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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메신저까지 감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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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메신저까지 감시한다"

시민단체, 통신비밀보호법 위헌 신청

인터넷만큼 사적인 공간도 드물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서,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남의 눈을 의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통념이 깨지고 있다.

국정원, '패킷 감청'으로 인터넷 사용내역 속속들이

'패킷 감청' 기술 때문이다. '패킷'이란 인터넷으로 오가는 정보를 묶는 단위인데, 패킷 단위로 오가는 정보를 가로채 재구성하는 기술이 나왔다. 이렇게 하면, 인터넷 세상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손금 보듯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런 기술이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 8월31일 열린 기자회견이다. 인권단체들은 당시 회견에서 "'패킷 감청' 기술이 확보된 시점부터 국가정보원이 이 기술을 사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된 곽동기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 그 근거다.

국가정보원이 이런 기술을 이용해 사회단체 활동가들을 감시, 감청해 왔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그러나 이런 전횡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규제는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6년 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 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
시민단체와 법률가들이 이 문제에 팔을 걷어붙였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탄압 대응 시민사회공동대책위원회, 범민련공동변호인단,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통일위원회 등은 3일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국정원이 '패킷 감청' 기술을 이용해 사회단체 활동가들을 감청한 사례를 공개했다. 아울러 이들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기로 했다. 이 법률이 개인의 통신 비밀을 보호하기는커녕 정보기관이 마구잡이식 감청을 하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날 공개된 사례는 주로 범민련에 관한 것이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인 이 단체 이경원 사무처장에 대해 6년 동안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감청을 해 왔다.

지난 2003년 7월 30일부터 올해 6월 22일까지 이뤄진 감청과 감시에는 '패킷 감청' 외에도 다양한 방식이 동원됐다. 그리고 국정원은 지난 2004년부터 28개월 동안 이 단체 관계자들이 사용하는 KT인터넷 전용회선을 실시간으로 감청했다. 아울러 국정원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도 곁들였다. 범민련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 단체 활동가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동선을 초 단위로 파악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렇게 사생활이 낱낱이 까발려진 이들에게 국정원 측은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

한번 받은 통신제한허가서, 무한정 연장 가능

국정원의 이런 행태가 과연 합법적인 걸까. 이게 진짜 문제다. 국정원은 "통신 제한 조치 기간은 2개월을 초과할 수 없으나, 특수한 경우에 한해 2개월 범위 안에서 통신 제한 조치 기간의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라는 법률의 맹점을 활용했다. 한 차례 발부 받은 통신제한 조치 허가서를 연장하기를 거듭했던 것.

이날 회견 참가자들은 이런 행태를 '저인망식 수사', '실적 쌓기 수사'라고 평가했다. 미리 쳐놓은 그물에 먹이가 걸리기를 기다리듯, 꼬투리가 잡힐 때까지 감시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아무리 기다려도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면? 아무런 통보 없이 이뤄진 감시, 감청이었으니 문제 삼을 사람도 없다. 다만 그동안 인권과 사생활이 망가졌을 따름이다.

"영장주의, 적법적차 원칙에 위배돼 위헌"

이들이 이날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조항은 통신 제한 조치 연장을 무한정 거듭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통신비밀보호법 제 6조 7항 단소 조항이다. 공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재산을 침해할 때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적법절차의 원칙, 그리고 법관을 수사 과정에 초기부터 참여시켜야 한다는 영장주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것. 어떤 수사에서건 수사 과정은 철저히 법에 따라야 한다는 게 헌법 정신이다.

국정원 자료를 근거로 범민련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검찰은 어떤 입장일까. 형식적으로나마 통신 제한 조치 허가서를 발부 받았으니,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논란이 된 '패킷 감청' 기술에 대해서도 검찰은 "'패킷 감청'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 기관이 이 기술을 이용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검찰은 "설령 '패킷 감청' 기술을 썼다 해도,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패킷 감청 장비, 2002년부터 총 11대 가동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패킷 감청' 기술만큼은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게 야당과 인권단체들의 입장이다. 특정 단어만 걸러내서 감청하는 경우와 달리, '패킷 감청'은 인터넷을 통째로 감청하므로 사생활 침해를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패킷 감청은 정보 통신 사실을 포괄적으로 감시하는 방법이므로, 통신 제한 조치의 최소 침해 원칙을 정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에 어긋날 소지가 높다"며 "법원은 통신 제한 조치 허가서 발부에 특별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02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11대의 인터넷 패킷 감청 설비가 정보통신위원회 인가를 거쳐 국내에 도입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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