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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상식, 얼마나 틀렸는지 의심해 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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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상식, 얼마나 틀렸는지 의심해 봤나요?"

[키워드 가이드를 만나다] '세상의 오류들' 황춘성 씨

"피뢰침의 끝은 뽀족한 것이 좋을까, 둥근 것이 좋을까? 형광물질은 모두 몸에 나쁠까? '다르다'와 '틀리다'는 정말 '다른 말'일까?"

우리가 무심코 '당연한 일'이라 믿고 있는 '상식'은 몇 개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어딘가에서 보고 들으며 알게 된 그런 '상식'은 나이가 들수록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종종 그런 정보는 잘못된 내용을 포함하기도 한다. 누군가 콕 집어서 말해주지 않는한, 평생 잘못된 오류를 믿고 살 수도 있다. 이제 누구나 '정보의 바다'인 사이버 세계를 접할 수 있다지만, 이 '바다'는 종종 우리의 뒤통수를 친다. 부정확한 정보가 버젓이 '펌질'을 통해 돌아다니고 있는 경우를 한두 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그래서 황춘성 씨의 키워드는 모두에게 흥미롭다. 그의 키워드는 '세상의 오류들'. 말그대로 책이나 언론, 구전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 중 잘못 알려진 상식을 바로 잡아주는 꼭지들이 모여 있다.

물리학을 전공한 황춘성 씨는 2003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며 과학과 교육, IT 등의 이야기를 소개해왔다. "개발새발 써진 과학 공책"(☞바로 가기)은 그의 블로그 주소다. '펌'의 시대에 그가 직접 작성한 '오류를 바로잡는 이야기'는 꽤 인기가 많다.

아무리 과학도라 해도 모두가 '상식'이라 믿고 있는 '오류'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은 법. 그의 생활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그는 "때로는 내 개똥철학이 꼭지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며 웃었다.

▲ '세상의 오류들' 키워드 가이드 황춘성 씨. ⓒ프레시안

"스스로 공부하고 미디어도 된다는 것이 블로그의 매력"

프레시안 : '세상의 오류들'이라는 키워드가 흥미롭다. 특별히 이것을 키워드로 정한 이유가 있나.

황춘성 : 우리가 일상에서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들이 많다. 그런 문제 의식을 자꾸 갖다 보니 '패러다임'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 키워드는 너무 광범위해서 오류들이라고 잡았다.

프레시안 : 키워드 가이드에 앞서 '오류'와 같은 다양한 내용을 담은 블로그를 오랜 시간 활발하게 운영해왔다. 계기가 무엇인가.

황춘성 : 2000년 후반,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이용하면서 네이버 '지식인'의 전신과 같은 <한겨레> 디비딕 서비스와 같은 곳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이후 다양한 포털사이트의 지식 서비스를 이용해봤는데 '펌질'을 권장하는 등 좋지 않은 점을 발견했다.

이후 정리한 지식을 남겨두는 데 오히려 블로그가 유용하다고 판단했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고, 또 글 자체가 사람들에게 미디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블로그의 매력이다. 블로그를 통해 지식과 생각을 정리하면 미래의 나를 위해서도 도움이 많이 되겠다고 느꼈다.

프레시안 : 블로그로 인해 실제 생활이 달라진 점도 있나?

황춘성 : 물론이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작은 회사에 다녔다. 당시 하루 3시간 씩, 하루 중 상당 시간을 블로그 운영에 투자했다.

그러다가 블로그 시작 1년 뒤 직장을 관뒀다.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가치들을 알게 됐는데, 그게 직장에 계속 다녀야 한다는 생각과 서로 충돌했다. 직장 생활을 이대로 오래 한다면 다람쥐 쳇바퀴처럼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물론 이후 상당히 오랫동안 백수 생활 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후회하진 않았다.

이제는 블로그 컨설턴트를 한다. 생활이 블로그와 떼려야 뗄 수 없게 된 것이다.

"전문가에 대한 믿음이 너무 커서 종종 오류가 발생한다"

▲ "사람들은 얘기를 할 때 기본으로 가정을 할 때가 있는데, 저는 그런 가정 자체를 의심하고, 항상 그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이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오류를 찾아내는 경우는 주로 언제인가? 주로 본인의 과학적 지식에 기반하는 것인지?

황춘성 : 대화할 때 오류를 많이 본다. 어릴 때 생각이 특이하다는 말을 들었다. 사람들은 얘기를 할 때 기본으로 가정을 할 때가 있는데, 저는 그런 가정 자체를 의심하고, 항상 그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종종 가정을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 질문을 하니까 특이하다고 얘기하더라.

서른이 넘어가면서 세상에 어느 정도 맞춰져서 그때만큼 많은 가정을 찾아내진 못하지만 그래도 대화할 때 많이 찾는 편이다. 문제는 그렇게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하느냐다.

특히 정치인과 기자를 만났을 때 가장 힌트를 많이 얻는다. 반면 기업체 CEO들은 모든 가정을 다 열어놓고 생각한다. 성향을 보면 기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수적이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기본 가정을 파악할 줄 알더라. 그런데 정치인과 기자는 너무 가정이 강해서 상대방의 의문을 무시할 때가 많다.

프레시안 : 잘못된 오류를 가정하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나?

황춘성 : 정확한 수치로 말할 순 없지만 상당히 많다. 1930~50년대 라듐이라는 걸 이용한 자연발광을 하는 도료를 사용했다. 지하실 대피도 같은 데에 이용했는데, 어느 날 방사능이 몸에 해롭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즉시 사용이 중단됐다. 지금으로선 그때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살았을까 생각하지만 지금도 그런 오류가 많이 있을거다.

프레시안 : 잘못 알려진 오류의 예를 소개한다면.

황춘성 : 한창 '나노 광풍'이 불지 않았나. 처음 나노 이야기가 나올 때는 대학원에 있을 때였다. 나노 입자는 지금까지 기본적으로 독성이 강하다는 게 학자들의 의견이다.

그래서 나노 입자를 이용한 제품은 사실 자연적으로 별로 안 좋은 것이었다. 은이 살균 효과를 증명했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 세포도 세균과 다른게 없다. 실험을 많이 하면 이런 점이 더 많이 밝혀질 것이라 본다.

또 이미 키워드 가이드에 소개했는데,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인가'라는 글이 있다. 어떤 신문 기사에 보니까 아마존이 얼마 전까지 산소를 방출했는데 이번에 다시 조사했더니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학술 잡지의 발표가 있었다. 그런데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이산화탄소만 따졌을 때, 흡수한 것만큼 방출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런 얘기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기존의 가정이 너무 확고해서일까?

황춘성 : 전문가에 대한 믿음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류가 많이 발생한다고 본다. 뾰족한 피뢰침이라는 것도 유명한 과학자인 프랭클린이 보급하면서 부터 생긴 것이다. 당시에도 정반대의 주장이 있었지만 프랭클린의 명성은 그 주장들을 한 칼에 베어버릴 정도였다.

▲ "전문가에 대한 믿음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류가 많이 발생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항상 의심하고 숙고하라"

프레시안 : 오류를 발견하면 모두 소개하는 편인가.

황춘성 : 10개의 오류를 발견하면 블로그에 옮기는 건 3~4개밖에 안 된다. 우리가 생활할 때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보면 되짚어볼만한 것이 많다. 합당한 이유가 있거나 다른 것에 영향이 있어서 오류로 보이는 행동들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선풍기를 틀고 자면 숨이 막혀 죽는다는 오류도 곰곰이 생각하면 선풍기를 틀고 자면 그만큼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한 일종의 '생활의 지혜'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오류라고 생각할 때도 글로 옮길지 안 옮길지 고민을 많이 한다.

오류에 대해서는 간혹 주변에 물어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혼자 고민한다. 사실 일종의 개똥철학이기도 하다.

프레시안 : 자료 검색과 보관은 어떻게 하나.

황춘성 : 인터넷 검색을 가장 많이 한다. 사실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은 책이지만 책을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웃음)

또 메모를 많이 한다. 한 번 책을 읽으면 포스트잇으로 그때그때 책 위에다 생각을 정리하는 기본 습관이 있다. 또 휴대폰을 이용하기도 하고….

▲ "우리가 생활할 때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보면 되짚어볼만한 것이 많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그런 과정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

황춘성 : 작년에 무지개와 관련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무지개는 한꺼번에 몇 개가 뜰 수 있나 하는 문제였다. 과학 책이나 잡지를 검색하면 쌍무지개에 대해서만 설명을 해놓더라. 그런데 계산해봤더니 무지개는 네 개 이상이 생길 수 있더라. 하나는 무지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채운이고, 계산상으로는 나오지만 안 보이는 무지개가 있더라.

당시 그 포스트는 글 쓰는데 1주일, 자료 찾는데 한 달, 사진 자료 등을 써도 되는지 저작권자에게 물어보는데 두 달, 마무리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2월에 시작해서 6월에 완성했다. 모든 글이 그 정도 오래 걸리진 않지만 꼼꼼하게 준비하는 편이다.

프레시안 : 꼭 글로 쓰고 싶은 '오류'가 있다면?

황춘성 : 글은 작성했지만 사진을 못 구해서 아직 올리지 못 한 것이 있는데, 속옷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옷을 입을 때 실을 꿰맨 쪽이 안으로 들어간다. 미관 상의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속옷은 그러지 않아도 되니, 반대로 입어야 하지 않을까. 꿰맨 자국 때문에 살이 패이면 혈액 순환에 안 좋다. 특히 여성들은 브래지어 때문에 유방암에 많이 걸리는데, 뒤집으면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글을 올리면 의미는 있을 것 같은데, 속옷 사진을 넣을 때 괜찮을지 해서 고민 중이다. (웃음)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오류'를 종종 범하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황춘성 : 우리가 어떤 글을 읽거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대방을 철저히 믿는다 하더라도 의심을 해봐야 한다. 특히 선거 때는 너무 의심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뉴욕타임스> 하루치가 옛날에는 평생 접하던 지식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지식의 양이 늘었다. 그런데 옛날에는 조그마한 지식을 접해도 항상 의심하고 숙고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너무 정보량이 많다 보니까 그런 생각을 많이 안 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과 상호 소통하면서 그런 것에 대한 깊이있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본다. 즉 비판 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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