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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웠던 추석 극장가, 향후 한국영화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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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웠던 추석 극장가, 향후 한국영화 전망은?

[이슈 인 시네마] 추석 극장가 결산, 하반기 전망

추석 연휴 한 주 앞서 개봉한 박진표 감독의 <내 사랑 내 곁에>가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던 4일까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집계를 기준으로 총 147만 명을 동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날 개봉한 김용균 감독의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누적관객수(107만 명)나 한 주 늦게 개봉한 헐리웃 블록버스터 <써로게이트>의 첫 주 성적과 비교했을 때 월등하게 높은 수치이다. 이로써 올 추석 승자는 <내 사랑 내 곁에>로 판명났다.

그러나 이는 이른바 '추석 대목'의 결과로는 현저히 떨어지는 성적이다. 추석 대목이 아니라 성수기 시즌 어느 때라도 거둘 수 있는 매우 평범한 성적에 불과한 것. 이번 추석이 공휴일인 개천절은 물론 주말 연휴와도 겹쳐 어느 때보다도 짧은 연휴이기는 했지만, 비슷하게 주말과 겹쳤던 작년 추석 기간 박스오피스 성적과 비교했을 때도 확연한 격차를 보인다. 그나마 작년과 비슷한 성적을 거둔 것은 3, 4위권 영화다.
▲ 내 사랑 내 곁에

작년의 경우 공식 연휴 날짜는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였으며, 올해 <내 사랑 내 곁에>와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그랬듯 추석을 겨냥한 <신기전>과 <맘마미아!>가 연휴 한 주 전에, 그리고 <영화는 영화다>와 <울학교 이티>가 추석 연휴 주에 개봉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의 경우 연휴 4일 동안(9월 12일 금요일 ~ 15일 월요일)에만 <신기전>은 102만 명을, <맘마미아!>는 90만 명을 동원해 나란히 박스오피스 1,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작년 3, 4위를 차지한 <영화는 영화다>와 <울학교 이티>는 각각 44만 명과 33만 명을 동원했고, 올해는 <써로게이트>가 33만 명을, <애자>가 24만 명을 동원했다. 게다가 <써로게이트>는 스크린수가 267개에 불과해, <내 사랑 내 곁에>(512개), <불꽃처럼 나비처럼>(476개)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의 스크린에서 선을 보였다. <애자>는 이미 개봉 4주차를 맞은 영화로, 추석 대작들의 격전을 피해 일찍 개봉을 잡은 경우에 속한다. 결국 <내 사랑 내 곁에>은 명분뿐인 승자가 됐을 뿐, 가장 알찬 성공을 거둔 영화는 오히려 <써로게이트>가 되었고, 가장 전략적 성공을 거둔 영화는 추석 3주 전 일찌감치 개봉해 기간을 두고 입소문 전략을 주효시킨 <애자>가 차지한 셈이 됐다.

향후 한국영화의 전망, 여전히 불안하다

불과 3일에 불과했던 추석 연휴 성적으로 한국영화의 전망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호들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추석이 모처럼 활기를 맞은 한국영화가 그 기세를 '장기 안정세'로 굳힐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이다. 개학과 개강 때문에 전통적으로 비성수기라 여겨지는 9월 침체를 올 추석이 좀 일찍 깨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사라진 것. 물론 바닥을 쳤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분석 자체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과속스캔들> 이후 <7급 공무원>, <거북이 달린다>, <쌍화점> 등 비교적 탄탄한 작품성과 흥행력을 골고루 갖춘 영화들이 등장했고, <워낭소리>가 전무후무할 기록을 세웠는가 하면 <낮술>과 <똥파리> 등 독립영화의 약진이 계속됐다. 그 와중에 <해운대>는 천만 관객을 넘어섰고 <국가대표>가 여전히 막판 기세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2백만 명을,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3백만 명을 겨우 넘긴 채 종영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여름을 지나며 두세 편의 영화에 관객이 지나치게 몰렸던 상황에서는 흥행의 양극화 현상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향후 개봉대기작들 중 눈에 띄는 흥행기대작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과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 정용기 감독의 <홍길동의 후예> 등이 그나마 어느 정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들. 설경구, 류승범 주연의 <용서는 없다>나 최동훈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전우치>는 아직 개봉 시기를 정하지 않은 상태다. 반면 여름 흥행 시장을 한국영화에 내주긴 했으나 개봉 대기 중인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대규모 역습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디스트릭트 9>의 경우 미국에서 이미 개봉을 했으나 국내에선 오히려 추석 이후로 개봉을 늦췄으며,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12>는 11월 초 전세계 동시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퀜틴 타란티노 <바스터즈 : 거친녀석들>, F. 게리 그레이 감독의 <모범시민> 등을 비롯해 12월에는 방학을 겨냥해 <뉴문>이나 <셜록 홈즈> 같은 영화들이 대기중이다.

중상급 흥행작들이 다양하게 연이어 나와줘야

이런 상황에서 만약 여름에 드러난 흥행 양극화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장기적 현상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오히려 한국영화 시장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한두 편의 천만 영화가 나오기보다는, 비록 추석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는 못했지만 <내 사랑 내 곁에>나 이후 개봉할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중상급 규모의 흥행을 연이어 유지해 주는 것이 향후 한국영화의 활황을 위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예산의 다양한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맞추며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산업의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는 것도 숙제다. 비교적 저예산의 합리적인 규모로 제작돼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는 <애자>나 비록 5만 여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손익분기점을 이미 넘긴 <이태원 살인사건>이 좋은 예다. 이런 영화가 다양하게 연이어 나와주어야 올해 재건기를 거친 한국영화가 내년을 본격적으로 기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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