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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의 달인' 헌법재판소…앞날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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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의 달인' 헌법재판소…앞날이 걱정된다!

[홍성태의 '세상 읽기'] 민심과 헌법재판소의 사심

2009년 10월 28일, 전국의 다섯 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졌다. 결과는 자못 흥미롭다. 수도권인 안산, 수원 그리고 충북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고, 한나라당은 강릉, 양산에서 승리한 것이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경기도 수원시 민주당 이찬열 38,187 (49.22%)
경기도 안산시 민주당 김영환 14,176 (41.17%)
강원도 강릉시 한나라당 권성동 34,834 (50.90%)
충청북도 음성군 민주당 정범구 31,232 (41.94%)
경상남도 양산시 한나라당 박희태 30,801 (38.13%)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명확하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지지 기반인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했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수도권의 비판적 민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비서울/수도권 지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서울/수도권 집중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서울/수도권 지역의 지지를 강화해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토건 정치의 정략이다. 그런데 망국적 서울/수도권 과밀의 문제를 무시하는 이러한 토건 정치의 정략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비판적 민심이 명확히 제시된 것이다.

이것은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해서 비서울/수도권 지역에 막대한 혈세 퍼주기를 하는 동시에 서울/수도권 지역의 위험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4대강 죽이기'는 서울/수도권 지역의 식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다.

둘째, 충북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도 분명히 주목할 대목이다. 이것은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서울/수도권의 지지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망국적 서울/수도권 집중 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른 지역의 저항을 무마하고 지지를 유도하기 위해 '4대강 죽이기'라는 망국적 토건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여기서 '세종시'가 중요한 현안으로 제기되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서울/수도권 집중 정책을 위해 '세종시'를 줄이거나 아예 죽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저항을 '4대강 죽이기'와 정운찬 총리로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토건 정치는 수도권과 충청도에서 모두 매서운 심판을 받고 말았다. 결국 재·보선의 민심은 '세종시'를 살리고 '4대강 살리기'를 죽이라는 것이다. 서울/수도권도 무조건 집중이 아니라 내포적 발전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 박희태 의원이 최저 득표율로 당선된 것도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이다. 사실 박희태 의원은 출마하지 않았어야 했다. 이 급변하는 시대에 젊은 후배에게 기회를 주었다면 아주 좋았을 것이다. 박희태 의원은 이미 권력을 충분히 흡족하게 누린 사람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개인과 가족의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의 선거에서도 그 문제가 다시 떠올랐는데 사실 이 때문에도 출마가 아니라 은퇴를 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박희태 의원이 당선되면 국회의장은 당연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는데, 박희태 의원이 국회의장이 되고 싶어 출마했던 것이라면 그것은 노욕을 넘어선 노추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호언장담과 달리 최저 득표율로 겨우 의원이 되었으니 국회의장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나라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양산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이것도 역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적 민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재·보선의 결과를 보고 민심이 나름대로 잘 드러났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정말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말자 너무나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10월 19일 오후 2시 30분, 헌법재판소에서 이른바 '미디어 법'에 대해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정말이지 가관이었다.

▲ 국민들은 2009년 10월 1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프레시안

헌법재판소는 야당의 심의를 방해했으며 대리 투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미디어 법'의 통과에서 각종 불법이 횡행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렇듯 불법으로 통과되기는 했어도 '미디어 법'의 효력은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불법으로 법을 통과시켰는데 법의 효력을 인정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나 되는 것인가? 이로써 헌법재판소는 스스로 조롱거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라의 기반을 뒤흔들었다. 헌법재판소는 법치의 형식을 빌어 미디어 장악을 통한 반민주 독재화의 길을 활짝 열어 준 것이다.

무슨 삼류 개그도 아니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기가 막힌 시민들은 당장 반박하고 나섰다. 예컨대 시민들은 '도둑질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도둑질한 물건은 도둑의 것'이라는 논리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과연 그렇다. 이런 식의 반박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도둑질은 했으나 도둑은 아니다. 살인은 했으나 살인자는 아니다. 사기는 쳤으나 사기꾼은 아니다. 유괴는 했으나 유괴범은 아니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고, 논리가 서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말았다. 헌법재판소의 논리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헌법재판소는 판결했지만 따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 되지 않을까?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는데 대체 누가 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따라야 하는가? '관습헌법'보다도 더 황당한 최악의 판결이 아닌가?

헌법재판소는 헌법적 분쟁을 다루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 대표적인 예는 입법에 대한 위헌 판결이다. 입법부에서 위헌적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데, 이것을 검토해서 판결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핵심적 과제인 것이다. 4·19혁명을 통해 수립된 민주당 정부에서 헌법재판소를 수립하려고 했으나 박정희의 쿠데타로 무산되고 말았다.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으로서는 헌법재판소를 수립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의 헌법재판소는 6월 항쟁에 따른 민주화의 산물로서 1988년에 처음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정치적으로 크게 악용될 수 있다. 2004년 10월 21일에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의 판결을 내린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이번의 판결은 절차의 불법을 인정하고도 결과의 합법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너무나 나쁘고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사법의 기초인 이른바 '독수독과'(독 나무에서는 독 열매가 열린다)의 이론을 스스로 부정했다. 우리의 헌법재판소는 정말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관들의 학력과 경력과 연봉이 궁금해지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이 어지러워질수록 정의의 수호자로서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그러나 우리의 사법부는 거꾸로 가는 것 같다.

헌법재판소는 정의의 수호자가 아니라 불의의 수호자가 되기를 자처한 것 같다. '미디어 법'에 대한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국민과 역사를 상대로 불의의 수호자가 되겠노라고 공공연히 선언한 것이다. 아무래도 헌법재판관들은 국민과 역사를 아주 우습게 여기고 있거나, 보수 세력의 영구집권을 위해서는 무모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결심한 것 같다.

사법 판결의 탈을 쓴 정치 판결은 결국 바로잡히게 마련이다. 헌법재판소의 잘못이라고 그렇게 되지 않을까? 반드시 그렇게 되고 말 것이다. 국민의 공익이 아니라 특정 세력의 사익을 위해 일시적으로 사법 판결을 악용할 수 있어도 영구히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링컨이 말했듯이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국민들은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정체에 대해 다시금 잘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국민들은 사법 판결의 탈을 쓴 정치 판결에 의해 이 나라가 전락과 퇴보의 길을 걷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것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미디어 법'의 실행은 '4대강 죽이기'와 함께 '총체적 후진화'를 더욱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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