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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남과 다른 걸 두려워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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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남과 다른 걸 두려워하지 말라"

[현장] 일제고사 반대 체험 학습, 서울 등 14개 지역 동시에 열려

"현대인이 세계를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옛날에는 이미 있는 세계를 인식하는 게 중요했고, 그래서 영어, 수학이 중요했다면 이제 없는 세계를 상상하는 게 중요하다. 상상만 하면 기술이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주지 않나. 선진국들, 자기네는 상상만 하고 중국, 인도, 한국에 하청 맡겨 기술로 구현한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일제고사(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가 13일부터 이틀에 거쳐 시행된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 온갖 파행을 낳고 있는 일제고사를 두고 교육·사회단체는 이날 시험 대신 마련한 체험학습을 진행하며 "일제고사 중단"을 요구했다.

일제고사반대서울시민모임, 청소년단체 세이노(Say No), 사회공공성연대회의, 서울교육공공성추진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중·고등학생을 위한 강연, 뮤지컬,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7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했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이 21세기엔 중요한데…"

첫 순서는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의 현대 미술사 강의였다. 그는 강의를 시작하기 앞서 "21세기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며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시험을 왜 보는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진중권 씨는 "한 네덜란드 사람이 한국 학생들 가르쳐보고 하는 얘기가 '왜 한국 학생들은 정답만 요구하냐'고 했다 한다"며 "그렇지만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학생들이 무슨 얘기를 하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 말을 멈추고 자기 검열에 들어간다"며 "나는 늘 '당신 얘기를 정답으로 만들어야 한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온갖 근거를 들어서 자기 입장을 변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진 씨는 "주어진 것에 내가 맞는지 안 맞는지, 이런 식의 사고방식으로는 미래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주어진 문제에 대답하는 것보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면 불안해하고 공포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외국에서는 사진 기자가 다른 신문사와 똑같이 사진을 찍으면 욕을 먹는데, 우리는 다른 사진을 찍으면 욕을 먹는다.

무서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아라. 제가 살아온 방식도 그랬다. 사람들이 되라는 것들은 많은 경우 획일적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배려해야 한다. 자기가 정보를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갖고 있지 않은 지식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쫓아온다.

홍세화 선생님도 그랬듯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라. 좋은 대학이나 대기업에 가는 것이 내가 원하는 건지, 사람들이 원하는 걸 덩달아 원하는 건지. 그리고 일단 저질러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입에 풀칠하면 그거야말로 진정한 특권층이다."


▲ 일선 학교에서 온갖 파행을 낳고 있는 일제고사를 두고 교육·사회단체는 이날 시험 대신 마련한 체험학습을 진행하며 "일제고사 중단"을 요구했다. 첫 순서는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의 현대 미술사 강의였다. ⓒ프레시안

"밀어붙이는 일제고사, 학부모도 이제 부담 느끼는게 사실"

이날 체험학습에 참가한 학생 숫자는 지난해 같은 달에 치러진 일제고사 당시보다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와 함께 참석한 제갈임주(38) 씨는 "분위기가 많이 침체됐다"며 "통지표에 '무단 결석'이 표기되고 비고란에 '일제고사 불참'이라고 덧붙여지는 걸 보면서 학부모들은 선택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시험을 보지 않는걸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운하든 일제고사든 전반적으로 정부가 계속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무력감도 큰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저 스스로는 시험이 부당하고 체험 학습이 유익하다는 판단 아래 오늘 참석했기 때문에 불안하거나 후회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일제고사 대신 체험 학습을 학생들에게 안내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설은주 전 서울 유현초등학교 교사는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니던 학교에서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잡아다가 '시험 못 보면 인간 취급 안 한다'고 말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지난해 시험 보던 날 아침 생각도 나고 속상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설 교사는 "최근 전국 도시를 돌며 시민들을 만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명박식 교육에 반대하는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며 "이날 체험 학습을 통해 학생과 시민 모두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시간 경기도 남양주를 비롯해 전국 14개 시·도에서는 각 지역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체험학습이 진행됐다. 김현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전국에서 600~700명의 학생이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이날 체험학습을 진행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연 교육사회단체는 퍼포먼스를 통해 '일제고사 및 MB 교육정책 반대' 뜻을 표현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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