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플루 예방 접종 비용 약 1조 원을 국민에게 전가할 예정이어서 비판이 거세다.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이 전 국민에게 신종플루 예방 접종을 할 계획을 세운 반면,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35퍼센트인 약 1000만 명만 무료 예방 접종을 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3년간 최소 22조 원을 쏟아 붓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 국민 65%…'약 9000억 원' 자비로 예방 접종해야
오는 27일부터 정부가 신종플루 예방 접종을 시행한다. 정부는 65세 이상의 노인, 초·중·고등학교 학생, 군인, 생후 6개월~취학 전 아동, 임신부, 의료급여수급자 등 약 1716만 명을 상대로 무료 예방 접종을 할 예정이다. 전 국민의 65퍼센트에 해당하는 나머지 약 3000만 명은 2010년 1월부터 자비로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신종플루 예방 접종 비용은 1인당 약 3만 원 정도로 예상된다. 무료 예방 접종 대상이 아닌 65%의 국민이 신종플루 예방 접종을 하려면 약 900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것은 네덜란드, 독일, 영국, 캐나다 등이 신종플루 백신을 확보해서 국민 모두에게 예방 접종을 할 계획을 가진 것과 대조된다.
이런 정부의 발표를 놓고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2일 성명을 내 "신종플루 유행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국민 건강을 나 몰라라 하면서 내팽개치는 것"이라며 "백신은 국민 모두에게 전액 무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불필요한 비용만 줄인다면 약 5000억 원 정도면 전 국민 예방 접종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료 대상 500만 명도 750억 원 따로 내야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계획을 보면, 무료로 신종플루 예방 접종을 받는 국민 중에서도 생후 6개월~취학 전 아동, 임신부 등은 질병관리본부가 지정한 병·의원에 1만5000원의 접종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1만5000원을 내고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할 이들은 약 500만 명에 달한다. 무료 예방 접종 대상 국민 약 500만 명도 약 750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
이를 놓고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왜 병·의원에서 예방 접종을 받을 때 부담해야 할 비용이 1만5000원인지 그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동네 의원에서 영·유아가 진찰을 받을 때 초진료가 1만1000원(본인 부담 약 3000원) 정도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1만5000원을 접종비로 책정한 것은 의료기관에 주는 특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약 500만 명도 병·의원이 아니라 보건소에서 예방 접종을 받게 한다면 약 750억 원의 국민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이렇게 직접 국가가 예방 접종에 나선다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전 국민 예방 접종을 위한 재원 5000억 원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마지막으로 "백신은 한꺼번에 공급되지 않고 차례로 공급되기 때문에 보건소, 지역 거점 병원에서 전 국민 예방 접종을 한다고 혼란이 생기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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