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한 정부와 열린우리당 사이의 협의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반면 노정관계 회복은 아직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계와 협의 없이 진행되는 노사관계 로드맵이 노정관계를 악화시킬 불씨가 될 공산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무리하게 노사관계 로드맵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동부 장관의 교체로 노정관계 회복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굳이 노동계를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노사관계 로드맵, 당정 간 상당수준 의견일치**
열린우리당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은 17일 노사관계 로드맵과 관련해 최근까지 진행된 당정협의의 결과를 밝혔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모두 34개 과제로 구성돼있지만, 정부는 그 가운데 24개 과제만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목희 위원장은 "최근 비공개 당정협의를 토해 노사관계 로드맵 중 주요 쟁점사항에 대해 일정부분 합의했다"며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기업의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 등을 예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당정은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기업의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임금지급 관행을 금지하는 대신, 300인 이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기업 규모에 따라 2년 혹은 3년 정도로 차등을 두어 유예하기로 했다.
또한 당정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해서는 과반수 조합원이 있는 노조가 교섭권을 행사하되(다수대표제), 과반수 노조가 없을 경우는 투표로 교섭창구를 정하도록 했다. 단 과반수 노조가 있더라도 40% 이상의 조합원을 가진 노조가 투표를 요구하면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는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이밖에도 당정은 그동안 단결권과 단체행동권 등을 제약한다며 노동계의 반발을 야기했던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는 철폐하는 대신 파업 중일 때는 사용자가 대체근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공익사업의 범위는 항만하역, 철도항공, 화물사업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입법예고 시점 두고 당정 간 의견차 존재**
당정은 이처럼 노사관계 로드맵이 담고 있는 주제 중 상당부분에 대해서 의견일치를 봤지만, 정작 로드맵을 반영한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하는 시점을 두고는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이목희 위원장도 당정 간 불협화음에 대해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정부는 고위 당정협의 직후 입법예고 절차를 밟기를 원하고 있지만, 당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상임위에서 처리한 후 본격적으로 추진해도 늦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컨대 노사관계 로드맵 입법화를 추진해온 노동부는 늦어도 2월 초에 입법예고를 하는 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우리당은 비정규직 법안을 처리한 뒤인 2월 하순 이후에 입법예고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김대환 장관 거취와 노동계에 대한 정치적 고려**
이같은 입장차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거취 문제 및 노동계에 대한 정치적 고려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 개각에서 후임 노동부 장관으로 이상수 열린우리당 전 의원이 내정되면서 김대환 현 장관은 늦어도 내달 10일까지는 퇴임할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노동부는 김 장관이 퇴임하기 전에 입법예고를 하는 등 로드맵 입법화를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로드맵 추진을 주도했던 김 장관이 마무리짓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화창구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계의 참여를 더 기다려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도 아울러 갖고 있다.
반면 우리당은 2월에 입법예고를 하더라도 법안처리 시점은 4월 임시국회가 될 것이고, 늦어지면 그 뒤로 밀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굳이 입법예고 시점 때문에 노동계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노동계가 노동부 장관 교체에 대해 '환영' 의사를 내비친 마당에 '노사관계 로드맵 일방처리'라는 비난을 노동계로부터 또 다시 들을 필요도 없다는 정치적 고려도 우리당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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