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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식 교육 개혁, 벌집 쑤실까 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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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식 교육 개혁, 벌집 쑤실까 딸까?

[김종배의 it] 외국어고 폐지, 당정 어깨동무? 어깃장?

정부와 여당이 작정한 걸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외국어고를 폐지하기로 작심한 걸까?

그렇다. 어제 하루 동안 쏟아진 말을 조합하면 분명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운찬 총리에게 말했다. "사교육비 부담이 서민 가계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요인인 만큼 총리실이 중심이 돼서 좀 더 근원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총리실 중심"이란 어구를 두 번이나 쓰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운찬 총리에게 전권을 부여해 교육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운찬 총리도 화답했다. "1차적으로는 약간의 무리가 있더라도 강력한 (불법 사교육) 단속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1차적' 조치일 뿐 "근원적 대책"은 따로 강구하는 것 같다. 정운찬 총리가 추가한 말이 있다.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총리에 취임하면서 했던 말, 즉 "모방에서 창조로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말을 되읊은 것이다.

때마침 한나라당도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가 "근원적 대책"을 논의하던 그 때,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입을 모아 '외국어고 폐지'를 부르짖었다. 정두언 이철우 김선동 황우여 권영진 의원 등이 나서 외국어고를 사교육비 주범으로 규정하면서 외국어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렇게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은 가치를 세우고, 총리는 총론을 제시하고, 여당은 각론을 추진하는, 선진형 분업모델을 선보였다.

▲ 정운찬 총리가 어제 주례보고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근데 왜일까? 청와대와 총리실과 한나라당이 외국어고 폐지를 위해 어깨동무 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처럼 보이는데도 선뜻 수긍하기가 어렵다.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어깃장이 나는 모습을 발견한다.

또 다른 말 때문이다. '어제'의 말을 업어치는 '더 먼 과거'의 말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가 임명장을 받기 전에 했던 전혀 다른 말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가 말했다. 2003년에 "사교육 문제와 강남 집값 폭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교 입시를 부활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또 말했다. 2006년에 "나는 계층간 이동을 위해 평준화를 반대한다"며 "고교 입시가 있다면 좀 어려운 가정에서도 전면적 지원을 통해 소위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고교에 입학할 수 있다"고 했다. 어려운 가정에서 어떻게 전면적 지원을 할 수 있는지, 고교 입시가 어떻게 계층간 이동을 촉진할 수 있는지 의아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말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정운찬 총리가 국회 인사청문 특위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고교 교육의 하향평준화 우려를 개선하기 위해선 자율형 사립고, 특목고 등 다양한 학교를 제공하고 학교간 경쟁을 촉진해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오랜 '소신'인 3불정책 폐지에 대해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이면서도 고교 다양화에 대해서만은 물러서지 않는 입장을 보였다.

정운찬 총리의 지론에 따르면 외국어고 폐지는 '불가' 사항이다. 외국어고 폐지는 사교육 근절을 위해 꼭 필요한 고교 입시를 없애는 것이기에 그렇다. 외국어고 폐지는 하향평준화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학교간 경쟁 요소를 줄이는 것이기에 그렇다.

지켜보는 게 맞다. 지금은 예단할 계제가 아니니까 관전 포인트만 잡고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게 낫다. 당정 협의과정에서 총리실의 '말발'이 주효할지, 한나라당의 '말발'이 관철될지 지켜보면서 가르면 된다. 친서민 행보에 가속도를 붙이려고 추진하는 교육개혁이 벌집을 쑤실지, 벌집을 딸지를….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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