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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언론 보도처럼 금싸라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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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언론 보도처럼 금싸라기될까?

안전진단 실시 소식에도 시장 '무덤덤'…"문의 전화 절반이 기자"

"안전진단 실시 결정으로 분위기가 좋아졌다는데요, 문의전화 많이 오나요?"

"전화 세 통 오던 거 여섯 통으로 늘어났어요. 그런데 그거 다 기자예요. 척 보면 알죠. 신문기사 다 뻥이예요, 뻥."


15일 오후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O부동산 중개업소. 한산한 업소를 찾아 재상승 기대감이 높아지지 않았느냐고 물어봤으나 돌아온 대답은 허탈할 정도였다. 이 업소에서만 30분이 넘게 앉아 있었으나 그 동안 전화는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비단 이 곳만일까. 인근 중개업소 세 군데를 더 돌아봤으나 역시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기자들 그냥 자기 기자라 밝히고 물어보면 되지, 뭘 집 사는 척하면서 물어봐?"

"회사 가면 말 좀 해줘요. 취재하려면 차라리 직접 와서 취재하라고. 괜히 힘만 빠지게 뭘 자꾸 전화로 물어봐? 전화만 받아도 살 사람인지 아닌지 느낌 팍 와요."

대표적인 노후아파트 단지이자 강남 아파트 시장의 바로미터로 평가받은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준공 30년 만에 안전진단 확정 호재를 맞았다. 이미 주차난에 더해 '녹물 마시는 아파트', '빗물 맞으며 자야 하는 아파트' 등 자자했던 오명이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재건축 시행이 결정되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더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곳이 최근 주춤한 강남권 아파트값을 다시 자극할 것이냐 여부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이미 최근 실시된 경매 가격이 높았다는 이유까지 붙여 '들썩' '상종가' '술렁' '기대감' 등의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제목만 보면 이미 강력한 반등세를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대치동 아파트 단지. 강남 노른자 땅에 위치한데다 강남 재건축 논란의 진원지다. ⓒ뉴시스

호가 변화 없어…"언론 광고가 기사 만들어"

그러나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은 다르다. 한 중개업자는 "34평형 호가는 12억~12억3000만 원, 31평형은 10억3000만 원대로 보면 된다"며 "호가만 이렇게 나온 거다. 이 가격으로 매매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자 역시 "안전진단 소식 나와도 변한 게 없다. 문의도 없고… 그냥 쭉 안 좋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실제 이날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9월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31평형 7층의 지난달 거래가격은 10억3500만 원이었다. 전달보다 1300만 원이 떨어졌다.

은마아파트와 함께 재건축의 상징처럼 꼽히던 잠실 주공5단지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31평형 2층의 지난달 거래가격은 12억5000만 원으로 두 달 전보다 2500만 원 내려갔다. 이 아파트 역시 안전진단을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감이야 예전부터 있었던 것 아니냐"며 "여기는 은마와 움직임이 똑같다고 보면 된다. 요즘에는 아예 문의가 더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현장 중개업자의 말에 어느 정도 과장이 섞여 있었다 쳐도, 이 정도면 대부분 언론이 뽑은 제목과 실제 분위기는 다르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신문기사가 현장 상황과 괴리된 이유로 건설업계 관계자 A씨는 "당연히 분양광고 때문 아니냐"며 "대규모 분양이 다음 달까지 이어지는데 나쁜 얘기를 누가 쓰겠나. 좋은 기사 만들어야지"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호황을 바라는 주류언론의 광고 의존도가 현실을 교묘하게 비튼 기사를 실은 배경이라는 뜻이다.

"추가 상승 여력 없다"

오히려 업계 일각에서는 설사 은마아파트 등 강남권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이 확정되더라도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거시 경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정부 규제로 인해 쉽사리 투자자금이 재건축 단지에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은마아파트 세대수가 4424세대에 달한다. 이 아파트는 실거주자가 거의 없는, 그냥 투기판이라고 보면 된다"며 "고점일 때 들어와 돈이 물린 사람, 큰 시세차익을 이미 남긴 사람 등 워낙 다양한 사람이 있다. 앞으로 재건축이 어떻게 추진될지도 장담하기 어려운데 지금 호재 여부를 논하기는 이르다"고 단정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기대감은 '부동산 신문' 으로 전락한 주류 언론들의 '뻥튀기'일 가능성이 높다. ⓒ프레시안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거시경제 여건이 여전히 불안해 기대감이 상당부분 반영된 재건축은 매력이 떨어진다. 상당수 투자대기자금은 현재 분양 시장으로 옮아간 상태"라며 "비단 은마 뿐 아니라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강하게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중개업자는 지역 특성상 자산가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의견도 냈다. 강남권은 여전히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고 주택거래신고지역이다. 이 중개업자는 "돈 없는 사람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못 들어오고, 자산가는 제발이 저려 못 들어온다"며 "매입 여력이 있어도 자금내역서, 입주여부까지 모두 밝혀야 하는데 이 경기에 모험하겠느냐. 괜히 탈세전력 같은 것 걸릴지도 모르는데…"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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