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에서 비폭력 평화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을 폭행한 경찰의 행위를 두고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는 지난 8일 '피고 대한민국'이 한국 YMCA 이학영 총장 등 원고 7명에게 총 1050만 원 가량의 치료비 일부와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6월 29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서 한국 YMCA 회원과 시민 100여 명이 경찰의 진압에 반대하며 골목길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눕자, 이들을 곤봉과 방패로 구타하고 군홧발로 밟으며 폭행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촛불 집회가 불법 집회 또는 시위로서 피고(경찰)가 진압해야 할 대상이고, 원고들을 비롯한 YMCA 눕자 행동단이 경찰의 진입 시도를 방해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경찰로서는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시위 진압을 하여, 시위 진압 과정에서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불필요한 위해를 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또 경찰 장구의 사용은 공무 집행에 대한 항거의 억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 소속의 경찰들은 별다른 저항없이 소극적으로 도로에 누워있던 원고를 상대로 방패로 내리찍고 곤봉을 휘두르며 발로 밟아 원고들에게 상해를 가했다"며 "이는 예측되는 피해의 위험성에 비추어 시위 진압의 방법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YMCA 생명평화센터 이윤희 팀장은 "이번 판결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집회에 대해 법의 잣대라는 이름으로 계속 탄압을 했던 당국이 그나마 인권적 측면에서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팀장은 "촛불 집회에 참가했다가 벌금 등으로 뜻하지 않은 압박을 받고 있는 시민들에게 앞으로 참고할 만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이학영 총장 등은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들을 형사 고소했으나 이는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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