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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한의사의 꿈 "커피는 가라, 약차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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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신세대 한의사의 꿈 "커피는 가라, 약차가 온다"

[키워드 가이드를 만나다] '생활 한의학' 김형찬 씨

17일 현재까지 신종인플루엔자로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새삼 병을 이겨내는 힘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똑같이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서 그 병의 전개 과정이 천양지차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신종플루를 어떤 사람은 간단히 이겨낸다.

이런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이가 있다. 바로 '신세대 한의사' 김형찬(34) 씨. 서울 제기동 약령시장 내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는 그는 지난 2월부터 '생활 한의학' 키워드 가이드로 활동하면서,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부지런히 알리고 있다. 나물, 약차와 같은 먹을거리부터 건강을 지키는 체조까지 말 그대로 '생활 한의학'을 전파하는 그를 만났다.

▲ '생활 한의학' 키워드 가이드 김형찬 씨. ⓒ프레시안

프레시안 : 키워드가 '생활 한의학'인데….

김형찬 : 지인의 추천으로 '생활 한의학' 키워드 가이드로 나서게 되었다.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병이 이미 시작되었을 때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 잘 알다시피, 이미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는 병이 상당히 진전돼 있는 경우가 많다. 병이 걸리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그래서 병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가, 이런 걸 한의사로서 평소에 많이 고민을 했고, 환자를 상대로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강조해 왔다. 열 번, 스무 번 같은 얘기를 반복하다 보니, 이런 얘기가 상식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키워드 가이드 공간을 활용해서 여러 사람과 공유할 생각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프레시안 : 먹을거리부터 생활 자세까지 굉장히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조언을 하고 있다. 한의사로서 특별히 전문 분야가 있는가? 요즘엔 한의사도 진료 과목을 특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형찬 : 아니다. 나는 말 그대로 '동네 한의사'다. 특별히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한의원을 찾는 환자에게 가장 최선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프레시안 : 주로 어떤 환자들이 한의원을 많이 찾나?

김형찬 : 우선 근육, 관절 통증, 이른바 근골격계 질환 때문에 한의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특히 병원에서 수술을 권하는데 본인이 수술을 하기가 주저될 때도 한의원을 찾는다. 나는 꼭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수술을 권하지 않는 편이다. 실제로 5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수술의 유무에 따른 상태는 거의 비슷한 편이다.

또 병원에서 진단상 문제가 없는데 본인은 불편을 느낄 때도 한의원을 찾는다. 화병으로 고통을 받는 여성들이 그 예다. 머리가 아프고, 소화도 안 되고, 피부도 안 좋은데 병원에서 또렷하게 원인을 짚어주지 못할 때, 그 때가 내가 나설 때다. 한의사가 일종의 4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까. 여기저기에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차도가 없을 때 찾는…. (웃음)

건강을 지키는 방법

ⓒ프레시안
프레시안 :
건강을 지키려면 꼭 필요한 생활 습관이 무엇이 있을까?

김형찬 : 우선 제대로된 먹을거리를 먹어야 한다. 좋은 환경에서 생산된 제철에 난 먹을거리를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는 최소한의 조리를 해서 먹어야 한다. 또 한국 사람은 급하게 먹는 경향이 있는데,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는 것처럼 좋은 습관은 없다. 한 가지 더, 식전, 식후에 물을 마시는 습관도 꼭 고쳐야 하고.

프레시안 : 자세도 많이 강조해 왔는데, 어떤 자세가 좋은가?

김형찬 : 사실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을 포함해서 누구나 몸을 쓰는 방식이 균형이 잡혀 있지 못하다. 특정 부분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사용하는 부분과 사용하지 않는 부분을 파악해서 온몸을 골고루 움직여 주는 게 필요하다. 스트레칭 체조를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프레시안 :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김형찬 : 솔직히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산속에서 혼자 살아도 스트레스는 받을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 이런 조언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스트레스로 잃는 것을 충족시켜줄 자기만의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특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 그 시간을 활용해 얻는 내적인 충만감 같은 것이야말로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힘이 된다.

프레시안 : 이런 점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나?

김형찬 : (웃음) 노력하고 있다. 사실 많은 이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기면 당황한다. '생활 한의학'을 통해서 공유하는 지식을 알고 있으면,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내 몸의 어떤 부분이 균형이 깨졌구나', 이런 걸 알 수 있다. 그러면 당황하지 않고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나도 마찬가지다. 몸이 안 좋아지는 기미를 빨리 알아채고, 그것을 늦기 전에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지금은 오히려 보약이 중요한 시대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일반인은 한의학 하면 보약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보약 처방 중심의 한의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은데….

김형찬 : 그간 한방이 양방과 비교했을 때 치료 부분을 등한시해오다보니, 한의사 스스로 보약 처방을 중요하게 생각해온 그간의 경향을 일종의 콤플렉스로 여긴다. 내 생각을 말하자면, 그럴 필요가 없다. 사실 의학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서 발전한다. 평균 수명이 크게 늘면서, 지금은 건강 관리, 질병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학의 과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질병을 이겨낼 몸의 힘을 돋우는 보약과 같은 보법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양방도 갈수록 영양 치료, 태반 주사와 같은 일종의 보법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한의사들이 보약과 같은 보법에 콤플렉스를 가지기보다는, 한의학의 장점인 그 부분을 더욱더 부각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그런 것이 한방, 양방의 협진에도 활용될 수 있을까?

김형찬 : 그렇다. 학문이 발전하려면 깊고 넓어져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단절의 벽이 너무 높다. 특히 양의사들이 한의학에 대해서 폐쇄적인 것 같다. 의학은 환자의 질병을 고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환자를 중심에 놓고 어떤 접근이 가장 최선인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맹장 수술을 하면 흔히 방귀가 빨리 나와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지 않나? 즉, 수술 후 장이 제대로 운동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일본에서는 맹장 수술 후에 장 운동을 돕는 한약을 환자에게 복용하도록 한다. 또 항암 치료를 할 때도 보약을 쓴다.

저번에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의 칼럼에도 언급이 되었던데, 알렌이 민영환을 수술한 후에 상처가 아물지 않자, 한의사들이 개고기를 복용시켜서 낫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처럼 양방, 한방이 서로 보완한다면 환자 입장에서 최선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이 잘 안 되는 게 답답하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써서는 안 돼

프레시안 : 키워드 가이드로서 언급하는 여러 가지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상당수가 민간에서 내려오는 건강 상식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민간 요법을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에 김남수 씨의 뜸 치료와 같은 것이 대중의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형찬 : 김남수 씨의 뜸 치료와 같은 민간에서 통용되는 방식이 다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 방식도 상황에 따라서 잘만 취사 선택을 한다면 여러 가지 장점이 많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앞에서 '취사 선택'이라는 표현을 썼듯이, 민간 요법을 맹신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실제로 김남수 씨의 뜸은 중풍과 같은 중병에 치료 효과가 크다. 뜸 자체가 굉장히 뾰족한 치료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뜸에 의존한다면 결과적으로 병을 더 키울 수도 있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취사 선택의 지혜를 갖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은 자기 몸에 맞춤한 건강을 지키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 때문에 한의사와 같은 전문가들이 민간에서 전해오는 건강 지식의 장, 단점을 두루 살펴서 대중에게 전해야 한다. 내가 '생활 한의학' 키워드를 통해서 대중과 공유하려는 것 중에는 바로 이런 지혜도 있다.

세계 곳곳에서 약차 카페를 볼 수 있다면…

ⓒ프레시안
프레시안 :
한의사로서의 꿈이 있다면?

김형찬 : 키워드 가이드로서 얘기하는 내용을 널리 알리고, 또 그것을 기반에 두고 환자를 만날 수 있는 병원을 개원하는 게 당장의 목표다. (웃음)

한의사로서의 궁극적인 꿈 한 가지는 이른바 '숲속의 병원'을 차리는 것이다. 이 병원은 사람들이 잠시 일상생활을 떠나 건강을 회복하면서, 자신에게 맞춤한 건강을 지키는 생활 습관을 배우는 공간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런 병원을 운영해보는 게 한의사로서 가진 가장 큰 꿈이다.

또 다른 꿈은 사람들이 커피처럼 약차를 즐겨마시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집집마다 약차의 재료를 보관하는 작은 약장을 갖고, 더 나아가 시내 곳곳에 약차 카페가 들어서는 그런 날이 온다면,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세계 곳곳에서 스타벅스와 같은 약차 카페를 볼 수 있다면 한의사로서 더할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키워드 가이드' 내용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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