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소기업 대출 전문 은행인 CIT그룹이 1일(현지시간) 뉴욕의 파산법원에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했다.
CIT그룹의 파산보호 신청은 몇 달 전부터 예견돼온 것이어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중소기업의 자금난 가중은 불가피해 아직 취약한 미 경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101년 역사의 CIT그룹은 710억 달러 규모의 자산과 649억달러 부채를 가진 미국의 20위권 은행이나 파산보호 규모는 리먼 브러더스 홀딩스, 워싱턴 뮤추얼, 월드컴, 제너럴모터스에 이어 미국 역사상 5번째다.
작년 말 미 정부로부터 23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CIT는 지난 여름 자금사정이 악화하면서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미 정부는 지난 7월 구제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했고 이후 CIT는 채권자들과 구조조정을 위한 협의를 벌여왔다.
CIT는 채권자들과 300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 재조정 협의에는 실패했지만 최대 채권자인 칼 아이칸이 파산보호 과정에서 10억 달러를 지원하는 것 등을 조건으로 하는 사전조정 파산보호에 들어갔다. 사전조정 파산은 경영진과 채권자 등이 구조조정 방안과 함께 파산을 신청하는 제도다.
CIT는 성명을 통해 90%의 채권자가 사전조정 파산계획을 선택했고, 이를 통해 100억 달러의 채무가 경감될 것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2개월 정도의 기간에 파산보호에서 벗어나 회생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IT의 제프리 피크 최고경영자(CEO)는 CIT의 구조조정 절차가 중소 사업체 고객들에게 계속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혀 중소기업 대출영업은 지속될 것임을 설명했다.
CIT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미 정부가 작년 말 CIT에 우선주 지분 확보 형태로 지원했던 23억 달러의 공적자금도 상당부분 날아가 버릴 것으로 보여 미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 중 첫 손실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재무부도 CIT에 투입한 구제금융의 상당부분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밝혔다.
1908년 설립된 CIT그룹은 대형 금융사들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운 소매업체나 중소 사업체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 온 대표적인 금융회사였으나 지난 9분기 동안 5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속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CIT가 파산보호 기간에도 정상적인 영업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돈을 빌려 대출금을 갚는 식으로 생존을 유지해온 중소기업들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CIT의 대출 여력은 그렇지 않아도 감소해 지난 2007년에 신규 상업용 대출액이 400억 달러 가까웠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44억 달러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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