당시엔 도대체 이런 후진 정치구조를 가지곤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다. 선거법 위반이라고 했지만 감옥을 갈 생각을 하고 진행했다. 낙선 운동은 외형적으로 보면 성공했다. 전국 70%에서 성공했고 수도권에는 90%가 우리가 지목한 사람이 낙선됐다.
처음에는 이를 통해 여의도 정치권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다시 제자리였다. 그래서 역시 풀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정치인과 국회의원이 신경을 쓰는 건 표다. 그 표를 가진 이는 지역에 있다. 지역 주민이 뭉치고 의식이 바로 서면, 비로소 정치인이 주민의 눈치를 보고, 주민의 꿈과 바람에 따라 정책을 펼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풀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에게 강의를 할 땐 이런 말을 한다. '청년이여, 고향에 내려가 시장이 되자'. 마음이 젊으면 청년이다. 전국을 다니며 보니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서 고창권 씨라는 의사가 지역 운동을 열심히 했다. 10년을 하루같이 하니 그 동네 사람들은 그를 다 알고 신뢰하게 됐다. 이 분이 해운대구 구의원에 출마했다.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했는데도 고창권 씨는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지금 2기를 하고 있다. 천안시 시의원인 장기수 씨도 지역 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정치인이 된 경우다. 다음에는 천안 시장 물망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교회에선 설교 전에 애국가 부를까
지역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풀뿌리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가 우리 미래의 핵심 화두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시민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주최한 (희망과 대안) 창립총회에 나이드신 분들이 몰려 오셨다. 당시 우리는 애국가를 부르고 싶었는데 행사장이었던 조계사에서 스님들이 애국가를 안 부르고 행사를 하는지 준비가 안 돼 있었다.(웃음) 교회에서는 애국가를 부르는지 모르겠다. 목사님이 설교 전에 애국가를 부르면 이상하지 않겠나.
우리 사회가 정말 균형 잡힌 바른 사회가 되려면 시민이 균형 잡혀야 한다. 독일 나치 정권은 불법적으로 성립한 정권이 아니다. 합법적으로 이뤄졌다. 그래서 2차 대전 이후 독일은 탈 나치를 최고의 정치로 내걸었다. 그리고 돈과 역량을 국민 교육에 쏟았다. 정치 교육은 재미없다. 그래서 정치교육 건물은 독일 전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하는 곳에 지었다. 재미없는 정치교육을 아름다운 곳에서 교육하자는 취지다. 그 정도로 투자를 했다.
뭔헨에 가니 평생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인 국민고등대학이 있었다. 이곳에서 한 학기에 1만 3000개 강좌가 진행됐다. 가톨릭 교육기관에서는 수천 개가, 시민 단체에서는 수십 개의 강좌가 진행되고 있었다. 공부하는 민족이 정말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희망제작소도 많은 교육을 하고 있다. '소셜 디자이너' 스쿨, 공무원 학교, 좋은 시장 학교, 사회 혁신 기업가 학교 등.
한국 사회는 단기적으로 보면 절망이 많다. 농촌도 그렇고 도시는 더 말할 나위 없다. 정부를 봐도 절망이 깊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걸 여러분이 증명하고 있다. 한 분도 졸지 않고 자발적으로 와서 이렇게 앉아 있다.(웃음) 여러분 같이 훌륭한 시민들 때문에, 밤낮없이 매진하는 풀뿌리 활동가 때문에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서 우리 사회는 어찌됐든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양산에서도 이겼어야 한다
▲ ⓒ프레시안 |
지금 어려운 시기가 우리를 훨씬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잘못한 부분도 많다. 지난 10년 동안 성찰하지 않았던 부분, 시민사회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나, 의제를 만들고 시민과 소통에 최선을 다했나 반성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지나놓고 보니까 구관이 명관이긴 하나 그럼에도 정말 국민을 설득하고 다시 돌아기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사회를 바꿔 냈던가. 충분한 정책과 콘텐츠를 가지고 권력을 행사했는가. 그런 측면에서 생각하면 반성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
지난 10월 보궐선거 때 압도적 승리를 했다고 희희낙락하는 민주당을 보며 정말 뺨이라도 한대 때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다. 양산에서도 이겼어야 했다. 안산에서 이겼지만 그게 이긴 건가. 통합을 했어야 했다. 후보가 하나가 됐어야 했다. 그런 게 국민에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작은 이익을 떠나 함께 할 때, 통합의 숫자를 넘어 훨씬 더 높은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권은 분명 반성해야 한다. 그걸 반성하게 하는 건 시민의 힘이다.
시민사회단체가 내년 지방 선거에서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어떻게 할지는 아직 충분히 논의가 안됐다. 올해 말 내년 초 전국 활동가들이 모여 논의를 해보자고 했다. 그런 힘이 뭉쳐지면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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