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권영길 의원(민주노동당)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나로호의 실패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273명의 응답자 가운데 40.7%가 "정부의 과학 기술 지원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우리 과학기술이 위성 발사의 수준이 아니다"라는 대답도 40.7%였다.
'나로호 실패 이후의 방안'에 대한 물음에서는 "적극적 지원을 통해 나로호 성공을 이뤄야 한다"는 대답(61.2%)이 가장 많았다. 결국 우리 과학기술 연구 현장의 인력들은 겉으로 보이는 결과만 중시하기보다는 과정을 꼼꼼하게 챙기는 안정적 과학기술 정책을 원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현장 연구인력 3분의 2가 '있는 거나 잘해라'
▲ KSOI가 지난달 22~25일 실시한 '과학기술인 인식 설문조사' 결과, 과학 기술인들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계획 등 현 정부가 내놓는 과학 기술 정책 전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연합뉴스 |
오는 2015년까지 3조5487억 원을 들여 기초과학연구원과 초대형 연구시설 '중이온가속기'를 설치하겠다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계획에 응답자의 54.1%가 "기존 연구기관과 산업클러스트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답했다.
각각의 사업에 대해서도 그 실효성에 의문을 피력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에 대해서는 66.7%가 "기존 연구기관과 학교에 대한 지원이 급선무"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고, 중이온가속기 설치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5.1%가 "잘 모르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국가 R&D 예산을 GDP의 5% 수준으로 향상시키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 과학기술인의 60.8%가 "잘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대체로 잘 되고 있다"는 의견은 14.7%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학연협력 강화 정책에 대해서는 과반수에 육박한 49.8%가 "구체적 분석이나 준비 없이 형식적인 면에 치우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같은 질문에 대한 같은 대답이 48.9%였던 것에 비교하면 소폭 늘어난 것이다.
"잘 추진되고 있는 편이나 대학에 지나치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대답도 39.9%였다. "대체로 잘 추진되고 있다"는 대답은 3.3%였다.
70.3% "MB 과학기술정책, 처음부터 미흡했고 수행과정도 표류"
총체적으로 과학기술인들은 지난 1년 동안의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전반이 "제시된 정책부터 미흡했고 현재 그 수행 과정도 표류하고 있다"(70.3%)고 평가했다. "갈수록 내용이 좋아지고 있다"는 대답은 19.0%, "제시된 정책도, 수행과정도 잘 되고 있다"는 대답은 고작 3.3%였다.
출연기관 종사자로서의 자긍심과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자긍심은 높으나 노동 조건은 불만족스럽다"는 대답이 53.8%로 지난해 같은 조사 때와 비슷한 수준(55.9%)으로 나타났다. "자긍심도 낮고 노동 조건도 불만족스럽다"는 대답은 18.7%, "자긍심도 높고 노동 조건도 만족스럽다"는 응답은 14.3%였다.
당연히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0%가 "대학으로의 이직이나 다른 나라로의 취업 이민의 기회가 온다면 가겠다"고 답했다. "기회가 와도 출연기관에 남겠다"는 대답은 22.7%였다. 특히 30대 이하, 10년 미만의 선임연구원층에서 이직 혹은 이민의 욕구가 높았다.
기관장 선출 공모제? 과학기술인 절반이 "사실상 정부가 낙점"
현 정부 들어 더 논란이 되고 있는 기관장 낙하산 및 코드 인사 문제는 과학기술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과학기술인들의 46.2%, 절반 가량이 기관장 선출 공모제에 대해 "사실상 정부가 낙점해 객관성과 공정성이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비교적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는 의견은 11.0%에 그쳤다.
과학기술인들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 연구재원의 지원"이 최우선 순위가 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과학기술계 및 출연기관의 발전을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을 순서대로 3가지를 꼽으라는 질문에 '안정적 연구재원 지원'이 79.5%로 압도적인 1위였다.
뒤를 이어 '정년 연장, 고용 안정 등 신분 보장'이 46.5%로 2위, '지배구조의 변화를 통한 기관운영과 연구수행의 자율성 보장'이 45.4%로 3위였다.
권영길 의원은 "연구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도 부실하지만, 있는 정책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었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R&D 예산 증액만 외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철학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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