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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성장률'에도 MB정부, 크게 못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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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성장률'에도 MB정부, 크게 못 웃다

경기회복세=출구전략 압력…"내년 상반기까진 안돼"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대비 2.9% 상승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기록했다. 영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4%인 것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3분기 성장률은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실제로 최대 2% 중반까지 내다봤던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록이었다.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엄청난 난관에 부딪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7% 성장률'을 대선 공약을 내세웠었다. 이명박 정부가 747(7% 성장률, 4만불 국민소득, 7대 경제대국) 공약은 포기했지만 '고성장' 전략마저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OECD국가 중 가장 빠른 국가부채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쓴 것은 '성장률'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앞뒤 재지 않은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 지출 덕분에 한국이 여느 나라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3분기 GDP 성장률이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도 이런 정부의 역할이 컸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왔지만, 정작 정부는 마냥 좋아할 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OECD 세계포럼에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성과에 대해 자랑하는 한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높은 성장률은 빠른 회복세를 의미하며, 이는 곧 위기 극복을 위해 비정상적으로 풀었던 재정과 금융정책을 다시 조이는 출구전략의 논의를 불러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을 포함하는 출구전략 시행은 경제성장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더 큰 파국을 막기 위해 확장적 재정과 금융정책을 통해 키운 거품을 꺼트리는 것을 의미하는 출구전략은 고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제 출구전략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를 갖고 있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출구전략을 쓰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증현 "내년 상반기까지 재정 역할 중요"

▲ 3분기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크게 웃을 수 없다. 출구전략 압력 때문이다. ⓒ뉴시스
윤증현 장관은 28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다소 상반된 두 가지 입장을 밝혔다.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 두 가지를 동시에 강조했다.

우선 성장률과 관련해서 윤 장관은 "3분기에 높은 성장과 소비,투자 등 민간부문이 점차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연간 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면서 4분기에 0.5% 이상만 성장하면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윤 장관은 그러나 "우리 경제가 3분기에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자만해서는 안 된다"면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어 "앞으로 고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모든 노력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수출은 여러 요인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내수 확충과 고용 창출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당분간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고용부진 등 불안 요인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에도 재정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출구전략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허경욱 재정부 제1차관은 높은 성장률과 출구전략의 연관성을 둘러싼 정부의 고민에 대해 좀더 솔직하게 언급했다. 허 차관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3분기 GDP 성장률이 좋게 나와 다행이지만, 이를 계기로 출구전략 압력이 높아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출구전략의 시기에 대해 허 차관은 "매크로하게는 민간부문 성장세가 정착되면 시작한다는 게 원칙"이라면서 "4분기에는 분명히 재정 역할이 줄어들 것이다. 4분기 민간 회복 정도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허 차관의 발언을 통해서도 적어도 내년 1분기 전에 출구전략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 압력에 한은 굴복?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연내에 출구전략 시행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금리와 기준금리의 괴리가 너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장기금리와 기준금리의 금리격차는 역사상 최대 수준인 260bp(2.6%포인트)에 달한다. 보통 장기금리와 기준금리 차이는 100bp가량을 유지한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경제데이터로만 보면 11월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곳은 재정부가 아니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다. 그러나 윤증현 장관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금리 인상은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 월권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윤 장관은 지난 26일에도 "정부 입장은 아직 출구전략을 단행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확실히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고, 이를 중앙은행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앞으로도 당분간 (현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경기가 꾸준히 좋아지고 금융시장도 안정을 유지하도록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없다는 신호로 읽힌다. 하지만 이 총재의 이같은 입장은 한달 사이에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9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가 일부 인상된다 하더라도 지금의 금융완화상태가 상당히 강해 (기존의) 완화기조는 유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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