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서남해안 개발사업을 외곽에서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민간단체인 '서남해안포럼'(대표 김정태)이 18일 창립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날 창립대회에는 전현직 정치인과 관료를 포함해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저명인사들 수백 명이 참석했다.
***'서남해안포럼' 창립대회, 시작 전부터 북새통**
이날 창립대회가 열린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입구는 행사 시작 전부터 넘쳐나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회장 안에 마련된 200여 석은 모두 채워진 상태였다. 자리에 앉지 못해 서서 창립대회에 참석한 인사들만 해도 근 100여 명에 달했을 정도다.
이들은 "조그마한 행사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큰 행사인 줄 몰랐다"며 다소 놀라는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맨 앞줄에는 포럼 측 주요 인사와 포럼 측이 위촉한 '귀빈'들이 앉았다. 포럼 대표를 맡은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포럼 재정위원장을 맡은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원혜영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임권택 영화감독 등이 눈에 띄었다.
***낙후된 서남해안지역, 강한 개발의지 보여**
오후 6시 40분 경부터 시작된 창립대회는 김정태 대표의 인사말로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서남해안이 국제적인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을 부탁한다"고 짤막하게 말하고 단상을 내려왔다.
김정태 대표와 함께 대표직을 맡고 있는 최태옥 민주평통 전남부의장은 "한국의 미래가 새로 열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며 "건전한 기업을 (서남해안 지역에) 유치해 미래를 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정부가 약간의 SOC(사회간접자본)만 서남해안 지역에 갖춰준다면 향후 서남해안 지역에 1500만 여 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들의 말 속에는 국내외 기업을 유치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남해안 지역을 중흥시켜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김정태 대표를 포함해 포럼에 참석한 대다수 인사들은 이 서남지역 출신이다.
***난개발에 대한 우려, 친환경 개발에 대한 기대감 교차돼**
대표들의 인사말에 이어 축사가 이어졌다. 박형규 목사(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현고 스님(조계종 총무원장 직무대행), 정동채 문광부 장관 등 여러 인사들이 축사에 나섰다. 임권택 감독은 축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축사를 한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개발이 가져올 수 있는 폐해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면서도 서남해안 개발사업만큼은 친환경적 개발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축사에 담았다.
첫 축사자로 나선 박형규 목사는 특히 개발사업의 폐해에 강한 우려를 보이며 개발을 하더라도 '친환경 개발'을 하라고 조언했다.
박 목사는 "의아하고 걱정스런 생각부터 들었다. '기업도시', '개발'이라는 단어를 접하고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며 축사를 하는 것조차 우려감이 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산업개발의 가장 참혹한 피해를 입은 곳이 내 고향 마산 바다"라며 "일제 치하, 그 답답한 시대에 그래도 마산 앞 바다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곤 했는데 이제는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분노가 치민다"고 개인적 경험을 빌어 개발의 폐해에 대한 우려를 강조했다.
박 목사는 "하지만 시대는 달라졌고, 개발이라고 해서 모두 난개발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남해안 개발사업은 친환경 개발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현고 스님은 "자연 훼손, 공동체 훼손 등을 경계하고 우려해야 하는 종교인이 축사에 나서는 것에 대해 고심이 많았다"며 "하지만 불균형 개발로 지역간 갈등이 고착화되고 있는 마당에 지역 출신 인사들이 고향 발전을 위해 의욕을 보인다고 해서 축사를 수락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남해안 개발사업은 '난개발'과 '친환경 개발' 사이의 모호한 경계 위에 서 있다는 것이 이를 지켜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여기에 '낙후된 지역의 개발'이라는 의미까지 덧붙여져 과연 이 사업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찬용 청와대 전 인사수석, "회원 10만 명으로 늘리겠다" 포부 밝히기도**
한편 서남해안 개발사업의 시범사업으로 알려진 행담도 개발과 관련해 청와대 인사수석 직을 사임하기도 했던 정찬용 포럼 재정위원장은 '행담도 개발비리에서 구설수에 올랐는데 부담이 없냐'는 〈프레시안〉의 질문에 "그 건은 법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나한데 뒤집어 씌운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고, 난 전혀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앞으로 포럼 회원을 10만 명 선으로 끌어올리겠다"며 포럼 활동에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김정태 대표는 '공식 활동에 다시 나선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요청이 와서 이름만 빌려준 것일 뿐"이라며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아 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포럼 측이 이날 배포한 책자에서 김 대표는 "동북아 시대에 서남해안은 우리 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지역이 될 것"이라며 "나라의 미래를 밝히는 일과 고향을 발전시키는 데 헌신하고 싶다"며 포럼 활동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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