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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과열…정부와 국민이 함께 부르는 이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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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과열…정부와 국민이 함께 부르는 이중주

[기고] 부동산 버블붕괴를 향한 질주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만큼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입지 않은 시장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 평단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버블 세븐 중 적지 않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2006년 가을의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의 규모나 향후 부동산 가격에 대한 상승 기대도 유례없이 크고 높다.

평균 최고점 대비 20~30%이상 폭락한 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선진국들의 부동산 시장과 비교해 볼 때 이렇다 할 추락을 경험하지도 않은데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는 회복세를 보인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기적'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 듯 싶다.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할 때에는 금융위기 직전의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으레 따라붙는다.

그것이 틀린 해석은 아닐 것이다. 미국,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등의 주택가격이 지난 10년 동안 세 배 가까이 오른데 반해 참여정부 기간 5년 동안 서울(5년간 52.9% 상승)과 강남(5년간 64.2% 상승)을 제외한 전국의 주택 가격은 24%가량 상승하였을 뿐이다.

즉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다른 선진국 부동산 시장과는 달리 과거 10년 동안 이렇다 할 가격 상승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위기를 맞아서도 가격이 크게 떨어질 이유가 별로 없었고, 지금의 국지적 부동산 가격 상승은 금융위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마치 활화산을 연상시키는 지금의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단순히 그런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대한민국의 부동산 가격이 세계최고 수준임은 분명하고 특히 버블세븐 등의 지역은 걱정스러울 정도로 가격이 높다. 상황이 한결 심각한 것은 참여정부 말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던 부동산 문제가 이명박(MB) 정부의 출범과 함께 다시 불거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별 타격을 받지 않고 이내 반등을 지속하고 있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신화 배경에는 MB정부의 '부동산 올인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MB정부는 참여정부가 힘겹게 이룬 성취를 불과 1년 안에 모조리 후퇴시켰다. 종부세, 양도세, 각종 개발이익환수장치들, 재건축 관련 시장정상화 조치,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 상한제도, 부동산 담보대출 관리제도(LTV 및 DTI 장치) 등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이름만 남아 있다.

종부세와 양도세, 개발이익환수장치들을 무력화시켜 부동산 불로소득을 보장해주고 부동산 담보대출 관리를 느슨하게 만들어 실탄을 제공해주며, 확장적 재정정책을 사용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마저 공급하고 있으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리가 없다.

MB정부의 경제정책이라고 해 봐야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거나 일정 수준 상승시키는 데 정부가 사활을 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국민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나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 국정을 책임진 정부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이지만 MB정부에게 그런 걸 주문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정작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지금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환영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주나 다주택 소유자들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잘 해봐야 달랑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중산층이나 서민들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반기고 있다.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가 상승한다는 착각 때문이다. 심지어 토지나 주택이 없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뻐하는 이들이 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야 부자들이 소비를 할 것이고 그래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믿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같은 이유로 종부세에 반대했을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나타난 MB에 대한 지지율 상승은 자산 가격 급등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과 앞으로의 기대가 큰 몫을 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MB정부가 지금과 같은 정책기조를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 더구나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만약 이 선거에서 대패하기라도 하면 MB정부는 바로 레임덕에 들어갈 수 있다. 비정상적 자산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로 한국은행을 비롯한 일각에서 금리인상 등의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묵살하는 것이 과연 지금의 시장상황과 해법에 대한 관점 차이에서만 기인한 것인지는 정부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잠시 줄어들었던 부동산 시장의 버블은 차츰 부풀어 오르고 있는 중이다. 정부가 앞에서 끌고 국민들이 뒤에서 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분명한 것은 모든 버블은 붕괴한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 붕괴는 도적처럼 은밀하게 임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부동산 시장을 담보대출 관리로 조종할 수 있다고 믿었던 정부나 버블이 붕괴하기 전에 빠져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던 국민들 모두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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