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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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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개봉영화

[뷰포인트] 2009년 10월 셋째 주

부산영화제의 열기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번 주에 우리영화 세 편을 비롯해 총 7편의 영화가 새로이 선을 보인다. 이중에는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며 감독과 배우들의 부산 방문으로 화제를 모은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이나 '외계인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디스트릭트 9> 등이 포함돼 있다. <디스트릭트 9>은 외계인과의 공존 28년째, 새로운 수용시설로 외계인들을 이주시키려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비밀과 사건 등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담았다. 영화적 재미도 재미지만, 영화 안에 놓인 다층적 은유와 메시지가 영화의 감흥을 한층 깊게 만든다.

비보이들의 열정과 땀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은 다큐멘터리 <플래닛 비보이>도 추천할 만한 작품. 전세계 비보이들의 춤에 대한 열정과 개성을 엿볼 수 있는 데다, 빠르고 감각적인 앵글과 편집으로 더욱 역동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북극의 눈물>은 작년 말 TV에서 방영되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다큐멘터리를 극장용으로 재편집한 작품.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북극의 동물들과 이누이드틀의 생생한 삶의 현장과 자연의 신비을 들여다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한 북극에 대한 안타까움도 함께다.

이밖에, 정치영화의 걸작이자 고전인 <알제리 전투>가 만들어진지 43년만에 한국에서 정식으로 개봉된다. 반식민투쟁을 벌이며 독립운동을 벌였던 알제리 민족해방전선의 투쟁사를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담은 영화다.

▲ 부산
부산

감독 박지원
주연 김영호, 유승호, 고창석
명색은 직업소개소 사장이나 도박빚으로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강수(고창석)는 하나뿐인 열아홉살짜리 아들 종철(유승호)까지 방기한 채 허랑방탕한 인생을 산다.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하고 서운한 종철은 아버지와 노상 대립하기 일쑤다. 한편, 성공을 위해 사랑도 버리며 악착같이 살아온 보도방 사장 태석(김영호)은 십년 넘게 깡패두목으로 살아왔지만 신흥세력이 부상하면서 날로 위기를 맞게 된다. 그 와중 종철이 신장암 판정을 받고, 강수는 생애 처음 아비 노릇을 하겠다며 종철을 태석에게 데려온다. 밑바닥 인생을 면하고자 발버둥쳤지만 여전히 그곳, 그 자리인 이들과 이들의 아들의 이야기를 '부산'이라는 공간에서 다룬다.

▲ 플래닛 비보이
플래닛 비보이

감독 벤슨 리
매년 독이에서 열리는 '배틀 오브 더 이어' 대회는 비보이들이 '꿈의 무대'로 여기는 곳이다. 매년 각국의 예선을 통과한 최종 한 팀만이 진출해 자신의 국가를 대표해 비보잉 대결을 펼치게 된다. 80년대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인기를 누렸던 비보잉이 90년대에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2000년대에 인기를 끌면서, 감독은 비보잉의 짧은 역사를 되짚는 것으로 시작해 2005년 배틀 오브 더 이어 대회에 진출한 팀 중 한국의 라스트 포원과 갬블러즈, 미국의 너클헤드 주, 프랑스의 페이스 T, 그리고 일본의 이치가케 팀을 따라잡으며 그들의 춤에 대한 열정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 열정에는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 외에도, 그들 각자 처한 상황과 가족,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고민 등이 겹쳐 있다. 각국 각팀의 팀색깔이나 멤버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그리고 2005년 대회의 열기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이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긴 화면과 감각적인 편집이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재미교포로 어릴 적 그 자신이 비보잉을 했었다는 감독이 극영화 <미스 먼데이>로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이후 실로 오랜만에 내놓은 양화로, 촬영과 제작에만 수년이 걸렸다가 뒤늦게 개봉을 맞게 됐다. 영화에서 2005년 최종우승팀이 된 '라스트 포 원' 팀은 숙명여대 가야금 팀과 함께 모 CF에 출연했던 바로 그 팀이다.

▲ 북극의 눈물
북극의 눈물

감독 허태정, 조준묵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점차 빠르게 빙하가 녹고 있는 북극. 북극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동물들은 물론, 이들을 사냥하며 살아왔던 이누이트의 생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캐나다 북부와 그린란드에서 씨네플렉스 등의 장비를 도입해 심층탐사 취재를 한 <북극의 눈물>은 원래 방송용으로 제작되어 2008년 12월 처음 3부작으로 방송에 소개됐다. 이후 열광적인 반응과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된 이 작품을 극장개봉용 버전으로 재편집했다. 올해 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바 있는 이 작품이 정식으로 극장에서 개봉해 선을 보이게 됐다. 국민배우 안성기가 내레이션을 맡았으며, 81분으로 재편집하고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추가됐다.

▲ 나는 비와 함께 간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

감독 트란 안 홍
주연 이병헌, 조시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
전직 형사인 클라인(조쉬 하트넷)에게 아들 시타오(기무라 타쿠야)을 찾아달라는 대부호의 의뢰가 들어온다. 그가 홍콩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클라인은 과거 동료였던 조멩지(여문락)와 함께 시타오를 찾아나선다. 한편 사랑하는 여인 릴리가 실종되면서 그녀의 행방을 찾던 홍콩의 거물급 마피아 보스 수동포(이병헌)는 릴리가 시타오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시타오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릴리는 시타오가 매우 특별한 치유 능력을 갖고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린파파야 향기>, <씨클로>를 만든 트란 안홍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이 영화에서도 역시 그의 부인이자 그의 전작에 모두 출연했던 트란 누옌케가 출연한다. 주연을 맡은 조쉬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 이병헌 등 한국, 일본, 미국의 스타들 외에도 연기파 배우인 엘리어스 코티아스, 홍콩의 스타인 여문락 등이 출연한다.

▲ 디스트릭트 9
디스트릭트 9
감독 닐 블롬캠프
주연 샬토 코플리, 존 섬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외계인의 UFO가 나타난지 벌써 28년째. UFO에서 발견된 외계인들은 요하네스버그 인근의 외계인 수용지역인 '디스트릭트 9'에 임시수용되며 각종 사회 문제와 갈등의 중심이 된 터이다. 외계인 관리국(MNU)에서 외계인들을 새로 마련한 수용시설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동의서를 받는 작전이 비커스(샬로 코플리)의 지휘 아래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비커스가 외계물질에 노출되고, 그의 팔이 빠르게 외계인처럼 변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MNU의 특별 관리대상이 된다. 피터 잭슨이 제작총지휘를 맡았다는 이유로 화제가 되었고 실제로 피터 잭슨의 데뷰작인 <고무인간의 최후>의 악취미나 <포가튼 실버>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을 연상시키기는 하지만,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닐 블롬캠프의 아이디어와 연출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돼서는 안 될 것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처럼 시작해 가짜 인터뷰 장면과 밀착취재 화면 등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대부분의 외계인 영화가 '조우'나 '침공 및 전쟁'을 다루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공존' 이후의 문제를 다룬다. 장르적으로도 뛰어난 SF 블록버스터이지만, 이주노동자 및 인종차별 등 유럽사회가 현재 당면한 사회 문제를 은유하며 휴머니즘의 경계를 묻는 사색적인 질문 역시 내포하고 있다. 다층적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담으면서도 영화적으로 매우 재미있는 지적인 영화다. 호감가지 않던 남자주인공을 (헐리웃 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숭고한 영웅으로, 바퀴벌레를 닮은 외모와 야만적인 행동으로 혐오감을 주었던 외계인을 연대해야 할 핍박받는 소수자로 탁월하게 설득해내는 솜씨도 놀랍다.

▲ 굿바이 초컬릿
굿바이 초콜릿

감독 버니 골드만, 멜리사 월락
주연 아론 에커트, 엘리자베스 뱅크스, 제시카 알바
소심한 빌(아론 에커트)은 장인과 처남 소유의 은행에서 일하며 처갓집 눈치를 보느라 주눅이 들어있는 소심하고 평범한 남자다. 아름다운 아내(엘리자베스 뱅크스)가 지역 케이블뉴스의 잘생긴 젊은 기자 칩 존슨과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고, 증거를 잡기 위해 침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빌은 정작 그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자 기자를 폭행했다가 철창신세까지 진다. 다행히 형의 도움으로 풀려는 나지만, 아내와 기자 모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 집에서도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이즈음 빌은 멘토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소년을 통해 속옷매장에서 일하는 아름다운 루시(제시카 알바)를 소개받는다. <시체들의 땅>, <300> 등의 프로듀서로 일했던 버니 골드만과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멜리사 월락의 공동 연출작이자 데뷔작. 스트레스 때문에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살던 평범하고 소심한 남자가 결국 '무(無)'에서 새롭게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다크나이트>의 하비 덴트, 아론 에커트가 고난 끝에 소박하게 새로이 인생을 시작하는 '빌'을 연기했다.

▲ 알제리 전투
알제리 전투

감독 질로 폰테코르보
주연 브라힘 해기아그, 장 마르텡, 야세프 사디
1957년 10월, 프랑스 부대에 포로로 잡힌 알제리민족해방전선(FNL : Font de Liberation Nationale)이 모진 고문 끝에 결국 마지막 남은 지도자 알리의 은신처를 누설한다. 은신처를 포위한 프랑스군의 항복 종용을 들으며, 알리는 지난 3년의 투쟁을 회고한다. 1954년부터 1962년까지 9년간 알제리의 독립투쟁의 최전선에 섰던 알제리민족해방전선의 투쟁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극화해 1966년에 공개된 정치영화의 고전이자 걸작. 갓 독립해 꾸려진 알제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모두 알제리의 실제 장소에서 촬영됐을 뿐 아니라 알제리 민중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음악을 담당했으며, 66년 베니스영화제에서는 이 영화에 황금사자상을 수여하는 것으로 알제리에 대한 연대를 표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이번 상영이 최초로 극장에서의 정식 개봉으로, 영화의 개봉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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