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는 기업들이 새로 뽑는 인원의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났다. 노동자 지갑은 얇아진 반면 노동시간은 늘어났다.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청년 노동자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제조업 비중 사상 첫 한자릿수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2007년) 대비 0.5%포인트 줄어든 9.8%에 머물렀다. 제조업 비중은 1993년만 해도 12.2%에 달했다.
사업체수와 종사자수가 모두 줄어들었다. 작년 제조업체 수는 32만900개로 전년대비 1만3749개 감소했다. 종사자수는 326만여 명으로 전년대비 13만9000여 명 줄어들었다.
제조업 종사자 수가 전체 산업 종사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에 달한다. 사실상 '고용의 등뼈' 역할을 하는 제조업의 침체가 전체 고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의 보수적 경영이 심화하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국내 상장사 700개 기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8.6%가 올해 발생할 수익의 최우선 사용처로 '차입금 상환'(34.4%)과 '내부유보'(34.2%)를 꼽았다. 반면 신규투자 의사를 밝힌 기업 비중은 23.7%에 불과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기업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내유보금만 쌓아갈 뿐, 신규투자에 나서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는 셈이다.
▲떨어지는 제조업 고용유발계수(단위 : 명). ⓒ프레시안 |
제조업체들이 최근 발표하는 3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을만큼 좋았으나 취업준비자들이 이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제조업의 고용유발계수(10억 원 투입 시 늘어나는 일자리 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11.1명이던 전체 산업 고용유발계수는 2007년 9.5명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같은 기간 8.8명에서 6.6명으로 하락폭이 더 컸다.
지갑 얇아지고,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새 채용공고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올해 1월~10월 사이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기업 채용공고 62만5945건을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 채용공고는 전체의 22%인 13만7704건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각각 17.8%, 18.1%에 그쳤다.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이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래밍 일부 분야는 비정규직 비중이 절반을 넘었고, 금융업과 교육부문도 각각 42%, 34%에 달했다.
비정규직 채용 증가는 노동자에게 임금 하락과 해고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켜 고용의 질을 떨어뜨린다. 노동부가 발표한 2분기 '사업체임금근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80만5600원으로 상용근로자 임금(269만2600원, 초과급여와 특별급여 합산)의 29.9%에 불과했다.
고용안정성 역시 크게 떨어진다. 통계청이 한해에 두 번(3월, 8월)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3월 내역을 살펴보면, 올해 3월 현재 비정규직 숫자는 전년대비 26만4000명 감소한 537만4000명이다. 얼핏보면 비정규직 숫자 감소가 정규직 증가로 이어졌으리라 생각할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파견노동자, 용역노동자 등 가장 열악한 업무형태인 비전형 근로자 수가 16만5000명 감소해, 경제난으로 일자리 자체가 사라졌음을 추정 가능하다. 사실상 정규직과 비슷한 처우를 받던 계약반복 갱신자는 사실상 씨가 말랐다.
기업들이 경제 위기를 맞아 해고가 용이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위기 기간 대폭 없애고, 위기 회복 조짐이 보이자 이를 다시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투자를 꺼리는 제조업체들이 비정규직 일자리 수를 점차 늘려가면서, 노동의 양과 질이 모두 저하되는 셈이다. 경제 회복을 쉽게 말하기 힘든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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