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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 '유기농 죽이기'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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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 '유기농 죽이기'를 고발한다

[홍성태의 '세상 읽기'] 벼랑 끝에 선 한강 유기농업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게 좋다. 많이 먹는 것보다는 적게 먹는 것이 건강에 좋고, 이왕이면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에 찌든 식품보다는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

모간 스펄록 감독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해서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듯이, 도무지 출처를 알 수 없는 재료들을 갈아서 갖은 인공양념으로 맛을 낸 '패스트푸드'만을 먹다가는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패스트푸드'를 버리고 '슬로푸드'를 먹자는 운동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슬로푸드'는 천천히 만들고 천천히 먹고 천천히 소화되는 음식을 뜻한다.

'패스트푸드'에 비해 '슬로푸드'는 재료부터 다르다. '슬로푸드'는 재료부터 천천히 만들어질 것을 요구한다. 이 점이 중요하다. 요리는 결국 재료를 먹기 위한 인위적 방편이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는 요리보다 재료가 더 중요하다. 어떤 영화에서 채플린이 보여주었듯이, 우리는 구두를 삶아 양념을 해서 맛있게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매 끼니를 그렇게 먹었다가는 곧 병들어 죽고 말 것이다.

채플린의 구두 요리보다 훨씬 맛있는 요리라고 해도 그것이 공업용 고기 찌꺼기를 한우로 속여서 만든 요리라면, 그런 요리를 매 끼니 먹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병들어 죽고 말 것이다. 갈수록 격화되는 생태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요리보다 재료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를 맛있게 요리해서 즐기다가는 머지않아 광우병의 희생물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재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유기농이 성장하게 되었다. '슬로푸드'가 요구하는 재료는 유기농, 지역농, 자유농의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유기농은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쓰지 않고 산출하는 것이며, 지역농은 먼 거리를 이동할 경우에는 각종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산출하는 것이고, 자유농은 좁은 곳에 가둬서 기를 경우에 각종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고 풀어서 자유롭게 자라도록 해서 산출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유기농이다. 그것이 식물이건 동물이건 상관없이 유기농은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쓰지 않고 기르고자 하며, 유기농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농과 자유농이 분명히 결합되어야 한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우리는 유기농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용해야 한다.

요리사라면 누구나 재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유기농 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요리사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사는 아마도 앨리스 워터스일 것이다. 세계 10대 요리사의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이미 35년 전에 버클리 앞에 '셰 파니스'라는 유기농 식당을 열어서 유기농 음식의 가치를 널리 알렸다.

그는 그것을 '맛있는 혁명'이라고 불렀다. 그의 '맛있는 혁명'은 정녕 생활로부터 세상을 바꾸는 생활정치의 핵심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그는 '백야'로 유명한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평생의 지기가 되었으며, '미샤'는 그에 감화되어 '키친 댄스'를 창작하고 '헬스 키친 댄스단'을 만들어서 공연을 하고 있기도 하다. 앨리스 워터스의 '맛있는 혁명'은 바야흐로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젊은 요리사인 제이미 올리버도 유기농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한다. 식당 요리가 아닌 가정 요리의 대표자인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 만들기는 너무나 재미있고 풍부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흡족한 기분이 들곤 한다. 이미 20대 초부터 재미있는 요리사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올리버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영국의 학교 급식을 개혁하기 위해 영국의 교육부장관을 만났고 토니 블레어 전 총리도 만났다.

여기서 그가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가능한 유기농 재료를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헬스 키친'이라는 식당 개혁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또 다른 영국의 요리사인 고든 램지도 요리에 앞서서 재료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한다. 엉터리 식당은 무엇보다 먼저 재료가 엉터리이다. '욕쟁이' 요리사 고든 램지도 좋은 재료를 사용한 '맛있는 혁명'을 적극 추구하고 있다.

오늘날 유기농은 갈수록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 '맛있는 혁명'에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는 생존조차 위협받을 수 있는 시대에서 살고 있다. 이른바 '아토피'라는 이름의 괴병이 창궐하는 데에는 잘못된 재료를 사용한 음식의 영향이 크다. 한국에서 유기농의 역사는 이제 겨우 20년을 조금 넘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말하자면 겨우 성년을 넘기고 제 발로 서려고 하는 참이다.

앨리스 워터스, 제이미 올리버, 고든 램지 등이 추구하는 '맛있는 혁명'은 여기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농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나,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나, 우리는 유기농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용해야 한다. 유기농이 성장할수록 우리의 육신은 물론이고 우리의 자연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팔당댐 상류 인근의 유기농업 단지를 파멸로 몰아넣을 것이다. ⓒ연합뉴스
그러나 지금 이 나라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이 나라가 빠르게 '후진화'하고 있다는 내 지적에 대해 '우뻘'들은 욕설과 비난을 퍼붓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그들의 욕설과 비난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의 건강을 해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무심하게 지나칠 수 없다.

지금 이 나라는 확실히 '후진화'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의 세월 동안 많은 농민들이 피땀을 흘려서 어렵사리 이룩된 한강 유기농이 돌연히 맞게 된 절멸의 위기도 그 생생한 예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수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을 무시하고 토건정치의 차원에서 강행하는 망국적인 '4대강 살리기' 때문이다.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4대강 죽이기'이자 '유기농 죽이기'이고, 궁극적으로 '대운하 살리기'이다.

1971년 12월에 팔당댐이 건설되었다. 이에 따라 그 상류의 드넓은 지대가 모두 수몰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지역이 서울을 위한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팔당댐 상류의 농민들은 손발이 모두 묶인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1980년대 초부터 정농회 운동을 펼친 정상목 선생과 같은 선구적 농민들의 헌신적 활동의 결과로 팔당댐 상류의 남양주시 조안면과 양평군 양수리 일대는 한국 유기농의 대표지가 되었다.

조안면의 운길산 수종사에 올라서 내려다보면, 그 아래 북한강과 남한강의 강변에서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일대는 수자원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유기농밖에는 할 수 없다. 졸지에 강고한 국가권력에게 땅을 빼앗기고 농사를 쉽게 지을 수 없게 된 농민들은 유기농을 추진해서 강도 지키고 농사도 지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곳에서 유기농마저 지을 수 없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4대강 살리기'를 강행하면서 양수리 일대의 유기농을 모두 없애고자 한다. 지난 토요일 팔당유기농생활협동조합에서는 운길산 아래 북한강가에 자리 잡은 조안주민회관 운동장에서 '추수 축제'를 열었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철규 교수가 함께 가자고 연락해서 나는 모처럼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짧은 나들이를 갔다. 사실 이곳은 집안 어른들의 고향이어서 잘 알고 있는 곳이다. 나는 팔당댐이 건설되기 전 이곳의 모습도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팔당댐이 건설된 뒤에 농민들이 얼마나 어렵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는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잘 알고 있다. 그 결과가 유기농의 발전이었기에 오늘날 이곳의 사회적 의미는 대단히 크다.

'추수 축제'는 혼란스러웠고 소란스러웠지만 농민들의 우려와 위기감은 크게 가슴에 와 닿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계획대로라면 아마도 내년에는 '추수 축제'가 열리지 못할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수많은 시민들에게 건강한 생명을 전해주던 한강 유기농이 곧 절멸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유기농을 짓던 강변의 땅은 모두 굴착되고 준설되어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제방이 들어서서 생명의 녹색 강변은 죽음의 회색 강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남한강에 새롭게 들어설 세 개의 보는 강의 흐름을 크게 차단해서 팔당호의 물을 1년 내내 썩은 상태로 만들 수도 있다. 한강 유기농의 위기는 곧 한강 상수원의 위기인 것이다.

이제 며칠 뒤면 유기농 농민들의 조촐한 '추수 축제'가 벌어졌던 곳에서 포클레인과 불도저의 무서운 '파괴 축제'가 벌어질 것이다. 그 '파괴 축제'를 정녕 우리가 막지 못한다면, 사라지는 것은 한강 유기농만이 아니라 한강 상수원 자체일 것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무서운 미래가 우리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다. 이것을 회피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오직 저지하는 것만이 우리의 살 길이다. 한강 유기농 지역에는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와 그보다 후배로서 주자학자이자 항일의병의 영수였던 화서 이항로 선생의 생가도 있다. 다산의 지혜와 화서의 용기로 한강 유기농과 한강 상수원을 꼭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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