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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에게 묻는다…"어찌 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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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에게 묻는다…"어찌 하오리까?"

[김종배의 it] 그래서 외고 폐해의 해법은 뭔가?

예상대로다. 조중동은 외고 폐지-자율형 사립고로의 전환 방안에 반대한다.

사교육 유발이란 하나의 요인만 볼 게 아니라 교육 전반을 봐야 한다며 "수월성 교육을 통해 평준화의 폐해인 학력 저하를 줄이고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해 온"(중앙일보) 점을 놓쳐선 안 된다고 한다. "과열 사교육이 문제라면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서는 게 먼저이지 다짜고짜 외고를 폐지하자는 주장부터 내놓는 것은"(조선일보) 부적절하다고 한다.

이해한다. 조중동은 그간 평등교육 주장에 맞서 수월성 교육을 옹호해온 언론이다. 이런 언론이 외고 폐지 방안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존중한다. 조중동의 주장에 대한 찬반 입장을 떠나 그들의 주장을 현실에 엄존하는 하나의 입장으로 존중한다. 그들의 주장을 배척 대상이 아니라 토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래서 토론하려고 한다. 조중동이 주장하는 외고 폐지 반대 주장이 적합한 것인지를 놓고 토론하려고 한다. 하지만 할 수가 없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조중동은 주장만 펼 뿐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다. 단지 사교육 문제와 수월성 교육을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선택을 요구한다. 아니, 말이 잘못됐다. 조중동은 사교육 문제와 수월성 교육을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게 아니다. 형식상으로는 맞세웠지만 내용상으로는 등급을 나눴다. 외고가 사교육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수월성 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외고 폐지는 안 된다는 그들의 논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들에게 사교육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다.

그래도 인정할 수 있다. '조선일보' 지적처럼 과열 사교육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내놓는다면 조중동이 주장하는 수월성 교육을 인정할 수 있다. 교육문제에서 경쟁 요인을 완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글로벌 리더를 키운다는 주장을 마냥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인정할 수 있다.
▲ 서울지역 외고 합동설명회 장면 ⓒ프레시안

헌데 없다. 조중동의 사설 어디를 뒤져봐도 사교육 해소를 위한 해법은 없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어제와 오늘자 사설에선 일언반구 말이 없다. "외고가 사교육비를 증가시킨 측면을 부정하기 어렵다"(동아일보)면서도 해법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다.

그나마 해법을 제시한 곳은 '조선일보'인데, 이 신문의 해법 또한 애매하고 모호하다.

'조선일보'가 오늘자 사설에서 밝힌 해법은 영어듣기시험과 관련된 것인데 폐지하자는 것인지 완화하자는 것인지 주장이 모호하다. "외고의 언어듣기시험은 조기유학을 갔다 온 학생들 수준에 맞춘 고난도 시험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지적하면서도 "학교 교육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입시라면 곤란하다"는 수준에서 주장을 멈춰버린다.

표현은 모호하지만 해석은 분명하게 하자. '조선일보'의 주장을 영어듣기시험 폐지로 받아들이자. 그럴만한 정황이 있다.

'조선일보'가 해법이라며 하나 추가한 게 있다. "저소득층에게 상당한 입학 쿼터를" 주고 "입학사정관제 방식의 입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고액의 과외를 받을 형편이 못 되는 아이들에게 외고의 문을 활짝 열어줄 방안"이라면서 제시한 것이다.

자세히 살필 필요도 없다. 같은 것이다. '조선일보'의 해법은 대원외고가 외고 폐지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입시 개선안과 같은 것이다. 이게 바로 정황이다. 대원외고는 영어듣기시험 폐지를 내세웠다.

그럼 어떨까? '조선일보', 그리고 대원외고의 해법이 외고 폐지론을 제압하는 무기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 아니다.

굳이 상술할 필요가 없다. 외고 폐지를 주도하는 정두언 의원이 이미 밝혔다. 외고는 영어듣기시험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고, 그것 말고도 내신과 면접이 있다고, 따라서 이것을 놔두면 사교육은 결코 해소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이라는 지적이다.

저소득층에게 입학쿼터를 주는 방안도 그렇다. 이건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던져주는 짓과 같다. 사교육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사교육을 보완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사교육 경쟁에 뛰어든 중산층 이상 가정 자녀의 문제는 온존시킨 채 사교육 경쟁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저소득층 가정 자녀를 통해 과열 양상을 가리고자 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조중동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 '도 아니면 모'인 문제에 '개나 걸' 논법을 대입하는 바람에 자충수에 빠지고 말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영어듣기시험이다. 조중동이 그토록 강조하는 수월성 교육을 강화하려면, 이를 통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려면 영어듣기시험을 폐지할 게 아니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듣기시험을 영어로 한정할 게 아니라 제2외국어로 확대해야 한다.

그게 논리적으로 맞다. 그래야 수월성 교육이 만개하고 글로벌 인재 양성 성과가 커진다. 외국어에 덜 능통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수월하니까, 외국어 교육 수준을 높여야 글로벌 인재 양성이 수월해지니까 그렇다.

하지만 차마 이렇게 말하지 못한다. 이렇게 말하면 과열된 사교육 바람을 감내하라는 얘기로 연결되니까, 결국은 외고 폐해론을 강화시키니까….

두고 볼 일이다. 조중동이 이 자충수에서 어떻게 벗어나는지, 강변 또는 순응의 외길 외에 제3의 길을 여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지켜 볼 일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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