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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곤봉으로 국민 섬기나"

더해가는 경찰 폭력…누워있던 시민을 군홧발로 밟고 지나가

28일 오후부터 29일 새벽까지 이어진 서울 시청 및 광화문 일대 촛불 집회에는 지난 10일 이후 최대 인파인 15만 여명(국민대책회의 추산)이 몰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과 이명박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집회 시작 전부터 원천 봉쇄를 시도했으며, 방패로 시민의 얼굴을 가격하거나 소화기를 던지는 등 폭력 진압을 벌여 수백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전국 17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9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살인적 경찰 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전날부터 시청 인근에서 자리를 지키던 50여 명의 시민들도 저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곤봉으로 섬기냐" 등 각자 쓴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장 주위에 서 있었다.

"누워있던 시민을 방패와 곤봉으로 패고 군홧발로 밟았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팔에 골절상을 입는 등 중상을 입은 한국YMCA전국연맹 이학영 사무총장이 나와 전날 밤 경찰의 진압 실태를 증언했다.

경찰의 폭력 진압을 막기 위해 '눕자' 시민행동단을 조직했던 이학영 사무총장은 "시민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연행을 각오하고 '눕자' 운동을 제안해 YMCA 회원을 비롯해 80명 정도가 모였다. 그런데 집회 분위기는 우리가 보기에 전혀 진압할 상황이 아니었고, 처음에는 편안하게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 시민 100여 명과 함께 경찰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누웠다가 곤봉, 방패로 가격을 당하고 밟혀 부상을 입은 YMCA 이학영 사무총장. ⓒ프레시안

이학영 총장은 "그런데 갑자기 조선일보 별관 골목에서 경찰이 나올 것 같다는 얘기를 들어서 시민 100여 명이 이동했고, 경찰이 방패를 들고 나타났다"며 "여성까지 포함해 우리는 스크럼을 짜고 서 있다가 누워서 노래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은 처음엔 주춤하다가, 앞에 있던 경찰이 곤봉으로 마구 패면서 진격했다. 처음에는 발등을 곤봉으로 치다가 얼굴을 치려고 하길래 팔로 막았더니 팔을 곤봉인지, 방패인지로 마구 쳤다. 스크럼을 짜고 있던 상태였기에 우리는 흩어질 것도 없었는데 정말 개 패듯 팼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때리지만 말라'고 외쳤더니 그때부터 군홧발로 밟고 지나가더라. 200명 정도 상당히 많은 사람이 지나갔다. 우린 '죽는구나' 싶었고, 어떤 사람은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 상사인 누군가가 '밑으로 지나가라' 한마디로 지시했더니 그제서야 사람들을 밟지 않고 연행도 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1970년대 학생시위에도 참가해봤지만, 이렇게 무저항 상태에서 당한 적은 없었다"며 "우리는 최소한 연행을 당하려 한 것이지 맞으려 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군사 정권도 아닌, 선거로 당선된 정부가 할 일인가. 시민을 이렇게 탄압하는 의도는 폭력으로 시위를 억누르려 하는 것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는 힘으로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눕자' 행동단에 참가했던 이들 가운데 20여 명은 여성이었으며, 이학영 총장을 포함해 YMCA 회원 9명이 부상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선제공격하는 경찰, 범죄집단과 다름없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공동의장은 "저항하지 않는 시민에 선제공격을 하는 경찰은 범죄집단과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도 행진을 하던 가운데 연행됐던 한국여성민우회 권미혁 상임대표는 "어제는 집회에 참가한 국민을 다 폭도로 생각한 진압 작전이었다"며 "정말 많은 참가자들이 가족 단위로 왔는데, 경찰이 쇠파이프와 곤봉 진압은 말할 것도 없고 토끼몰이를 해 무서워서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촛불 집회에 참가한 국민을 더 이상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광주 사태를 방불케 하는 폭력을 행사했다"며 "이제 이명박 정부를 전두환보다 무도한 자본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투쟁해야 될 것 같다"며 오는 7월 2일에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민가협양심수후원회 권오헌 회장은 "집회와 시위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이고, 시민들은 평화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 했다"며 "그러나 이 정부는 얼마전 정책 비판에 응하겠다는 자신의 말을 전면 뒤집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구속 수사원칙에도 불구하고 대책위 간부란 이유로 구속 영장이 떨어졌다"며 "민주화 20년을 뒤집는 결과를 낳고 있는 정부를 결코 용납할 수 없고, 국민은 이들을 정부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평화적 시민을 폭력 시위자로 매도해 명분 얻으려는가"
▲ 28일 시위 도중 경찰쪽에서 날아온 물건 중 대책회의가 수집한 물건들. 소화기에는 '남대문 정보과' 등 경찰 소유임을 표기한 글씨가 적혀 있다. ⓒ프레시안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밤,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우고 광우병 위험의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는 평화적인 촛불시민을 향해 어청수 청장이 지휘하는 폭력 경찰이 저지른 만행은 80년대 군사독재를 방불 하는 것이었다"며 "여기저기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시민들로 인해 광화문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찰은 시위대에게 돌과 쇠뭉치, 소화기 등을 던지는 '살인 미수' 행위를 했고 심지어 부상당한 시민들을 응급 처치하던 의료진마저 연행해가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며 "또한 비무장의 여성을 4~5명의 경찰들이 수차례 발로 밝고 곤봉으로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을 섬기겠다던 이명박 정부가 지난 2달 여 동안 한 일은 국민들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것이었고, 국민을 두들겨 패는 것이었다"며 "이명박 정부에 의해 민주주의는 쓰레기통에 처박혔고, 국민의 인권은 경찰의 군홧발 아래 짓눌렸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경찰의 80년대식 진압은 국민의 분노를 키우고, 저항을 상승, 발전시킬 뿐"이라며 "더욱 평화적인 방식으로, 그러나 완강하고 강력하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의 폭력탄압이 더욱 야만적으로 가중되는 것은 광우병 위험에 쏠린 국민의 시선을 경찰의 폭력탄압과 시민의 저항으로 유도하고, 평화적인 시민을 폭력시위자로 매도함으로써,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동시에, 탄압의 명분을 획득하려는 가공스런 저의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지금까지 지켜온 것처럼 앞으로도 평화적인 기조를 더욱 더 굳건히 유지하고, 비폭력이 폭력을 이기는 우리 역사의 위대한 전통을 오늘에 되살려 전면재협상을 쟁취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국민대책회의가 밝힌 28일 부상자 현황.

국립의료원 17명

녹색병원 12명

백병원 34명

마이크로병원 2명

성북중앙병원 1명

한양대병원 4명

용산중앙대병원 4명

세란병원 5명

동인병원 4명

용산중앙대병원 17명

적십자병원 12명

총계 112명



△ 사례

1) 김OO (남, 40대)

갈비뼈 2대 다침, 손가락 개방형 골절, 광대뼈 및 안구뼈 골절, 머리 다침, 수술 요함

시청 앞 진압 시 방패로 가격 당함.

2) 박OO (남, 40대)

진보신당 칼라TV 카메라 기자로 소화기로 카메라를 치면서 얼굴을 가격 당함.

3) 민OO (남, 30대)

방패와 곤봉으로 무차별적으로 맞아 머리를 다침.

4) 최OO (남, 30대)

서울시의회 앞에 누워서 비폭력 연좌시위 중 방패로 얼굴 가격 당한 후, 집단 구타 당함.

허리 좌측 부상, 오른손 2,3,4,5지 골절

5) 김OO (남, 20대)

방패에 의해 안면부 가격 당함. 턱 크게 찢어져 수술 요함.

6) 강OO (남, 30대)

서울시의회 앞에 누워서 비폭력 연좌시위 중 방패로 코, 눈, 후두부 등 가격 당함.

기뇌증(앞머리와 눈 부분 골절 후, 공기 유입됨.), 안면부 W자로 크게 골절.

신경외과적 큰 수술을 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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